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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토다케 히로타다 불륜 사건이 일본 사회에 던진 두 가지 담론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나 같은 사람도 러브호텔 정도는 간다. 그치만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엘레베이터가 너무 좁아 불편함을 많이 겪었다. 사람들 눈에 너무 띄어 곤란하기도 하다. 하지만 나도 건강한 청년이기 때문에 성욕도 당연히 있다”

불과 몇 년전 오체불만족의 저자 오토다케 히로타다가 TV 패널로 출연해 했던 발언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발언은 장애인에 대한 성생활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선입견을 깨트려줬다고 평가를 받았습니다. 일본에서는 연인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시설이 장애인에게는 얼마나 불편할 수 있는지 일깨워주는 발언이었습니다.

지난 한주 간 오체불만족의 저자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불륜 소식이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선천성 사지절단증으로 팔다리가 없는 오토다케의 성공스토리에 감동을 받았던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까지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난 일주일 간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언론에서도 오토다케와 관련된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도 ‘장애인’인 오토다케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분노했습니다. 그야말로 ‘추락한 영웅’이었습니다. 여기에 오토다케의 아내가 “민폐를 끼쳐 송구하다”라는 입장을 발표해 한국에서는 일본의 부부 문화가 새삼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장애를 극복한 것으로 존경받아온 유명인의 추락’은 여론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오토다케의 개인사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이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일본 사회에서 형성된 두 가지 담론이 바로 그것입니다. 

오토다케 히로타다 [자료=info-watch.net]

첫 번째 키워드는 ‘장애’입니다. 24일 오후 니혼TV 정보프로그램 ‘슷키리’에서 출연한 평론가 우노 츠네히로 이런 말을 던집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애를 역이용해서 이 나라에 부족한 다양성이나 시스템의 유연성을 진지하게 채워나가기 위해 많은 활동을 벌여왔다. 이번 스캔들을 통해 사람들이 의지를 모아 오토다케를 사회적으로 말살시키는 것이 이 나라에 좋을지 말지를 신중히 판단하기 바란다”

오토다케를 두둔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불륜을 두둔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불륜은 확실히 잘못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그의 사회적 정체성과 엮는 것은 곤란합니다. 불륜에 있어 그는 성 문제에 있어 잘못된 도덕의식을 가진 ’사람‘일 뿐입니다. 그의 신체적 정체성인 ’장애인‘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불륜 사실이 드러난지 일주일이 지나자 인터넷 매체인 블로거스와 Jb 프레스 등은 “오토다케와 같은 장애인은 성욕구를 해소하는 데 불편을 많이 느끼는가”며 “그런 요인이 불륜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는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기사를 불편하게 지켜봤던 장애인들은 “불편함이 있을지 몰라도 이건 오토다케 개인의 문제다”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오토다케를 성욕이 강한 사람이 아닌 장애인으로 바라보고, 일상생활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는 사회의 편견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떠오른 두 번째 키워드가 ‘성별’입니다. 일본 연예계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지난 1월과 2월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트린 ‘베키 불륜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인기 여자 연예인인 베키는 밝고 귀여운 이미지로 일본 10~20대의 젊은 여성들이 가장 친구 삼고 싶어하는 연예인 1위에 오르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유부남 가수 가와타니에논과 불륜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 보도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베키는 자신이 출연하는 모든 방송과 CF에 중도 하차하고 위약금까지 물어야 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관련 보도는 지금까지 쏟아지고 있지만, 오토다케의 불륜에 관한 보도는 크게 줄기 시작했습니다. 오토다케까지 가지 않더라도 베키의 불륜상대였던 가와타니 에논은 소동 이후에도 활동을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두고 영국 가디언 지는 “성차별” 때문이라고도 지적했습니다.

베키가 여론의 분노를 산 이유는 기자회견을 통해 가와타니와 “그냥 친구 사이”라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토다케 사태를 계기로 대중은 ‘여자’인 베키가 불륜을 저지른데다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더 가혹한 대우를 받은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여론은 오토다케든, 베키든 자신의 잘못에 대한 개인적ㆍ사회적 책임을 지면 그걸로 된 것이라고 정리했습니다. 불륜을 놓고 장애인이냐 비장애인이냐, 여성이냐 남성이냐를 따지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죠. 이러한 담론 과정을 통해 잇따라 일본 열토를 강타한 유명인 불륜 문제는 어느덧 하나의 '해프닝'으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담론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토다케의 불륜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첫 번째 메세지는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배우자를 배신하는 것은 잘못된 행위’이며 ‘인간으로서 부도덕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그동안 쏟아진 보도를 통해 충분히 다뤄졌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가십성 기사든 아니든 말이죠.

장애와 성별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일본사회가 문제 제기한 ‘유명인의 불륜 문제를 바라보는 사회의 자세’는 앞으로 우리도 논의해야 할 문제입니다. 오토다케의 불륜은 그동안 그가 쌓은 신뢰를 무너뜨렸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그동안 이룬 성과들까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걸까요? 연예인 베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연예인으로서 일본 사회에 형성한 다양한 콘텐츠들까지 무의미한 것이 되는 걸까요? 만약 그러하다만 그것을 판단하고 심판할 수 있는 ‘주체’는 누가될 수 있는 것일까요. 이 질문은 나아가 불륜을 저지르는 일반인에 대한 사회의 대처까지 다룰 수 있기 때문에 민감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을 던져야만 ‘가십’으로 시작해 ‘가십’으로 끝나는 유명인 불륜 문제가 야기하는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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