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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태양의 후예와 스토리 산업
‘천일야화’는 6세기경 페르시아에서 전해지는 천일동안의 이야기를 아랍어로 기술한 설화로 스토리가 가진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주인공 세헤라자드는 폭압적인 왕에게 천일 동안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어 자신의 목숨을 구한 것은 물론 왕의 잘못을 뉘우치게 만들고 선정을 베풀게 했다. 이야기가 나라의 운명까지 바꾼 것이다. 같은 6세기, 우리에게는 ‘서동요‘가 있었다. 단 네 줄로 이루어진 짧은 노래로 백제 무왕은 선화공주와 결혼을 하고 임금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천일야화’와 ‘서동요’이야기는 무려 1400여년의 세월을 지나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까지 전해져 온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시청률 30%를 돌파했고, 동시 방영 중인 중국에서는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를 훌쩍 뛰어넘어 공안당국이 ‘시청 주의보’를 발령할 정도다. ‘태양의 후예’ 역시 스토리가 가진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태양의 후예‘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매년 개최하고 있는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지난 2011년 우수작으로 선정된 ‘국경없는 의사회’가 원작이다. 수상자 김원석 작가는 김은숙 작가와 공동으로 드라마 극본 작업에도 참여했다. 

스토리는 콘텐츠산업의 원천이라는 가치를 갖고 있으며 영화, 드라마, 만화, 애니메이션, 출판 등 다양한 장르로 변형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스토리는 콘텐츠산업을 구성하는 ‘줄기세포’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다양한 장르가 결합하여 새롭게 진화하는 융복합 콘텐츠 시대에 스토리는 더욱 무한한 가치를 갖고 있다.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은 이러한 스토리의 가치를 확인하고 스토리 기반 지적재산물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처음 시작됐다. 지금까지 총 9205편이 접수됐으며, 수상작 117편은 출판, 방송,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품화돼 대중의 사랑을 받아 왔다. 드라마 ’닥터 이방인‘, 영화 ’더 파이브‘ 등이 사업화 지원을 받아 성공한 사례이며, 지난 2011년 최우수상을 수상한 장용민 작가의 소설 ’궁극의 아이‘는 현재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와 드라마 제작을 협의하고 있다.

‘서동요’처럼 우리에게는 오랜 역사 동안 축적되어온 풍부한 이야기의 저변이 있다. 이야기 자체는 흥미를 제공할 수 있지만 가공되고 활용되지 않으면 미래 산업으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이야기 창작자가 홀로 사업화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전담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콘진원이 K-스토리를 발굴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단계에서부터 투자유치, 제작, 유통, 글로벌화까지 스토리의 전 단계를 지원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 달부터 다시 스토리공모대전이 시작된다. 올해 공모전을 통해 ’태양의 후예‘를 넘어서는 ‘빅 킬러 콘텐츠’로 발전할 가능성을 품은 이야기의 원석들을 다수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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