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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국기도회, 300명 안됐다고 집시법 위반?
경찰 “21일 시국기도회, 단서조항 어겨”
장로회측 “정치적 의도로 종교행사 탄압”



[헤럴드경제=원호연ㆍ고도예 기자] 21일 경찰이 한국 기독교장로회가 주최한 시국기도회를 불법집회라 규정하고 진압하면서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 측은 사전에 합의한 단서조항을 어겼으니 불법집회라 주장하지만, 장로회 측은 경찰의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는 정치적 탄압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대립은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30일 한국 기독교장로회 최부옥 총회장 외 2인에게 소환장을 보내면서 불이 붙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최부옥 총회장 외 2인에게 출석을 요구했다고 31일 밝혔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대한문 앞에서 무교로터리로 이동해 기도회를 연데 따른 것이다. 


당일 시국기도회 당시 장로회 측은 대한문 앞에서 무교로터리 쪽으로 이동하며 기도회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행사 참여 인원이 당초 신고인원인 300명보다 적기 때문에 차로에서 기도회를 열 수 없다며 막아섰다. 경찰은 “불법 집회”라며 행사참여자들을 막아섰고, 장로회측은 무교로터리 인근 차로에 의자를 설치하고 40분에서 50분 간 기도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의자 등을 설치하지 못하게 하려는 경찰과 강행하는 주최측 간에 몸싸움이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과 장로회 측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참여 인원은 200여명이었다.

경찰은 당시 인도를 벗어나 종교행사를 벌인 것이 사전에 합의된 단서 조항을 어긴 불법 행위라 주장한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집회를 신고할 때 집회신고자와 경찰관은 행사 참여 인원이 300명 미만일 경우 인도에서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단서조항에 합의했다는 것. 경찰은 이같은 단서조항이 비단 이번 행사만이 아닌 통상적인 집회신고 시 이뤄지는 관례라고 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같은 단서조항이 인도와 차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을 경감시키기 위해서 이뤄진 조치라고 말했다. 경찰은 다년간 집회를 해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참석인원이 일정 수준 미만일 경우에는 인도를 이용해 행진하겠다는 단서조항을 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남대문경찰서 정보과 관계자는 이를 “경찰관과 신고자 간의 약속”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장로회 측은 경찰의 주장은 법적 근거가 부족하며 정치적 탄압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한국 기독교장로회는 30일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행진인원 300명이 안되기 때문에 행진을 가로막는다는 경찰측의 법적 근거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며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결사의 자유,종교양심의 자유를 경찰의 입맛대로 침해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성토했다.

한국 기독교장로회 총회본부 정의평화선교부 신연식 목사는 “지금까지 시국기도회를 여러차례 했지만 인원이 모자란다고 해서 이번같은 충돌이 있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추측건대 대한문에서 시국기도회를 할 때 발언수위가 높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탄압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시국기도회는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세월호 참사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농성 등의 사례를 들어 민주주의가 우리 사회 약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되새겼다. 이외에도 국정 교과서등 일련의 사태를 비판했다.

그는 “과거 종교행사의 경우는 참여 인원이 300명 인원 규정에 다소 못미치더라도 크게 탄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법과 원칙을 중요시하는 입장은 이해하지만 소환장까지 보내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과잉대응이다”라고 덧붙였다.

집회 시 인원 규정을 단서로 둬야 한다는 경찰의 주장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 12조(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에 기반한다. 이는 원활한 교통의 흐름을 위해 주요 도시의 도로에서 집회나 시위를 할 때 관할 경찰서장이 시위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단서조항 위반과 과잉대응이라는 공방은 집회시위가 발생할 때마다 불거진 대립이기도 하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에서 ‘백남기농민 쾌유기원, 한상균 구속 규탄 시민대회’를 열 당시에도 빚어졌다. 당시 경찰은 집시법 12조에 따라 인원이 300명 미만일 때 도로교통에 방해를 초래할 수 있으니 인도로 행진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주최측은 경찰이 억지 조항을 근거로 합법적인 거리 행진을 방해한다며 맞섰다.

장로회 측은 “성찬예식은 종교적 상징인데 종교상징을 진행하는 행위까지 막아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경찰의 이번 소환에 대해 강력하게 저항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출석요구를 받은 최부옥 총회장 등을 오는 4월 2일 남대문경찰서에서 해당 내용 관련해 조사할 계획이라 밝혔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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