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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중년남자 ‘태양의 후예’ 사랑법
인기있는 드라마를 모두 챙겨보지는 못하더라도 화제가 되는 드라마 하나는 꼭 봐야 얘기가 통하는게 한국사회다. 대화에 끼이지 못할 뿐더러 시대의 감수성과도 멀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10대 딸하고 정해 보는 드라마가 얼마전까지는 ‘치즈인더트랩’이었고, 지금은 당연히 ‘태양의 후예’다. ‘유정선배 멋져!’를 내내 외쳤던 딸은 지금 ‘송중기 꺅!’을 질러대고 있다. 어떻게 하루아침에 그렇게 변심하는지 놀라울 정도다. 딸에게 농담삼아 물어봤다. “유정선배는 어디갔어?” 딸은 엄마가 이상하다는듯 정색하고 “엄마, 다른 애들도 다 그래”라고 말한다. 잠깐, 배우 노릇하기 참 힘들겠단 생각이 든다.

그런 딸의 열띤 반응 가운데 흥미로운 건 상대 여배우에 대한 평가다. ‘김OO는 얼굴이 어때’‘송OO는 옛날에 누구랑 사귀었대’식이다. 한마디로 못마땅하다는 얘기다. 드라마와 아무 관련성 없는 얘기가 상대 여배우를 질시하는 것처럼 들린다.

사춘기 소녀들이 ‘태후앓이’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딱 하나다. 어떤 표정, 무슨 말을 해도 멋진 송중기때문이다. 서대영 상사도 매력있지만 유시진 대위가 없으면 서 상사도 없다. 이들은 송중기의 일거수 일투족에 가슴떨려한다. 키스씬에는 얼굴을 붉히기까지 한다. 대상을 온전히 내면화하는 순정한 그 나이에 당연한 일이다. 20,30대의 사랑도 10대 못잖다. 매력적인 상대가 나타나면 물불 안가릴 호르몬이 넘치는 시기이지 않은가.

사실 ‘태후의 날’이라 불리는 수ㆍ목요일에 이들만 들뜨는게 아니다. 40,50대 남자들이 흥분한다는데 ‘태양의 후예’가 멜로 중의 멜로로 꼽히는 이유다. 중년남성들이 드라마를 보러 일찍 집에 간다는 건 확실히 이상한 현상이다. 드라마 방영 중에는 말을 붙일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한다는게 주위 아줌마들의 얘기다. 문득 궁금해진다. 그동안 멜로와는 거리가 멀었던 배 나온 아저씨들이 왜 TV앞에 돌아 앉은 걸까? 

단지 매력적인 송혜교에 대한 달달한 감정때문일까? 물론 남자들이 강모연을 통해 한 때 아름다웠던 시절과 대상을 기억속에서 소환할 수도 있지만 이 보다는 ‘송중기 효과’로 보는 게 맞다.

특전사 요원 유시진이 과거 남자의 이상, 모럴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이런 대사들이다. “미인과 노인과 아이는 보호해야 한다는 게 내 원칙이라”“군인인 나한테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시하라고 국가가 준 임무는 없다”“당신은 의사로서 당신의 일을 해요.죽여야 할 상황이 생기면 죽이는 건 내가 할 테니까”

더욱이 유시진은 어떤 재난과 위기 상황속에서도 탁월한 문제해결능력을 보인다. 그 스스로 “나는 일 잘하는 남자”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바로 이런 능력있고 패기있는 멋진 남자, 유시진은 바로 남자들이 되고 싶었던 자아이다. 즉 자기 동일시다. 불확실한 현재와 미래 앞에 주눅들고 불안해하는 소심하고 찌질한 현재의 나를 잊게 해주는데 중년의 ‘태후 사랑법’이 있는 건 아닐까.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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