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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진핑 물러나라” 심상찮은 반대 기류…권력 장악 행보 역풍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권력 장악 행보가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반대파 숙청 및 언론 장악에 대한 비판은 물론이고, 노골적으로 하야를 요구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시진핑에 대한) 비판은 기업 사회와 언론에서 최고조에 이른 상태지만, 공산당 내부에서 가장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며 “비판의 핵심은 시진핑으로의 권력 집중화 및 반대파 숙청에 대한 불만이다”라고 29일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같은 날 오전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명경신문망 산하 한 웹사이트에 시 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충성스러운 중국 공산당원’ 171명 명의의 공개서한이 올라왔다. 이들은 서한에서 시 주석이 개인 숭배, 개인 독재, 민생 외면, 군 사기 저하, 개인 생활 부패 등 5가지 엄중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4일에는 해외 기반의 중국어 사이트와 신장위구르자치구 정부가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 무계신문에 시 주석 퇴진 요구 서한이 게시된 바 있다.

당내 반발이 이처럼 커진 것은 시 주석 치하의 중국이 기존의 ‘집단지도체제’에서 ‘1인 지배 체제’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지난 23일 칼럼에서 “공산당 서열 4위인 위정성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정협 폐막연설을 통해 시 주석 1인 체제에 문제를 제기했다”며 “내년 공산당대회에서 이뤄질 최고지도부 인사를 앞두고 내부 권력투쟁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이전 덩샤오핑 서기는 당 내 8명의 원로들과 힘을 나눠 행사했고, 후진타오 주석은 원자바오 총리와 균형 있는 관계를 유지한 바 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제왕적’이라 불릴 만큼 권력을 강화하며 2인자인 리커창 총리와 힘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올 초부터 중국 수뇌부 및 언론에서 시 주석을 ‘핵심(核心)’이라 칭하는 일이 잦아진 것이 대표 징후다. 핵심은 최고지도자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집단지도체제가 자리잡은 이후 사라졌다.

시 주석 개인이 우상화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례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시 주석의 배지가 등장했는데, 이는 마오쩌둥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얼마 전에는 상하이에서 철거를 막기 위해 시 주석의 얼굴 사진을 도배한 주택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 주석의 얼굴을 함부로 짓밟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에 대해 상하이정법학원 천다오인 부교수는 “법치를 개인숭배가 압도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공산당 바깥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는 높다. 얼마 전에는 시 주석의 ‘1인 지배 체제’ 행동대장 역할을 하고 있는 당중앙기율검사위원회 홈페이지에도 시 주석에 대한 비판 글이 올라왔다. 당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중국에서 감찰과 사정을 총괄하는 곳으로 시 주석이 반대파를 제거하는 데 동원돼 왔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은 “사람들이 잘못된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사람들이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 것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며 언론의 자유가 압살당한 현실을 비판했다.

실제 중국 내 언론 자유가 심각하게 위협받으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2월 인민일보, 신화통신, 중국 중앙(CC)TV를 방문한 후 “언론매체는 반드시 공산당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하며 언론 및 사상 통제를 강화했다. 이후 신화통신 직원 저우팡이 인터넷을 통해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의 언론 통제와 비리를 고발하는 공개서한을 관련 기관에 보냈다. 또 상하이차이징대학 장훙 교수가 지난 3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언론 검열에 대한 비판에 나섰고, 중국의 유력 경제 주간지 차이신(財新)이 이날 장훙 위원의 발언을 인터넷판에 올렸다가 검열 당국에 의해 삭제당했다. 부동산 재벌 런즈창 전 화위안그룹 회장도 언론 단속을 비판한 뒤 SNS 계정이 폐쇄됐다. 29일에는 중국 광둥성에서 발행되는 진보 성향의 일간지 남방도시보의 간판 기자 위사오레이가 당국의 언론 정책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공개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졌다.

WP는 이러한 반발의 원인에 대해 “공산당은 오랜 기간 내부 토론을 거쳐 합의에 의한 지배를 해온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며 “권력이 사유화ㆍ집중화된 시 주석의 체제 하에서 그러한 시스템이 깨졌다는 것에 대한 심각한 염려를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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