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슈퍼리치] 허위ㆍ과장 논란으로 위기에 빠진 美 대표 미녀 기업가들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 기자ㆍ김세리 인턴기자] ‘창업수문(創業守文)’. 어떤 일을 시작하기는 쉬우나, 이룬 것을 지키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참신한 시각과 성공에 대한 의지, 실패를 두려워 않는 정신 등으로 무장한 젊은 사업가가 빠르게 성장하는 경우는 자주 포착된다. 하지만 그렇게 올라선 그가 5년이고 10년이고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지켜야 하는 자리까지 올라서고 나면, 경쟁자들의 집요한 추격이 시작되고, 소비자나 미디어들도 전보다 훨씬 촘촘한 시각으로 그들을 검증하려 들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차세대 기업가로 주목받던 두명의 젊은 ‘미녀 기업가’가 대중과 언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인기 여배우에서 친환경 유아용품 사업가로 변신한 영화배우 제시카 알바(Jessica Albaㆍ34)와 미국 바이오 산업의 신데렐라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홈즈(Elizabeth Holmesㆍ32) 테라노스 창업자가 그들이다. 

제시카 알바

알려진 바 대로 제시카 알바는 몇 해 전 친환경 유아용품 기업인 ‘어니스트 컴퍼니’를 설립하며 사업가로 변신했다. ”두 딸의 엄마로서의 마음을 담아 친환경적이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게 회사의 철학이었다. 

그녀의 유명세와 시대흐름이 더해지면서 어니스트 컴퍼니는 빠르게 성장했다. 친환경적 기업 인증인 ‘비 코퍼레이션’을 받은 후, 기저귀, 베이비로션 등의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업가치가 지난해 기준으로 17억달러(1조9700억원)를 넘었다. 알바가 조만간 자산 10억 달러 이상의 ‘빌리어네어’가 될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들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녀의 회사가 지난 2월, 허위 성분표시 등 기만죄로 뉴욕의 한 부부에게 고소를 당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1년도 안 돼 당한 두 번째 소송이다. 이 부부는 “천연재료의 이름을 달고 나온 바디워시와 샴푸 등이 알고 보니 다수의 합성재료와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다”고 문제 제기했다. 부부 측 변호사는 ‘100% 천연 식물성 재료 기반’으로 표기된 어니스트 컴퍼니의 41개 제품이 모두 합성재료라고 주장했다.

소송사건은 쉽게 진화되지 않을 분위기다. 이 부부와 변호사가 현재 집단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프리미엄 가격을 주고 해당 제품들을 산 피해자들을 모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천연재료 프리미엄을 통해 소비자들이 추가 부담한 액수는 1500만달러를 웃돈다. 

어니스트 컴퍼니 측은 일단 해당 상품들의 판매를 중단하고, 상품의 성분표기 등을 수정했다. 하지만 언론보도를 통해서는 “우리 고객들에 엄청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여전히 우리 제품에 대한 진실성과 투명성을 보장한다”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어니스트 컴퍼니 선크림 제품으로 아이 등에 외상을 입은 고객이 불만 글을 올렸다.

사실 지난 여름에도 어니스트 컴퍼니는 ‘천연재료’ 성분을 허위로 표시해 논란을 앓은 바 있다. 어니스트 컴퍼니의 ‘자외선차단제’ 제품이 부작용을 야기한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부정여론이 들끓은 적도 있다. 몇몇 불만을 품은 고객들은 소셜미디어에 부작용 사진을 올리면는 등 합의금으로만 500만달러를 요구하기도 했다. 제품과 관련한 불협화음이 잦아지면서 현지 언론들도 여느때보다 예민한 시선을 보내는 모습이다. 

엘리자베스 홈즈

곤욕을 치르고 있는 또 한명의 미녀 사업가는 엘리자베스 홈즈 테라노스 창업자다. 피 몇 방울로 240여개의 각종 질환을 진단 할 수 있는 키트 ‘에디슨’을 개발하면서 단숨에 미국 바이오 산업의 기린아가 됐다. 이 혈액검사방법이 상용화 된다면 기존 검사 비용의 10% 수준으로 암을 포함한 질병들을 발견할 수 있다. 

아직 회사가 기업공개를 하지 않았음에도 현재 그녀가 보유한 테라노스사의 지분가치는 36억달러, 우리돈 4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40세 미만 부호 순위에서 6위를 차지한 가장 ‘젊고’, ‘혁신적인’ 여성 기업가다. 테라노스의 현재 기업가치는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올들어 그녀는 ‘기대와 선망의 대상’에서 ‘의혹과 검증의 대상’이 됐다. 지난해 연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테라노스의 제품 성능이 과대포장 되어 있고, 일부는 허위라고 지적하고 나서면서 부터다.

테라노스는 자체 개발한 에디슨을 통해 240여개의 질환을 검사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WSJ가 접촉한 익명의 테라노스 전 연구원은 사실상 검사할 수 있는 질병은 15개에 불과하다고 고백했다. 기술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미국 메디케어·메이케이드 서비스센터(CMS)가 테라노스 감사에 나섰다. 

감사 결과 테라노스가 에디슨의 기능을 일부 과장했을 뿐만 아니라, 에디슨의 실험과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험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에디슨으로 혈액검사를 받다가 문제가 생기면 환자들은 부정출혈을 겪을 수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 명예교수 티몬시 하밀은 “환자들에 위험을 끼치는 실험은 윤리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테라노스 측은 “우리는 이미 에디슨 실험에 동원된 모든 환자들의 건강검사를 마쳤고 아무 이상도 없었다”며 환자들의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는 위 감사결과를 믿을만한 근거가 없다고 대응하고 나섰다.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있는 테라노스 실험실

최근 들어서는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지며 테라노스의 발목을 잡고 있다. WSJ가 CMS의 감사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CMS가 이 조사결과를 뒤늦게 발표했는데 , 환자들의 생명과 관계될 수도 있는 문제를 즉시 언론에 보도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WSJ는 “테라노스가 계약을 맺고 있는 거래들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조사발표를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회사측 관계자의 진술을 보도했다. 

왈그린스 약국

때문에 테라노스에 대한 검증 분위기는 점점 거세지는 추세다.최근에는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최대 의약품 체인점 ‘왈그린스(Walgreens)’가 테라노스와의 계약을 합법적으로 파기할 방법을 찾고 있다는소식도 나온다. 미국 바이오 산업의 총아로 떠오른 홈즈와 테라노스가 어떻게 난관을 극복할 지에 미국 언론의 관심이 모인다.

seri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