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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왕족ㆍ재벌家ㆍ상속자’ 면세산업 왕좌 노리는 억만장자들
-세계 면세시장 ‘미다스손’ 중동 왕손ㆍ獨가족경영 후손ㆍ자선 사업가까지 각양각색
-중국 여행객ㆍ저비용항공사 증가따라 면세시장 2019년까지 51%↑…M&A 등 각축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윤현종 기자]영국 히스로 공항-듀프리(Dufry),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DFS, 프랑스 드골 공항-LS 트래블 리테일, 싱가포르 창이공항-신라, 일본 간사이공항-롯데….

공항에 도착한 사람이라면 대다수가 거치는 과정이 있다. ‘면세 쇼핑’이다. 흔히 명품이라고 불리우는 패션상품부터, 화장품, 디지털기기, 술, 담배까지. 관세가 빠져 시중보다 훨씬 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제품들에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특히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의 국민소득이 늘면서 면세점은 점점 더 북적인다. 그들에게 어디서 물건을 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평소같으면 가격을 꼼꼼히 비교하거나, 구매시 딸려오는 서비스가 뭔지 따져보지만, 면세 쇼핑을 할 때만은 예외다.

면세 산업은 점점 더 전쟁이 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를 중심으로 시장규모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거대 사업자들간의 시장 쟁탈전이 뜨겁다. 저비용항공사 등 전반적인 항공편의 증가와 중국, 인도 등의 해외 여행객들의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분석 전문회사 콘루미노(Conlumino)에 따르면, 전세계 면세시장 규모는 2014년 487억달러(56조5845억원)에서 2019년 736억달러(85조5160억원)로 5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면세사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면서도, 일단 들어오면 ‘자본의 힘’이 사실상 승부를 좌우하는 시장이다. 그렇다 보니, 점점 거대 공룡들간의 대결이 되고 있다. 특히 커지는 아시아권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합종연횡이 치열하다. 이들 업체를 이끌고 있는 수장들은 가업 승계자에서 중동 왕족, 전문 경영인까지 다양하지만 ‘홈그라운드’를 넘어 다른 대륙으로 매장 확대를 노리는 것은 공통점이다. 이른바 면세시장 ‘글로벌 대전’이다.

▶삼성家 장녀 이부진, 국내외 경쟁력 강화=지난 25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호텔신라의 면세점인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이 전면 개장했다. 지난해 12월 부분 영업(프리오픈)을 시작한 지 3개월 여 만에 3~7층까지 완전히 개장(그랜드 오픈)한 것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국내 면세점 시장을 잡기 위해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의기투합해 만든 ‘역작’으로 평가된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연간 5000~6000억원 매출이 예상된다”며 “온라인 면세점이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럭셔리 브랜드를 추가 유치하면 2년차 이후 당초 기대했던 연 1조원 매출을 달성하고 서울 시내 3위권 면세점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 그랜드 오픈일인 지난 25일 오전 이부진(왼쪽) 호텔신라 사장이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을 찾아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상섭 기자]

이부진 사장은 해외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14년 싱가포르 창이공항점과 마카오공항점을 시작으로 올해 태국 푸켓 시내점, 내년 상반기에는 일본 도쿄 신주쿠 시내점을 개장할 계획이다. 일본 시내점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겨냥해 번화가 신주쿠 랜드마크 중 하나인 다카시마야신주쿠점에 약 2800㎡ 규모로 들어선다. 호텔신라는 지분 20%를 소유하게 된다.

호텔신라는 1986년 신라면세점 서울점을 열고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1989년에는 신라면세점 제주점을 선보였다. 현재 신라면세점은 세계 면세ㆍ유통업계 7위(2014년 매출 25억원 기준)다. 이부진 사장은 2001년 호텔신라 경영에 합류한 이후 면세점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이 사장의 주식자산은 2조2307억원으로 국내 부호 9위에 올라 있다.

▶‘합병의 귀재’ 듀프리=세계로 눈을 돌리면 지난해 세계 면세점 업체 순위에는 지각변동이 일었다. 면세산업 효시격으로 업계 1위를 고수하던 DFS(Duty Free Shoppers)가 듀프리(Dufry)에 밀려 2위로 내려앉은 것이다.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스위스 면세업체 듀프리는 2014년 스위츠 취리히에 기반을 둔 경쟁업체 뉘앙스그룹(Nuance Groupㆍ2013년 현재 업계 7위) 지분 100%를 17억2000만달러(2조139억원)에 인수하며 단번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이어 지난해 3월에는 업계 6위였던 월드듀티프리그룹(WDF)까지 13억유로(약 1조5582억원)에 인수해 명실상부 ‘면세점 공룡’에 등극했다. 듀프리의 지난해 매출은 61억3900만달러(7조1881억원)로 뉘앙스와 WDF 합병 전인 2013년보다 2배 가량 많았다.

브라질 상파울로 국제공항에 위치한 듀프리 매장 모습.

현재 듀프리를 이끌고 있는 수장은 줄리안 디아즈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지난 10년 간 12번의 인수ㆍ합병을 통해 회사의 몸집을 불리면서 ‘M&A의 귀재’로 통한다.

듀프리는 1865년 스위스 바젤에서 창립됐다. 2004년 멕시코 사모펀드 업체 애드벤트 인터내셔널에 인수되기 전까지 패트릭 로렌트가 소유해왔다. 이후 다국적 기업의 투자를 받으면서 지배구조는 복잡해졌다. 현재 듀프리는 트래블 리테일 인베스트먼트(Travel Retail Investment S.C.A), 폴리폴리 커머셜 인더스트리얼앤테크니컬 S.A, 허드슨 미디어 그룹 등(22.44%), 모건스탠리 그룹(10.03%), 싱가포르(7.79%) 및 카타르 정부(6.92%) 등이 소유하고 있다.

개인 소유 주주로는 현재 듀프리의 회장인 후안 카를로스 토레스 카레테로, CEO인 줄리아 디아즈, 허드슨 미디어 회장 제임스 코헨 등이 있다. 듀프리는 현재 전세계 62개국 공항, 크루즈, 항구 등 2000여개 매장에서 면세품을 판매한다. 직원은 2만9000명이다.

▶DFS 창업주, 독지가 변신=DFS는 1960년 미국인 척 피니와 로버트 워렌 밀러가 공동창업한 회사다. 이들은 1960년대 유례없는 경기호황을 맞은 일본 관광객을 집중 겨냥하며 하와이와 괌을 시작으로 유럽 등지로 사업을 확장시켰다.

DFS가 세계 최대 면세사업자 등극할 수 있었던 것은 공항 내 뿐만아니라 도심 갤러리아백화점으로 매장을 확대하면서다. 현재 15개 도시, 15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DFS는 1990년대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경기불황이 닥치면서 위기를 맞았다. 피니와 밀러는 1996년 DFS를 16억3000만달러에 세계 최대 프랑스 명품업체 루이비통 모헤 헤네시(LVMH)에 넘기고 경영에서 손을 뗐다. LVMH는 루이비통·크리스찬디올·펜디 등 70개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면서 고급스러운 명품 매장을 면세업에 도입해 DFS를 부활시켰다. 또 2003년에는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던 본부를 홍콩으로 이전하고, 2007년 마카오에 면세점을 냈다. 현재 LVMH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은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으로, 그의 자산은 344억달러(40조원)에 이른다.

전재산을 기부한 척 피니 DFS 공동창업주

한편 DFS의 공동창업주 피니는 경영에서 물러난 후 자선사업계의 ‘제임스 본드’로 불린다. 1982년에는 자선단체 ‘애틀랜틱 필랜트로피즈’를 창립해 62억달러(2012년 현재) 기금을 모아 교육과 과학, 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베풂을 실천하고 있다.

피니는 지난 30여년간 75억달러(8조3730억)를 기부했다. 자가소유 집이 없고 비행기도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남은 자산은 200만달러(23억원)이지만 이마저도 전부 기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피니는 “내 마음 속에 결코 변하지 않는 신념이 하나 있다”며 “바로 당신의 부를 다른 사람을 돕는데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리딩 더 웨이 비전 2020 상생 2020‘을 선포하는 모습. 이날 신동빈 회장은 “2020년까지 면세점 세계 1위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가업승계, 롯데ㆍLS트래블리테일=호텔롯데의 면세점인 롯데면세점은 글로벌 면세 사업자 순위 3위다. 2014년 매출이 4조71억원(35억3500만유로)으로 2위인 DFS(37억5000만유로)를 바짝 추격했다.

롯데면세점이 업계 3위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증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중국의 경우 지난 2001년 이후 해외여행에 나서는 중국인이 연평균 19%씩 늘어났다. 이들은 아시아 면세점 시장이 매년 30%씩 성장하는 ‘큰 손’으로 자리매김 했다.

롯데는 2020년까지 면세분야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호텔롯데 면세사업부는 1980년 국내 최초 면세점 사업을 시작해 현재 국내에 7개 매장(월드타워점 포함)을 두고 있다. 해외 면세시장에는 2012년 첫 진출해 올해 해외 매장을 6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수카르노하타공항, 자카르타 시내점, 괌 공항점, 일본 간사이 공항점, 일본 도쿄 긴자 시내점, 태국 방콕 시내점이 포함됐다.

롯데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롯데홀딩스(19.1%)다. 롯데홀딩스는 다시 일본의 광윤사가 2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형제의 난’ 이후 롯데그룹의 ‘원톱’으로 부상한 신동빈 회장은 올해 6월 호텔롯데를 상장할 계획이다. 신동빈 회장의 주식자산은 1조6176억원으로 국내 부호 17위다. 

프랑스 라가르데르 그룹 아르노 라가르데르(오른쪽) 대표이사와 그의 아내 야데 포렛.


가업을 승계해 면세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회사는 롯데 이외에도 업계 4위인 LS 트래블 리테일이 있다. 물론 대한민국의 LS그룹과는 상관없는 회사다. 모기업은 프랑스 미디어그룹 라가르데르(Lagardere)로, LS 트래블 리테일은 라가르데르 그룹의 ‘성장엔진’으로 꼽힌다. 지난해 매출액이 31억유로로 전년대비 11% 증가했기 때문이다. LS 트래블 리테일은 파리 드골 공항 등 유럽 주요 공항과 아시아 신흥국에 진출해 있고 전 세계 130개 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현재 라가르데르를 이끌고 있는 인물은 창업주 장-룩 라가르데르의 아들인 아르노 라가르데르(55)다. 아르노는 라가르데르 그룹의 지주회사인 라가르데르 SCA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의 순자산은 24억달러(2조8000억원)로 평가된다. 아르노는 2013년 벨기에 출신 모델 야데 포렛과 결혼해 슬하에 딸 둘과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독일 면세점 하이네만을 이끌고 있는 사촌지간 클라우스와 구나르 하이네만


▶가족경영 하이네만ㆍ중동 왕족 두바이면세점=독일의 대표 면세점인 하이네만은 글로벌 면세사업자에선 보기 드문 가족경영 기업이다. 사촌지간인 클라우스와 구나르 하이네만이 1978년부터 기업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1879년 함부르크를 기반으로 설립된 하이네만 기업의 4세대 후손들로, 하이네만 기업 고유의 가치와 문화, 정체성을 바탕으로 창립이래 지금까지 가족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하이네만 면세점은 독일은 물론 스페인,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등 유럽 주요 공항에 입점해 있다. 또 폴란드와 헝가리 등 동유럽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물론 지난해 롯데를 제치고 영업권을 따낸 호주 등 아시아권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셰이크 아흐메드 빈 사에드 알 막툼


한편 글로벌 면세점 업계 8위인 두바이듀티프리(DDF)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왕족이 수장이다. 두바이의 전(前) 통치자인 셰이크 사에드 빈 막툼 빈 하셰르 알 막툼의 막내 아들인 셰이크 아흐메드 빈 사에드 알 막툼(Sheikh Ahmed Bin Saeed Al Maktoumㆍ58)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두바이공항 회장 겸 두바이 민간항공청장을 맡고 있다. 순자산은 180억달러(21조원)로 평가된다.

셰이크 아흐메드는 두바이 국제 공항을 새단장하면서 면세점 공간을 7000 평망미터로 확대하는 등 면세점 투자를 강화했다. 덕분에 DDF는 2014년 매출 15억7000만유로로 한 해 전보다 7% 상승했다. DDF는 두바이 국영 투자회사의 자회사로, 1983년부터 두바이 국제공항에서 세계 여행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cheon@heraldcorp.com
그래픽. 이해나 인턴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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