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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도 너무 다른, 국내-해외시장 'K아트'
[홍콩=김아미 기자] “대단한 성장이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굳이 스위스 바젤, 미국 마이애미까지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2016 아트바젤 홍콩’ VIP 프리뷰 전시를 본 국내 미술 관계자의 말이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아트바젤 홍콩의 성공은 놀라웠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동시대 가장 핫한 작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고, 각국의 미술관계자들, 컬렉터들이 작품을 보기 위해 서로 다른 대륙에서 날아왔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아트페어로 자리매김하는데 더 이상 부족함은 없었다.

국내 미술계 입장에서 2016년 아트바젤홍콩은 두 가지 시사점을 남긴다.

해외 갤러리들이 단색화를 대거 내걸만큼 한국 작가들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과, 세계 미술시장에서 아트바젤홍콩이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데 반해 키아프(KIAFㆍ한국국제아트페어)는 이에 대한 대응책을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①중화권 컬렉터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학고재갤러리 서용선 작가의 그림(오른쪽)②해외 갤러리가 들고 나온 이우환 작가의 작품들  ③세계 최고 화랑‘하우저&워(Hauser&Wirth)’ 갤러리에서 전시된 루이스 부르주아의 ‘스파이더커플’(왼쪽)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한국 작가들 높아진 위상…시장 불확실성 여전히 걸림돌=올해 아트바젤홍콩은 한국 작가들의 국제적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다수의 해외 갤러리들이 한국 작가 작품을 들고 나왔고, 그 중에서도 단색화가 두드러졌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페로탱갤러리는 박서보의 묘법을 포함, 정창섭, 이승조 작품을 내걸었고, 홍콩, 베이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르트(De Sarthe)갤러리도 박서보 작품을 걸었다. LA, 뉴욕, 도쿄에 근거지를 둔 블룸앤포는 이우환의 1979년작 ‘선으로부터’를 포함해, 권영우, 윤형근, 하종현까지 4개 작품을 별도 전시 섹션으로 꾸몄다. 영국의 명문 벤브라운갤러리는 이우환의 ‘조응(Correspondanceㆍ1995)’을 루치오 폰타나의 작품 옆에 나란히 걸기도 했다.

이 밖에도 리슨, 도미니크레비, 카멜므느르, 미즈마 등 많은 갤러리들이 이우환 작가의 작품을 앞다퉈 내놔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해외 시장에서 국내 작가들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국내시장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위작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우환 작가의 위작 관련 경찰 수사가 수개월째 ‘미결’ 상태로 지속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박서보 작가의 1970년대 ‘묘법’ 위작들이 국내 경매회사에 출품됐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아트바젤홍콩 현장에서 만난 박서보 작가는 “직접 검증을 해 보니 위작임이 분명했다. 작품을 절대 경매에 내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결국 문제의 작품은 경매 직전 철회됐다. 평소 자신의 작품에 대한 ‘브랜드 관리’가 철저하기로 정평이 난 작가였기에 그나마 신속하게 초기 대응을 할 수 있었지만, 만약 그대로 경매가 진행됐다면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을 게 분명하다.

다수의 미술 관계자들은 한국 미술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위작과 같은 시장 불확실성이 제거돼야 한다고 말한다. 아트바젤홍콩 전시장에서 만난 최윤석 서울옥션 상무는 “시장에서 가장 큰 악재는 불확실성이다. 정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짚고 넘어갈 건 짚고 넘어가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중구난방으로 논란을 키우기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날로 급성장하는 아트바젤홍콩…키아프의 미래는=“최고의 작품들로 갤러리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정상을 지킬 수 있다.” 올해 아트바젤홍콩 ‘갤러리’ 섹션에 참가한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의 말이다.

아트바젤홍콩에 참가하는 데에는 부스비만 10만달러 안팎이 든다. 조명, 가벽설치, 작품 운송비, 체류비 등을 포함해 일주일 동안 20만달러에서 많게는 40만달러까지 소요된다. 이토록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갤러리들은 이 페어에 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전세계 미술계가 홍콩을 주목하기 때문이다.

바젤 측은 참가 갤러리를 까다롭게 선정한다. “작가를 위한 아트페어”를 표방하기 때문에, 전속 작가에 대해 갤러리가 얼만큼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지를 심사한다. 경매회사를 소유한 갤러리들이 바젤에 참가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출품작들도 최고 수준이다. 클로드 모네, 폴 고갱의 19세기 유화 작품들이 걸리는가 하면, 루이스 부르주아,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희귀 작품’들이 나오기도 한다. 마이클 보레만스, 트레이시 에민, 조지 콘도의 신작을 선보이며 1차 시장 역할도 하고 있다.

게다가 비엔날레의 기능까지 접목했다. 갤러리 섹션 부스들 사이에 신생 갤러리와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보여주는 ‘디스커버리’, ‘인사이트’, ‘인카운터’ 섹션을 섞어, 단지 작품만 사고 파는 마켓이 아니라 세계 미술계의 트렌드를 이끄는 페어로써의 경쟁력을 갖췄다.

아트바젤홍콩의 급성장으로 아시아 미술시장의 패권이 홍콩으로 기울어지면서 키아프도 급해졌다. 키아프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갤러리, 작품, 컬렉터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갤러리들로 구성된 한국화랑협회가 주도하는 행사다보니, 협회에 등록된 갤러리들 가운데 옥석을 추려내는 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박우홍 한국화랑협회장은 “현상만 갖고 접근하기보다 차츰 개선해 나가려고 해야 한다”면서 “시장도, 관객도 폐쇄성이 강한 한국시장에서 키아프의 과제를 어떻게 풀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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