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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파고 쇼크, 그 이후] AI가 물었다…너, 내 친구될 자격 있니?
-지난 1주일간 알파고가 던져준 메가톤급 충격과 자성론

-①AI기업가정신 ②창의적 교육혁명 ③정부 선제지원 ‘3無’

-“4차 산업혁명=AI” 공감대 있으나 공존의 시대 고민 없어




[헤럴드경제=김영상ㆍ박세환ㆍ이정아 기자]지난 1주일동안 우리 사회는, 아니 지구촌 전체는 ‘알파고 충격’에 휩싸였다. 인공지능(AI) 위력은 엄청났다. 세계 최강 바둑고수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세기의 바둑대결에서 힘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곤, 지구인은 핵폭탄이 투하된 듯한 패닉에 빠졌다. 인간 고유 영역이라 믿었던 바둑이 인공지능에 패배하자, “인공지능에 인간이 지배당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두려움마저 생겼다.

사실 인공지능은 낯선 것은 아니었다. 영화 속 AI는 우리에게 어쩜 친근했다. 하지만 AI가 인간 상상력의 무한 보고라는 바둑을 점령하자, 이같은 경계령이 떨어진 것이다.

당장 ‘AI 다시보기’가 시작됐다. 호들갑 떠는 수준이다. 그동안 인공지능시대를 대비한 작업에 우리 사회가 소홀히 해왔다는 점에서 약간 민망하기도 하다.

인공지능이 이처럼 대단한 진화를 일궜는데도, 우리는 애써 외면해왔다. 미래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온 것이다.

AI와 관련한 기업가정신은 미약했고, 정부는 기업 몫으로 방치했으면서 이제야 부랴부랴 긴급처방책에 부산을 떨고 있고, 교육계 역시 AI시대에 맞는 창의적 인재육성에 방관했다. 전 사회, 전 분야, 전 계층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공지능은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총아다. 미래 먹거리다. 올초 다보스포럼에서 인공지능이 화두에 오른 것은 AI산업에서 무궁무진한 성장성을 확인한데 따른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4차 산업혁명 하면 인공지능을 떠올린다. 알파고가 세상을 휩쓸고 지나갔기에,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그 자체라고 해도 무방하다.

16일 헤럴드경제가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진행한 ‘4차 산업혁명 방향과 인식’ 설문에서 ‘4차 산업혁명 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물었더니 기업인 20.3%가 인공지능을 꼽았다. 최다였다. 로봇(17.1%)이 뒤를 이었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의 위력을 연상하는 이는 40%에 육박하는 셈이다. 사실 이 조사는 3월1~8일에 이뤄졌다. 이세돌-알파고 세기의 대결이 하루 뒤였으니, 알파고가 던진 강렬한 인상을 감안해 현재 다시 조사한다면 인공지능을 꼽는 확률이 껑충 뛰어오를 것임은 명확하다.

사물인터넷(16.1%), 3D 프린터(14.9%), 무인드론(11.4%) 등이 뒤를 이었다. 공장무인화(6.8%), 무인자동차(3.6%), 무인화(2.0%) 등도 거론됐다.

세상이 앞으로 인공지능, 인공지능 외칠 수 밖에 없는 지금, 문제는 답이 없다는 것이다.

정보기술 업계 임원은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이 미래 성장이라는 것을 말만 했을뿐 제대로 눈길을 준 적이 없고,정부 역시 전술이나 전략도 하나 없이 기업 의무로 돌렸다”며 “기업 스스로도 AI에 관한한 기업가정신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이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등은 4차 산업혁명 물결을 타고 하늘높이 치솟으려는 데, 국내 기업 중 뚜렷하게 4차 산업혁명 트렌드에 편승한 곳은 없다. 물론 국내서도 네이버와 카카오, SK텔레콤, 게임업체 등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연구는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걸음마 수준이다.

교육은 더 한참 떨어져 있다. ‘인공지능과의 공존’이 숙제로 대두된지 오래인데도 인공지능 시대를 겨냥한 교육혁명은 손조차 대지 못하고 있다. 이세돌-알파고 바둑 대결로 인공지능시대의 인간ㆍ기계 윤리 문제가 대두됐는데, 우리로선 이런 논의조차 언감생심이다.

이효수 영남대 교수는 “여전히 학생들에게 지식을 복사시키는 X(Xerox)형 인재육성 시스템을 고집하는 게 현실”이라며 “변화를 선도하고 그것을 즐길줄 알고, 끼와 함께 창의적인 지식으로 인공지능과 차별화할 수 있는, 그런 Y(Yield)형 인재를 키우는 쪽으로 교육대혁명이 단행돼야 할 때”라고 했다.

정부의 뒤늦은 대응은 뼈아픈 대목이다. 알파고 쇼크로 화들짝 놀란 정부는 부랴부랴 인공지능 간담회를 하는 등 뒷북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여태까지 미적대고 있다가 이세돌-알파고 대결로 AI 관심이 폭발적으로 일자 뒤늦게 지휘봉을 잡겠다는 등 ‘보여주기 행정’을 진행 중이다. 1조 이상을 인공지능에 쏟아붓겠다는 등의 급조 냄새가 나는 정책마저 내놓고 있다.

ICT 업체 한 임원은 “4차 산업혁명이든, 인공지능이든 그동안 정부는 ‘기업들이 알아서 하라’는 쪽이었는데, 뒤늦게라도 수장역할을 한다니 반갑기는 한 일”이라며 “그러나 실행력이 모호한 투자액 발표보다는 인공지능시대에 맞춘 규제 완화와 신산업동력 성장책의 구체적인 비전과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알파고 쇼크’를 치유하고 우리 사회에 긍정적 결과로 유도하기 위해선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분발 의지가 중요해 보인다. 당장 4차 산업혁명 투자의 불길을 지피면서 교육혁명, 정부 선제지원 등이 가미돼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다.

이번 설문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기업은 10.4%에 그쳤다. 10곳 중 1곳만이 준비하고 있다는 것으로, 다소 충격적인 수치다.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기업은 59.0%였으며, 잘 모르겠다는 기업도 30.6%에 달했다.

여기엔 글로벌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아 투자 여건이 좋지 않은 점이 반영됐다. ‘4차 산업혁명에 투자하고는 싶지만 여력이 없다’는 기업은 27.7%였다.

인공지능 시대에 뒤쳐지면 생존은 없다는 것을 알파고는 보여줬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지레 겁먹는 것은 한국경제로선 불행한 일이다.

알파고 충격을 차단하고, 인간의 창의적 의지대로 움직이는 인공지능시대를 맞이하려면 이런 구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알파고여, 두려움 없이 전진하는 인간이 돼 너와 동행하마.”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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