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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기자의 일본열전] 초식남ㆍ육식녀…화이트데이에 남편 목 조른 아내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일본인 A (28ㆍ남)씨는 4년 간 사귄 여자친구에게 발렌타인 데이 답례로 수제 쿠키를 전달할 예정이다. 일반 편의점이나 매점에서 파는 초콜릿이나 쿠키를 선물하느니 자신이 직접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자친구 B(27) 씨는 그의 선물을 고맙게 받았다.

#일본인 C (27ㆍ여)씨는 당황했다. 대학 동문 D (27ㆍ남)씨에게 화이트데이 날 돌연 고백을 받았기 때문이다. 선물은 고마웠지만 집까지 바래다주겠다는 D 씨의 말에 C 씨는 약속이 있다고 둘러대고 서둘러 귀가했다. 예쁘게 포장된 상자 안에는 마카롱 24개가 담겨 있었지만, 절반도 못 먹고 버려야 했다.

화이트데이를 알면 일본 연애문화가 보인다. 일본은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지만, 일본 연애문화도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연인과의 달콤한 사랑을 확인하는 날, 화이트 데이 역시 그렇다.

‘초식남’, ‘육식녀’의 원조답게 일본은 남성의 여성화와 여성의 남성화가 뚜렷하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이 14일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이 설문에서 응답자 2100명 중 여자친구에게 화이트데이 기념으로 수제쿠키를 선물할 의사가 있다는 남성이 30%에 달했다.
 
71%의 일본인 여성은 남자친구가 화이트데이에 수제쿠키를 선물한다면 “기뻐할 것이다”고 응답했다. 남성이 직접 선물을 만들어 준다는 것에 대한 저항이 적어진 것이다.

2010년 초반까지만 해도 여성들은 대표적인 화이트데이 선물로 고급쿠키나 손수건, 보석 등을 꼽았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수제 초콜릿ㆍ쿠키가 인터넷 매체 및 커뮤니티가 꼽는 ‘성공적인 선물 톱 10’에 올라 있다. 

그렇다고 화이트데이에 남성이 고백하는 경우도 소수에 불과하다. 여성 역시 화이트 데이에 고백 받는 것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아직 화이트데이는 남성이 발렌타인 데이 때 받은 선물에 답례하는 날이란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여성들도 생각치 못한 사람이 고백을 하면 당황스러워 한다. 남성이 화이트데이에 고백을 하는 경우는 대부분 여성에게 ‘우정초콜릿’을 받은 전력이 이 있었다.

화이트데이에 고백한 날 여성을 집에 바래다 주는 것은 금물이다.  일본은 스토킹 피해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해서 집에 바래다 준다고 할 경우 스토킹 등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또 여성들은 ‘굳이 왜.....’라는 생각도 많이 한다. 상대방이 자신을 ‘바래다 준’ 만큼 무언가 또다른 답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한 탓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지점이나 약속장소에서 헤어지는 것이 현명하다.

화이트 데이의 ‘답례’문화는 그 기원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화이트 데이는 본래 1978년 일본 전국사탕과자공업협동조합이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운 것인데, 주고받는 것이 확실한 일본 연인문화를 이용한 것이다.

일본 매체에서도 ‘화이트데이 선물’보다는 ‘화이트데이 답례’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다시 말해, 화이트데이는 남성들이 화이트데이에 받는 선물에 보답하면서 형성된 문화인 것이다.
 
싱글남의 경우, 화이트 데이 기념 답례는 자칫하면 ‘관심의 표현’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꼭 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연인의 경우는 화이트 데이 답례를 하는 것이 예의다.
 
지난해 40대 한 일본인 주부는 남편이 발렌타인 데이 선물은 받아놓고 화이트 데이에 답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넥타이로 남편의 목을 조르는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일본 리서치 뱅크가 지난 2015년 3월 일본인 남성을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30%의 남성은 발렌타인 데이와 화이트 데이가 자신과 관계없는 날이라고 응답했다. 받은 것이 없으니 줄 것도 없다는 의미다. 22.1%는 “귀찮은 날”이라고 답했다.

반면, 여성의 70%는 화이트 데이와 발렌타인 데이가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주고받는 특별한 날”이라고 인식했다. 화이트 데이가 일본에서 발렌타인 데이보다 덜 시끌벅적한 이유이기도 하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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