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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레무대 최고 파트너십? 부부라면 더할 나위 없죠” ‘백조의 호수’
‘백조의 호수’ 강미선-콘스탄틴 부부


2013년 12월 28일 ‘호두까기 인형’ 공연이 끝나고 마지막 커튼콜.

러시아 출신 발레리노가 한국인 수석 발레리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두 살 연하의 남자는 작은 상자에서 반지를 꺼내 연인에게 깜짝 프러포즈를 했다. 관객도 몰랐고, 남자의 연인은 더욱 몰랐다. 무대와 객석에선 부러움 섞인 환호와 갈채가 터져 나왔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할 로맨틱한 프러포즈로 솔로들을 천인공노(?)케 한 주인공은 유니버설발레단의 강미선(33), 콘스탄틴 노보셀로프(31) 부부다. 


오는 3월 23일부터 4월 3일까지 유니버설발레단의 시즌 첫 공연 ‘백조의 호수’에서 강미선은 오데트ㆍ오딜 역을, 콘스탄틴은 지그프리드 역을 맡는다. 두 사람이 ‘백조의 호수’ 서울 공연에서 주역으로 호흡을 맞추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동 유니버설아트센터 연습실에서 ‘10년째 연애중’인 두 부부를 만났다. “콘스탄틴은 반지를 꼈는데 미선씨는 반지가 없네요”라고 묻자 “연습할 땐 불편해서”라고 머쓱해하며 얼른 연습복에서 반지를 꺼냈다. 그런데 반지가 3개다. 하나는 한국에서 결혼식 때 맞춘 것이고 하나는 러시아에서 결혼식을 하며 맞춘 것. 나머지 하나가 바로 프러포즈 때 받은 것이다. 콘스탄틴의 애칭 ‘코스차’가 새겨져 있다.

강미선은 2014년 ‘5월의 신부’가 됐다. 콘스탄틴이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한 게 2004년. 대략 2007~2008년쯤 연애를 시작했으니 결혼 생활을 포함해 두 사람이 함께 한 세월이 10년 가까이 된다. 강 씨는 아직까지 남편을 ‘나의 왕자님 코스차’라고 부른다.

두 사람은 황혜민ㆍ엄재용 커플과 함께 유니버설발레단의 대표 부부 무용수다. 유니버설발레단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두 쌍의 커플이 더 탄생할 예정이다. 이쯤 되면 ‘사내연애’를 장려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제가 입단할 때는 언니, 오빠들이 쉬쉬하며 만났어요. 다 알고 있는데도 말이죠. 그런데 지금은 공개적으로 하니까 오히려 보기 좋아요. 연습할 때 서로 챙겨주고 조언도 하고요. 헤어지면요? 그래도 친구처럼 다 잘 지내던데요?” (강미선)

발레 파트너가 연인, 부부여서 좋은 건 무엇보다도 최고의 파트너십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강미선은 “제가 좀 덩치가 커서(웃음) 잘 안 엮어주셨는데, 지금은 호흡이 잘 맞으니까 파트너를 자주 하게 된다”며 “최고의 파트너십을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데, 부부는 나를 내세우기 보다 서로를 돋보이게 해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이 선보일 마린스키 버전의 ‘백조의 호수’에서 주역 발레리나는 오데트와 오딜 1인 2역을 맡는다. 백조와 흑조, 아내 강미선이 연기할 두 역할 중 어떤 모습이 더 좋은가를 묻자 “모르겠다”는 대답이다. 강미선은 “아이, 제대로 안 봤어. 요새 저한테 집중을 안 해요. (콘스탄틴에게) 오늘 집에 가면 밥은 없어”라며 장난스레 눈을 흘긴다.

30대 중반에 가까워진 기혼 발레리나는 출산과 육아라는 큰 ‘과제’를 앞두고 있다. 그렇게 몇년 보내다보면 곧 정년이다. 정년이 짧은 직업의 속성상 정상에서 은퇴를 고민할 수 밖에 없다.

“해가 갈수록 발레가 재밌어요. 계속해서 배울 게 생기고요. 일본 최고 발레리노인 쿠마카와 테츠야는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펄펄 날잖아요. 아이를 낳아도 몸 관리하고 연습하는 것에 따라 그렇게 오래도록 춤출 수 있지 않을까요.” (강미선)

이번 ‘백조의 호수’ 공연에서는 여섯 커플이 주역을 맡았다. 오래된 고전 레퍼토리 발레를 어떻게 즐겨야 할까.

“백조의 호수는 버전이 많아요. 특히 다양한 커플들이 등장하니까 발레 팬이라면 다양한 표현력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강미선)

“저희 스스로도 그렇고 관객들도 편안하게 즐기면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트라이 투 인조이(Try to enjoy).” (콘스탄틴)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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