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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쿠시마 5주기] 후쿠시마의 봄은 없다…얼룩진 그날의 기억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의 시계는 여전히 멈춰 있다. 5년의 시간은 되돌려 지지 않고 아픈 기억만을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 9만9000그루에 달하는 희망의 벚꽃 나무는 처연하기만 하다. 하얀 꽃 잎은 설레임도 없다. 우리가 기억하는 일본의 벚꽃도 아니다. 1만5892명이 죽고, 17만4000여명이 정든 집을 떠나야 했던 5년전의 기억만이 만개한 벚꽃에 흐느적거리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5년의 시간은 그렇게 흘렀다.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 후쿠시마는 5년의 시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통의 공간이 되고 있다. 후쿠시마의 방사는 수치는 여전히 서울의 2~5배에 달하고, 아이들의 울음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26억3000만엔(약 278억원)의 돈을 쏟아 부었지만, 일본의 트라우마는 치유할 수 없는 아픔으로 남아 있다.



■지지부진한 폐로작업, 후쿠시마의 시간은 멈춰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가장 큰 난항은 복구작업이다. 아베 내각은 부흥을 위한 인프라 및 공공시설 정비를 논하고 있지만 녹아버린 핵연료 물질을 뽑아내는 폐로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간신히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계획만 구상된 상태다.

원자로의 내부 상황은 현재까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아베 내각은 로봇을 투입해 녹아버린 핵연를 추출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로봇조차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녹아버린 핵연료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저온의 물이나 바닷물과 접촉하게 되면 증기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증기폭발은 높은 열에너지를 갖는 용융금속 등이 저온의 물과 접촉하면 급격히 발생한 증기로 인해 생긴 압력파가 일으키는 기계적인 파괴를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폐로작업은 매우 정밀하고 정확한 공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1호기에서는 핵연료봉 내에 있던 핵연료의 100%가, 2~3호기에서는 50~60%가 녹아버리는 ‘노심용융’(멜트다운)이 발생했다. 현재는 압력용기를 뚫고 외부의 격납용기 하부까지 떨어져 높은 방사성을 띄는 파편을 형성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아베 내각은 바닷물을 주입해 원자로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아베 내각은 지난해 4월 1호기에 조사로봇을 투입했지만 내부에 찬 물에 막혀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제염작업도 하려고 했지만 높은 방사선량으로 인해 로봇이 오작동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히타치(日立) GE 원자력 발전 프로젝트의 키노시타 히로부미(木下博文) 수석연구가는 블룸버그 통신에 “2016년 로봇을 투입해 폐로 작업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폐로 작업에 대한 계획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염 작업이 이뤄질리 만무하다. 아베 내각은 제염 작업을 위해 지난 5년 간 1조 9000억 엔을 투입했다.

2014년과 2015년 사이 총 3만 명이 넘는 제염작업원이 동원됐지만 후쿠시마 미나미 소마 소재의 병원의 3년 차 레지던트는 갑작스런 뇌질환이나 혈당 및 혈압 상승 등 건강 이상 징후를 보인 작업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제염작업원은 대부분 계약직으로, 대부분 오랫동안 작업하기를 꺼렸다고 한다.

현재 후쿠시마 현의 오오쿠마, 후타바, 나미에, 도미오카 등 인근 지역은 방사능 오염도가 연간 50mSv(밀리시버트)를 넘어 ‘귀환 곤란지역’으로 구분된다. 지난 1년 간 동일본 대지진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는 총 600회가 넘는 여진이 발생하고 화산 활동이 증가했다. 지진이 발생하기 전 해당 지역의 연평균 지진 발생 빈도는 300회에 그쳤다. 


[자료=게티이미지]

■후쿠시마 피해 ‘부정’하는 정부와 도쿄 전력

후쿠시마 제 1원전 사고가 수소폭발이라는 위험한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책임을 회피하고 사실을 은폐하는 데에 급급한 도쿄전력의 탓이 크다.

지난달 말 도쿄전력은 사고 당시 2개월 동안 부정해온 노심용융에 대한 판단 기준이 있었으며, 매뉴얼 상 1호기는 노심용융이 진행 중인 상태였다고 시인했다. 노심용융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매뉴얼의 존재여부가 사고 발발 5년 만에 드러난 것이다.

도쿄전력은 매뉴얼 규정의 존재를 “몰랐다”며 책임을 회피했으나 사고 발발 후 국회에서 사고조사위원회까지 마련해 600 페이지가 넘는 진상규명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5년 동안 매뉴얼을 볼 기회가 전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자 지난달 29일 검찰심사회의의 의결로 도쿄전력의 가쓰마타 쓰네히사 전 회장과 전 경영진 2명이 강제기소됐다.

사고 발생 당시 도쿄지검은 “대지진을 예측하기는 어려웠다”며 도쿄전력 전 경영진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 4일 강연을 열고 “가혹한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사태 수습을 위해 투입되는 돈은 결국 세금(이고, 이에 따라) 도쿄 전력에 더 많은 보상과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는 후쿠시마 사고에 편승해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간 나오토 전 총리는 도쿄공업대학교 응용물리학과 출신으로, 도쿄전력의 대처를 신뢰하지 못해 직접 지휘본부를 차리기도 했다. 하지만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도쿄전력과 알력다툼이 거세져 재난수습이 지지부진했다. 결국 간 나오토는 낮은 지지율로 총리직에서 사퇴했고, 그의 뒤를 이은 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역시 국민의 불신을 극복하지 못한 채 아베에게 총리직을 내줘야 했다.

하지만 정작 아베 총리는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10일 아베는 “향후 5년을 부흥ㆍ창생의 기간으로 규정하고 충분한 재해지의 자립을 지원할 것이다”고 밝혔다. 폐로와 제염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의 ‘부흥’을 논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2016~2020년 투입할 6조 5000억 엔 중 인프라 복구 및 지원 예산 규모는 기존 예산규모의 4분의 1로 축소하고 관광 및 수산산업에 예산이 집중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원전 재가동 정책을 유지하는 아베에 “국민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원전이 아니라 원전을 움직이는 것이 목적”이라며 “주객이 전도됐다”고 비판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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