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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파고 충격, 그 이후]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법…인간 숙명의 ‘변곡점’에 왔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최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눈앞에 모든 것이 펼쳐진 시점이었고,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시점이었다.”(‘두 도시 이야기’ㆍ창비)

찰스 디킨스 소설의 첫 문장 그대로였다.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 바둑계 최고봉인 이세돌 9단을 꺾고 파죽의 2연승을 거둔 2016년 3월, 인간은 인류를 위협하는 인공지능의 모습에 놀랐고 섬뜩해했다. 막상 뚜껑을 열자 알파고의 능력은 대단했다. 인공지능 대표가 인류의 대표에게 도전장을 내민 그 자체가 이미 승리였다는 해석이 뒤늦게 나오기 시작했다. 5번기 각 대국의 승패에 일희일비할 의미가 없어졌다는 말이다.

바둑전문가들은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의 기보를 보고 "인간처럼 둔다"고 평가했다.

▶인간과 뗄 수 없게 얽힌 편익=기술은 언제나 복합적인 축복이었다. 더 건강하게 살게 하고 수명을 연장했다. 역사를 점철했던 가난과 노역에서 해방시켜줬고, 만족과 의미를 찾으며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 다른 한편으론 인간의 일자리를 잠식하며 노동자들의 ‘먹고사니즘’을 위협했다.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이나 컴퓨터 제조업, 금융 서비스업은 점차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기술을 개발할 여력이 없는 가난한 국가에 태어난 국민들의 지갑은 더 얇아졌다.

인간은 좀 더 편리하고, 좀 더 뛰어나고, 좀 더 강하게 만드는 기술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인터넷은 국경을 넘어 저개발국 곳곳에 파고들었고 교육과 의학 지식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됐다. 생명공학은 질병을 막고 노화를 되돌렸고 나노기술은 자연으로부터 청정에너지를 얻게 했다. 기술과 인간의 편익은 뗄 수 없게 얽혔다. 선마이크로시스템즈사 공동 창립자인 빌 조이는 지난 2000년에 내놓은 ‘왜 미래는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가’ 논문에서 “우리는 계획도, 통제력도, 브레이크도 없이 새로운 세기에 밀어붙여지고 있다”고 했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4차 산업혁명’=알파고와의 제2국에서 이 9단은 초반부터 쉴새 없이 국면을 흔들어댔다. 하지만 알파고는 동요하지 않았다. 복잡한 전투도 마다하지 않았다. 상상 이상의 신수를 둬 주도권을 장악하기도 했다. 이 9단은 “완패였다. 한순간도 앞섰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라고 고백했다. 이번 대국에 세계의 이목이 이토록 쏠린 건 알파고를 통해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의 진화 속도를 가늠해 볼 수 있어서였는데, 그 결과는 예상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인공지능 기술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건 탁월한 연산능력 때문만이 아니다. 인공지능이 기계적 논리로 인간의 마음을 읽어내고 인간의 자리를 뺏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명령하지 않은 바를 냉혹한 기계의 속성으로 판단해 인류를 파멸로 이끌 수도 있다.

지난 1월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고, 일하고 있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 혁명의 직전에 와 있다”며 “이 변화의 규모와 범위 등은 이전에 인류가 경험했던 것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의 속도는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이고 모든 국가의 기존 산업과 기업을 파괴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인공지능이 자의식을 갖게 하는 과제를 넘을 수 있느냐, 넘겨야 하느냐, 넘겨도 되느냐 논의는 언제나 유효하다.

▶AI와 평화롭게 공존하려면=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사물인터넷(IoT)ㆍ자율주행차ㆍ3D 프린팅과 같은 혁신기술이 등장했다. IBM과 구글, 애플, 바이두 등 글로벌기업은 금융ㆍ의료 분야 진출과 자율주행 자동차의 개발, 개인비서 서비스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2025년까지 전세계 인공지능 시장규모는 2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행히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이 당장 인간을 위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지금의 AI는 판단, 추론, 탐색 등에서 인간보다 잘하는 게 분명하다”면서도 “그러나 이게 자의식을 갖고 스스로 무엇을 하는 수준은 아니다”고 했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시킨 일을 더 잘하게 된 것일 뿐이라는 의미다.

다만 인간이 기술을 제어할 수 있어야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보완해줄 수 있다. 인간이 최종 판단을 내렸지만 기계의 오판으로 지난 2013년 중동 예멘 바이다 주에서 결혼식장으로 향하던 차량이 느닷없는 무인기 공격을 받은 것은,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예상대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로봇윤리 등 인공지능을 둘러싼 윤리ㆍ법률ㆍ제도에 관한 사회적 토론과 논쟁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알파고의 아버지’ 격인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도 “인공지능 그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다. 어떻게 이를 다수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윤리적으로 쓸지는 사회가 논의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인공지능이 자의식을 갖게 하는 과제를 넘을 수 있느냐, 넘겨야 하느냐, 넘겨도 되느냐, 넘긴다면 어떻게 넘겨야 하느냐 등 논의는 언제나 유효하다. 과학계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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