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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사가 짐짝 취급해?”…日워킹맘들 발끈
인사 불이익·미묘한 폭력 심각


“보육원 떨어졌다, 죽어라 일본”, “장애아를 낳으면 인생은 끝, 죽어라 일본”.

최근 일본 워킹맘들이 거리에 나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워킹맘들은 일과 육아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을 호소했다.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가 ‘일억 총 활약 사회’를 통해 여성 근로환경 개선을 외쳤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보인다.

▶워킹맘은 짐짝?…‘여자는 집안일, 남자는 회사일’ 역할 구분하는 사회, 일본=여성에게 유독 가중되는 ‘육아의 의무’에 대해 일본에선 아무도 질문하지 않는다. 저성장 시대에 가난은 가계의 책임이고, 육아는 ‘엄마’의 책임이다. 회사에서는 육아휴직과 산후조리를 ‘민폐’로 보고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한다. ‘마타하라’는 기업이 임신하거나 육아에 힘쓰는 워킹맘에게 가하는 미묘한 폭력 또는 차별을 의미하는 단어다.

경영개선을 가장한 마타하라도 속출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ㆍ닛케이) 신문은 마타하라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자 임신한 여직원들에 ‘능력 부족’을 이유로 해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킹맘들은 “인사고과에서 한 번도 지적받아 본 적 없는 ‘능력 부족’을 이유로 해고 당했다. 회사에 임신사실을 알린 지 일주일 만의 일이다”고 호소했다.

남편이 대신 육아를 봐줬으면 좋겠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육아에 적극적인 ‘이쿠맨’(육아를 뜻하는 일본어 ‘이쿠’와 남성을 뜻하는 영어 ‘맨’의 합성어)이 증가할 조짐을 보이자 ‘파타하라’라는 단어가 탄생했다. 파타하라는 이쿠맨에 가해지는 직장내 폭력 또는 차별을 의미한다. 닛케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남성의 12%는 육아를 위해 근로시간을 줄였다가 각종 차별을 당했다. 언어폭력은 물론 전근 또는 해고 조치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한 경제전문지 동양경제(東洋經濟)신문은 ‘직장의 짐짝인가? 전력인가? 워킹 마더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잡지 커버로 다루는 등 논란은 커지고 있다.

▶‘여성 활약 사회’ 내세운 아베…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사회적 무관심=2015년 기준 25~54세 일본 여성의 취업률은 71.8%를 기록했다. 재취업률은 54%에 달했다. 얼핏 보면 높은 수치지만 여기에는 숫자의 함정이 있다. 취업한 여성 중 정규직에 해당하는 이들은 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14년 기준 전체 직원 대비 여성 임원 비율도 0.6%에 그친다. 일본 워킹맘들이 정규직을 갖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육아 문제’가 있다.

최근 일본 열도를 뒤흔든 30대 워킹맘의 “죽어라 일본” 블로그 글은 여성의 근무를 억압하는 사회인식과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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