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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워킹맘의 절규] “보육원 떨어졌다”에 이어 “장애아를 낳으면 인생 끝, 죽어라 일본”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최근 일본에서 보육원 문제를 두고 한 ‘워킹맘’(일과 육아 사이에서 고민하는 직장인 여성)이 올린 글로 인해 워킹맘들의 근로환경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가운데, 이번에는 장애아를 낳은 워킹맘이 올린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여성은 “장애아를 출산한 순간부터 인생은 끝났다”며 “일본 죽어라, 죽고 싶다”고 절규했다.

▶ 워킹맘의 고민, 보육원…장애아 워킹맘의 고민은 보육원과 생계

9일 일본의 익명 게시판에는 “보육원 떨어진 워킹맘의 절규가 반향을 일으킨 것을 보고 나도 편승하고자 일기를 쓴다”며 “장애 아동을 낳고 인생은 끝났으니까 일본 죽어라, 죽고싶다”고 남겼다. 그는 “맞벌이를 해왔지만, 아이를 낳고 상태를 보니 인공호흡기를 달고 코에 튜브를 넣어 영양을 공급해야 했다”며 “보육원에 맡길 수도 없다. 그렇다고 일하지 않고 치료비를 넉넉하게 벌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호소했다. 이어 “일을 하지 않으면 지금 집에서 살 수 없고, 당연히 생활이 어려워진다. 둘째는 꿈도 꿀 수 없다”며 “아이와 함께 죽는 것이 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고 덧붙였다. 

[자료=일본 여성잡지 ‘마마스타’]

지난 2013년 링거나 튜브를 통해 영양을 공급받아야 하는 신생아의 수는 2011년 대비 6000명이 증가했다. 하지만 아이가 호흡기를 잘 착용하고 있는지, 영양을 공급하는 튜브에는 문제가 없는지 돌봐줄 수 있는 보육사의 수는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 여성잡지 ‘마마스타’에 따르면 장애 아동을 낳은 여성의 95%는 일을 그만둬야 했다.

▶ 비장애인이 보기에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 일본

일본은 장애인을 살기 좋은 나라로 알려진 곳 중 하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장애인의 시각에서 그러할 뿐, 일본도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살기 힘든 면이 많다고 지적한다.

워킹맘의 경우 더욱 그렇다. 일본 장애인 복지 제도는 장애급수에 따라 시설을 이용하느냐, 가족이 부양하느냐에 따라 그 지원규모와 방법이 다르다. 원칙적으로 장애를 가진 신생아는 NICU(신생아의료시설)에 장기 입원을 의탁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2012년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신생아 1만 명 중 260 명의 신생아가 NICU에 장기입원할 필요가 있지만, NICU 1000 개소 당 수용할 수 있는 장기치료 신생아는 91명에 불과하다.

장애아동을 위한 보육시설은 더욱 부족하다. 일본 법에 따르면 장애인 보육시설은 한 구(区) 당 1개소 설치를 원칙으로 하지만 한 방에 정원을 4명 이하로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중증 장애가 있는 아동의 경우 각종 장비가 갖춰져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규모 보육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많게는 1억 엔(약 10억 원)이상의 운영비가 지출되기 때문에 지자체와 정부의 지원이 없는 이상 장애아동을 위한 보육을 설립하기는 어렵다. 일반 보육원도 상시 간병이 가능하고 장애 아동에게 필요한 장비나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전문 보육강사를 고용하지 않기 때문에 제도가 아무리 튼튼해도 부모가 장애 아동을 키우면서 일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 장애 아동이 있는 워킹맘에게 ‘워킹’(working)이란 없다

일본 정부는 장애인 기본법에 따라 정신 또는 신체장애로 인해 일상 생활에 간병이 필요로 하는 20세 미만의 장애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나 양육자에게 1급일 경우 월 5만 900엔(약 60만 원), 2급일 경우 3만 3900엔의 ‘특별아동부양수당’을 지급한다. 항상 간병을 필요로 하는 시설입소자나 장애연금 수급자를 제외한 장애 아동에게 복지수당을 지급하다.

장애아동을 위한 시설이 부족한 상태에서 결국 부모들이 택하는 것은 자택 양육이다. 하지만 이 경우 결국 ‘엄마’들은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돌봐야 한다. 장애급수가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은 신생아일 경우 초기 부양수당을 받지 못할 경우도 존재한다.

장애아를 키우고 있다는 한 네티즌은 “사람들이 ‘장애아이가 태어났으니까 어쩔 수 없는 문제잖아’고 넘어가버릴때 장애아의 부모인 우리는 매일 좌절한다”며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장애를 단순 개인의 문제로 돌려버리는 시선이 너무나도 힘들다”고 호소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작성자의 사연을 안타까워하며 기부금을 보내기도 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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