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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의 청춘은 모두가 아프다] ‘삼포세대’는 세계적 현상…청년층 좌절감 역대 최대
양극화·계층상승 사다리 실종에
빚 쌓이고 취업난·주택난 짓눌려
젊은층 상대적 박탈감 심화
美·英등 선진국도 예외는 아냐



“2008년 금융 위기 이전에는 월 1000유로(133만원)는 낮은 임금으로 여겨졌는데, 지금은 풀타임 직업이라면 600~700유로도 축복이다.” - 스페인 청년, 데이비드 곤잘보.

“여러 가지 면에서 부모 세대가 우리 세대보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 때는 대학 졸업 후 런던으로 가서 자기 힘으로 집을 구할 수 있는 등 더 많은 자유가 있었다” - 영국 청년, 타나카 미시.

청년 세대가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한국에서만의 일은 아니다. 양극화가 고착화하고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사라지면서 청년층의 좌절감은 세계적 현상이 됐다. 한국의 청년 세대에게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별명이 붙은 것처럼, 다른 나라의 청년들에게도 비슷한 별명들이 붙어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8일(현지시간) 세계 각국의 청년들에게 붙어 있는 별명들을 소개하며, 그들이 처한 곤궁한 현실을 조명했다. “빚, 취업난, 집값이 수백만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짓누르고, 전에 없는 세대 간 불평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 가디언의 결론이다.

몇해전 한국에서 청년층을 ‘88만원 세대’라고 불렀던 것처럼, 스페인과 그리스에서는 청년을 각각 ‘1000유로 세대’와 ‘500유로 세대’라고 부른다. 스페인은 청년층의 평균 임금이 1000유로에도 미치지 못하고, 그리스는 정부에서 일자리를 얻은 대졸 취업자의 월급이 500유로라서 붙은 별명이다.

금융위기를 겪은 두 나라 모두 청년 실업률은 48% 수준이다. 두 명 중 한 명은 백수인 것이다. 또 2011년을 기준으로 스페인의 18~29세 청년 중 28%가 이틀에 한번은 난방과 식료품을 살 수 없는 ‘심각한 박탈’ 상황에 처해 있다.

잘 사는 나라라고 해서 청년의 좌절이 딱히 작은 것도 아니다. ‘룩셈부르크 소득 연구’(LIS)에 따르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8개 선진국의 세대간 소득을 분석한 결과, 1980년대와 90년대 중반에 태어난 청년층의 소득은 전체 국민의 평균 소득에 비해 20%나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 간 불평등이 점차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가디언은 “불과 30년 전까지도 이들 국가에서 청년층의 소득이 전체 평균보다 훨씬 높았지만 상황이 역전됐다”며 “전쟁ㆍ자연재해 등 외부 요인 없이 청년층 소득이 다른 연령층보다 현저하게 줄어든 것은 산업화 이후 처음일 것”이라고 전했다.

‘Y세대’라고 불리는 영국의 청년층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집값에 짓눌린 세대다. 런던은 지난 한 해에만 집값이 12% 이상 올랐을 정도로 부동산 광풍이 불었다. 이에 1991년까지 만 해도 25~34세 청년층 가운데 67%가 집을 갖고 있었지만, 2011~2012년 이 비율은 43%로 떨어졌다. 이제는 집은 커녕 임대료 대기에 급급한 상황. 청년층은 월세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7%에 달하며, 특히 런던에서는 72%에 이른다.

근로 여건도 좋지 않다. 영국 16~24세 청년 중 14.4%가 학교에도 다니지 않고 풀타임 일자리를 갖고 있지도 않다. 이는 전체 노동인력의 5.7%에 비해 세 배나 높은 수준으로, 격차가 최근 20년 이래 최대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 역시 청년층인 ‘밀레니얼 세대’의 좌절은 그들이 지고 있는 빚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총 4000만명 이상이 1인 당 평균 2만9000달러(약3500만원)의 학자금 대출을 안고 있으며, 총 대출금은 1조2000억 달러(1486조원)이 넘는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무려 3배나 늘어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금융위기 이후 대량해고와 취업난이 벌어지면서, 이를 피하기 위해 졸업을 미루거나 상급 학교로 진학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 학자금 대출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업자 신세를 미루기 위해 빚을 내서 학생 신분을 유지한 것이다.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루시아 둔 경제학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는 채무 비중이 높을 뿐만 아니라 갚는 속도도 느리다“며 ”이미 모기지 만한 빚을 안은 채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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