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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거운 감자 성년후견제③] 신격호 정신감정 3가지 시나리오
- 판례상 전문가 후견인 지정 가능성 높아
- 가족다툼 팽팽하면… 법원, 전문가 후견인 임의로 지정가능



[헤럴드경제=박일한ㆍ김현일 기자] 9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 2차 심리에 신 총괄회장은 오지 않았다. 넷째 여동생 신정숙(78)씨가 참석해 오빠의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한 이유 등을 설명했다.

이날 심리후 법원은 신 총괄회장이 정신 감정을 받을 병원을 결정했다.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 회장은 병원 선정에서부터 이견을 보였지만 신 전 부회장측이 요청한 대로 신격호 총괄회장이 계속 진료를 받아온 서울대병원(서울 종로구 연건동)을 최종 결정했다. 진료 이력이 남아 있어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성년후견인 지정 1차 심리를 받기 위해 서울가정법원에 들어서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재판부가 늦어도 4월말까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입원시키라고 명령했다. 서울대병원은 신 총괄회장의 정신감정을 진행하고, 그 결과가 재판부에 보내지면 최종 결정된다. 모든 과정은 5~6개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은 세 가지 판단을 할 수 있다. 먼저 신 총괄회장의 정신에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경영권 다툼에서 크게 유리해지며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모두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나리오다.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니 온전히 성년후견인제를 시행하느냐, 혹은 기본적인 판단능력은 있으니 일부 사안에 대해서만 한정적으로 후견인제를 실시하느냐의 문제다.

이렇게 되면 신 회장측은 유리해진다.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인 경영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는 판단이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과 진행하고 있는 각종 소송에서도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성년후견인제가 결정되면 누구를 후견인으로 지정할 것인가가 다음 논란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신 총괄회장의 법적 성년후견인 대상은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와 자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 전 부회장, 신동빈 회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이다. 문제는 이들이 모두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란 점에서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법원은 이 중 1명이나 복수를 후견인으로 선임할 수 있다. 하지만 변호사 등 제3자를 선임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사실 성년후견인제 적용 과정에서 신 총괄회장과 같은 경우 오히려 가족보다는 전문가 후견인을 선임하는 게 일반적이다.

제철웅(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성년후견학회 회장은 “성년후견인을 지정할 때 가족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경우 전문가 후견인을 지정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신격호 회장 사건의 경우 가족을 후견인으로 두는 것은 법원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히포크라 박호균 변호사(서울가정법원 등록 전문가후견인)도 “법원이 전문가 후견인들을 지정해 놓고 있는 것은 예비 상속인이 많아 분쟁 가능성이 있을 때, 특정한 가족을 후견인으로 선임하면 다른 가족 반발이 있기 때문”이라며 “전문가 후견인을 정하는 게 분쟁을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도 양측이 불복해 항고, 재항고까지 진행할 경우 현재 94세인 신 총괄회장처럼 후견인 선임이 시급한 고령자의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상속이나 재산 분쟁이 지연되면서 건강이 더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렇게 정식 후견인 선임이 늦어질 경우 ‘사전처분’이라는 제도를 둬 중재를 하고 있다.

법무법인 그린 배태민 변호사(서울가정법원 및 수원지방법원 등록 전문가후견인)는 “당사자 간 분쟁이 길어져 정식 후견인 선임이 늦어지면 사전처분이라고 임시적으로 후견인과 똑같은 권한 가진 사람을 임시후견인으로 선임해서 그 사이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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