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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중문화비평] “히트 시키면 떠난다”…박근태 작곡가가 머물지 않는 이유는
수지X백현 특급 콜라보 ‘Dream’·
백지영 ‘사랑안해’·조피디 ‘친구여’ 등
손대는 것마다 연이은 흥행 대박
가수들 매력 찾아 성공 퍼레이드 불구
“틀 얽매이기 싫다”며 재작업 사양



지난 1월 발표된 수지(미스에이)X백현(엑소)의 특급 콜라보 ‘Dream’은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한 것은 물론이고 아이돌 가수에게서 새로운 매력을 뽑아냈다. 화려한 보컬이나 퍼포먼스가 아닌 재즈 스타일로 담백하게 불러 편안하면서 달달한 느낌을 주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사람은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박근태(43)이다.

세계적인 R&B 싱어송라이터 에릭 베넷이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대표적 소울곡 ‘정말 사랑했을까’를 팝적인 소울로 재탄생시킨 리메이크 프로젝트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박근태는 걸그룹에서 뛰어난 비주얼을 지닌 멤버들을 뽑아 3인조로 만드는 프로젝트도 곧 선보인다고 한다.

박근태는 지난 25년동안 ‘100일째 만남’(룰라) ‘시간이 흐른 뒤’(윤미래) ‘친구여’(조피디) ‘Brand new’(신화) ‘Timeless’(에스지워너비) ‘유혹의 소나타’(아이비) ‘사랑안해’(백지영) ‘미스 버건디’(손승연) 등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냈다.

박근태를 보면 2가지 의문이 생긴다. 하나는 가수에게 곡을 줘 크게 히트하고 나면 계속 함께 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그가 작곡한 노래들을 보면 한 작곡가가 만들었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장르와 다채로운 색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첫번째 궁금증에 박근태가 입을 열었다.

“에스지워너비의 ‘Timeless’를 작곡해 히트시킨 후 2집은 안하겠다고 했다. 제 2의 타임리스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제작자는 그런 요구를 할만하다. 미디엄 템포 시대의 유행이 시작됐으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코드였다. 하지만 특정 틀에 얽매이는 건 싫었다.”


친한 동생이었던 조피디와는 힙합과 대중적인 버전으로 두가지 앨범을 만들었다. 여기서 ‘친구여’라는 대박이 나왔다. 대중성을 가지려면 파워풀한 싱어가 필요했는데, 당시 활동하던 가수보다는 레전드인 인순이와 붙이자고 했다. 조피디가 가지지 않는 대중성과 인순이가 가지지 못한 젊은 피를 접목시켜 시너지를 냈다. 인순이는 이후 이미지가 젊어졌다.

아이비의 2집 타이틀 ‘유혹의 소나타’는 섹시한 신인가수만 나오면 제 2의 이효리를 말하던 시절, 발상을 전환시켜 탄생됐다. 벗지 않고 섹시하게 만들자는 전략이었다. 손과 목까지도 꽁꽁 싸매고 나와 고급스런 섹시함을 탄생시켰다. 음악도 고급스러운 클래식인 베토벤의 피아노 독주곡 ‘엘리제를 위하여’를 샘플링했다. 클래식 음악을 그냥 쓴 게 아니라, 멜로디의 긴 음에 대위를 시켰다.

이선희와는 2014년 데뷔 30주년을 맞아 ‘그중에 그대를 만나’를 작곡해 크게 히트시켰다. 백지영은 원하지 않는 스캔들 공개로 힘든 시절을 보내던 시절 노래를 만들어도 방송에 나갈 수 있을지를 장담할 수 없었다. 주위에서 모두 다 말리는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박근태는 이야기를 돌리지 말고 사랑의 진심 한가지에만 집중하자며 ‘사랑안해’를 만들어 백지영을 완벽하게 재기시켰다. 원치 않는 스캔들이기에 본인의 진심만 전하면 된다고 봤다. 그래서 잡스러운 요소를 없애고 목소리에 집중, 진심을 감정으로 음악화시켰다. 백지영 재기 사례는 대중음악사에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낸 희귀한 케이스로 기록됐다.


그러니까 박근태는 트렌드를 만들고 나면, 또 다른 트렌드를 만들기 위해 떠난다. ‘히트 앤 런’이랄까. 마을의 정의를 실현시키고 항상 마지막에는 떠나는 서부영화의 주인공 같다. 대중문화란 하나의 히트작이 나오면 그 공식과 감성을 소비자가 물릴 때까지 계속 써먹는 것임을 감안하면 그의 방식은 돋보인다.

그는 이를 외줄타기에 비유했다. 외줄을 타면서도 폼이 헝클어지지 않도록 하고싶다는 것.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야 하는 작법을 추구하면서도 성공 퍼레이드를 이어오고 있는 비결이 궁금했다. 그 궁금증은 두번째 의문에 대한 대답으로 어느 정도 풀렸다.

“내가 만든 노래를 가수에게 잘 불러달라는 방식은 내가 2000년 이전에 쓰던 방식이었다. 2000년후부터는 가수마다 캐릭터를 이미지화해서 가수에게 음악을 맞춘다. 음악장르도 그 가수에 맞는 모티브로 찾아낸다.”

박근태의 이런 방식은 트렌드를 만들어 최대치를 뽑아내는 게 아니라, 과거 히트곡 등 전작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해, 지금 처해있는 상황들과 기대감, 숨어있는 매력, 가수의 말하는 표정과 느낌, 생김새 등 도움될만한 정보들을 뽑아 매력점들로 살려내는 방식이다.

“한 가수의 전작은 다른 프로듀서의 생각과 노하우의 결과물이다. 어떤 사람의 의도가 들어가 있는 프레임속 편집물이다. 나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가수를 직접 만나 생목을 직접 들어보고, 감춰야 할 것, 내세울 부분을 나만의 방식으로 데이터화해서, 이 가수와 나를 관통하는 중간 음악을 이미지화하는 게 내 음악 프로듀싱 방식이다.”

평소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박근태는 이효리를 활용한 애니클럽, 애니모션 등 ‘브랜디드 마케팅’으로 불리는 수많은 광고음악기획물들을 만들어냈다.

1990년 록 기타리스트로 데뷔한 박근태는 이후 거의 모든 종류의 음악장르를 섭렵하고, 전통 화성학, 재즈 화성학, 대위법을 공부했다. 지금까지 220곡을 만들었던 박근태는 다작 작곡가는 아니다. 하지만 성공확률이 높다. 요즘도 유럽 등 외국에 나가 현지 작곡가들과 음악캠프를 자주 열어 ‘감’을 유지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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