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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진의 예고편] “노래는 내 운명” 음치 여사의 ‘웃픈’ 도전…‘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마가렛트 여사는 “노래하거나, 노래하지 못하면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엄청난 부자인데다가 신망받는 남작의 부인이지만 그의 인생에서 노래가 사라지면 아무 의미가 없다. 실은 자신을 지겨워하는 남편이 다시 자신을 봐 주길 바라는 마음도 그가 노래하는 이유 중 하나다. 노래에 대한 열정은 하늘을 찌르는데, 실력은 형편없다면? 그래도 노래를 계속 해야 할까?

17일 개봉하는 영화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감독 자비에 지아놀리)는 블랙 코미디다. 지독한 음치지만 누구보다 노래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마가렛트 뒤몽(까뜨린느 프로)은 노래 연습에 매진하고, 그를 둘러싼 주변인들은 ‘진실’이 드러날까 전전긍긍한다. 마가렛트 여사가 받을 충격도 충격이지만, 자신들이 창피를 당하는 상황이 더 끔찍하기 때문이다. 

[사진=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 스틸컷(그린나래미디어 제공)]

1920년대 프랑스 파리 외곽의 한 저택. 곱게 차려입고 공작 깃털을 머리에 단 마가렛트 여사가 노래를 시작한다. 클래식 모르는 사람도 다 아는 성악곡,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 아리아다. 이 사람, 완전히 ‘고음 불가’다. 고음은 찢어지고 음정은 피해가기 일쑤다.

더 큰 반전은 지금부터. 노래가 끝나자 자선 음악회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열띤 박수를 보낸다. 마가렛트 여사가 남작 부인이고 엄청난 부자라 사교 클럽에 큰돈을 후원하고 있다는 이유다. 그가 음치라는 사실을 세상이 다 아는데, 자신만 모른다. ‘벌거벗은 임금님’이 따로 없다.

자선 음악회에서 자신감을 얻은 마가렛트 여사는 급기야 정식 리사이틀을 열겠다고 선언해 버린다. 비상이 걸렸다. 마가렛트는 왕년의 오페라 가수였던 개인 교사도 두고 맹연습에 돌입한다. 집안의 하인들은 시도 때도 없이 울려 퍼지는 ‘고음 불가’에 흰 솜으로 귀를 틀어막는다. 

[사진=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 스틸컷(그린나래미디어 제공)]

마침내 음악회 날, 마가렛트 여사는 흰 날개를 달고 무대에 오른다. 그는 그동안의 맹훈련으로 ‘음치탈출’에 성공했을까, 아니면 여전히 지독한 노래로 웃음거리가 될까.

영화는 1920년대 미국 사교계의 실존인물인 플로렌스 젠킨스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어렸을 때는 피아노 신동으로 불렸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음악을 하지 못하던 그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야 성악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못 들어줄 목소리였지만 소규모 리사이틀을 계속해 오던 플로렌스 젠킨스는 결국 1944년 10월 뉴욕 카네기 홀에서 성대한 공연을 열었다. 실력은 여전히 형편없었지만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로 공연은 대성황을 이뤘다. 플로렌스 젠킨스가 부른 ‘음반 녹음 사상 최악’의 ‘밤의 여왕’ 아리아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 등에서 지금도 찾아 들을 수 있다.


젠킨스의 삶은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 실소를 자아내다가도, 순수한 열정에 
박수를 보내게 되는 지점이 있다. 마가렛트 여사를 연기한 프랑스 배우 까뜨린느 프로는 그 순진한 모습과 음치 연기를 빼어나게 재현해 젠킨스를 그대로 불러냈다. ‘프랑스의 아카데미’라고 불리는 제41회 세자르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젠킨스의 이야기는 영국에서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라는 실명 영화로도 제작된다. 메릴 스트립과 휴 그랜트가 주연으로 참여한다.

1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9분.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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