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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돌 vs 알파고] 정말 궁금한 3가지...의외성-패-초읽기
-내일 세기의 반상 대결에 지구촌 들썩
-세계 바둑계, 과학계, 산업계 시선집중
-인간이냐, 기계냐 운명의 5판 승부 돌입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이세돌이냐 알파고냐, 인간이냐 기계냐.

바둑팬은 물론 세계 과학계, 세계 산업계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는 이세돌과 알파고(인공지능)의 세기의 바둑대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9일 첫판을 시작으로 15일까지 다섯판의 대국을 펼쳐 승부를 결정짓는다. 대국방식은 호선으로 진행되며, 1국은 3월 9일, 2국은 10일, 3국은 12일, 4국은 13일, 5국은 15일에 각각 오후 1시에 열린다. 우승자에겐 100만달러 상금이 주어진다.

앞서 8일에는 포시즌스 호텔에서 개회 기자간담회가 진행된다. 구글 측이 마련한 자리로, 세기의 대결 개막을 선언하는 동시에 향후 대국에 관한 세부적 설명이 뒤따랐다. 대국을 위해 알파고 개발자인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했고, 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회장도 8일 방한해 대국을 관전한다.

이 바둑 대결은 말그대로 인간 대 기계의 세기의 전쟁이다.

판후이 2단을 누른 여세를 몰아 알파고는 세계 최강의 이세돌 프로기사(9단)에 도전장을 냈고, 이 9단은 기꺼이 대결을 받아들였다.

철저한 수읽기 외에도 인내와 끈기, 창의성을 요하는 바둑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져왔다. 이세돌이 이긴다면 현재로선 바둑이 기계가 넘을 수 없는 인간영역임을 재확인하는 것이고, 알파고가 이긴다면 바둑 영역마저 기계에 넘겨주는 의미가 있다. 산업, 사회, 문화 등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속도가 빨라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그래서 이 대결은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양보할 수 없는 ‘세기의 전쟁’으로 불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 대결을 앞두고 유독 궁금한 것이 있다. 바로 ▷사람처럼 인공지능도 패배가 확실하면 돌을 던질까 ▷초읽기는 어떻게 진행되며, 누가 유리할까 ▷패가 나면 누가 유리할까 등이다. 바둑에 대해 웬만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같은 점에 호기심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불계패 나올까=초절정 고수들간의 바둑 대결에선 집 차이가 날 경우 ‘돌을 거두는’ 일이 잦다. 어차피 끝까지 둬봐야 역전은 불가능하기에 ‘포기한다’는 뜻으로 돌을 던지는 것이다. 이를 불계패라 한다. 프로기사들의 경우 대국 후반때 2~3집 차이가 나면 끝내기를 통해 역전을 하려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만, 대략 5집 이상의 차이가 나면 돌을 거둔다. 일종의 항복선언이자, 예의다. 질게 뻔한데 궁색하게 시간을 끄는 것은 예의도 아닌데다 본인만 초라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거꾸로 말해 5집 이상의 차이가 나면 역전할 확률이 0%라는 뜻이 된다. 그만큼 초절정 고수들 싸움에선 한두집을 후반에 이득보는 것이 힘들다.

이에 만약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불리할 경우 돌을 던지는 일이 생길지 주목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알파고가 돌을 거두는 일은 없을 것 같아 보인다. 정동환 한국기원 부장은 “알파고는 경우의 수를 찾아가면서 유리함을 추구하기에 상당히 보수적인 스타일이며 그동안 기보를 보면 확인된다”며 “사람으로 치면 신산으로 불린 이창호 9단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는 “바둑에서 불계패가 나오는 것은 고수가 하수를 다룰때, 무리한 바둑으로 돌이 대거 잡힐때, 계산착오로 대국을 망쳤을때 등의 경우인데 계산에 강한 알파고가 이 셋중 하나에 빠질 확률은 없다. 실제 알파고가 돌을 거둔 경우는 없다”고 했다. 그는 “따라서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선 알파고가 아슬아슬하게 집의 균형을 맞추거나 약간의 우위를 점하는 수를 택할 것이고, 이러면 어느 한쪽이 망하는 바둑이 형성이 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알파고의 약점을 대변할 수 있다. 이 9단이 공격 일변도로 파상공세를 펼치거나, 상상외의 강수로 알파고를 공략할 경우 적잖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이세돌 강공을 요리조리 피한후 각종 경우의 수가 줄어드는 중반과 후반에서 철저한 집계산으로 알파고가 갈 경우 근소한 차이로 알파고 승리가 점쳐진다.

알파고에 패한 판후이 2단이 나중에 “(알파고와 싸울때)거대한 벽처럼 느껴졌다. 반면 나는 스스로 위축됐다”고 실토한 것을 감안하면, 느릿느릿하지만 철벽같은 알파고에 이 9단이 엄청난 피로감을 느낄 수 있어 보인다.

패싸움 누가 유리할까=바둑에는 ‘패’라는 오묘한 수가 있다. 바둑의 꽃으로도 불린다. 이세돌 9단은 패에 관한한 세계 최고수다. 유리할때의 패와 불리할 때의 패를 교묘히 활용하는 데 능수능란하다.

바둑 전문가들은 바둑이 최고의 스포츠로 불리는 배경에는 ‘패’가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상황이 불리하면 패로 버티는 대국에서 숱한 역전의 바둑 대결을 바둑팬들은 경험해 왔다.

현재까진 패의 활용도는 창의성을 가진 인간이 더 뛰어나다는 게 정설이다. 인공지능은 패의 유불리, 즉 패를 이기느냐 지느냐의 이분법적으로 게임에 임하지만 인간은 유불리 외에도 종반까지의 대국흐름까지 연계해 활용하기에 이세돌이 적재적소의 패 활용을 통해 알파고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게 다수의 바둑 전문가 평이다.

물론 6개월전 판후이 2단을 이겼을때의 알파고와 지금의 알파고는 분명 다르다. 훨씬 진화된 버전이라는 것이다. 패에 대해서도 각종 연구를 했고, 철저히 준비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렇다고 해도 오묘한 진리가 숨어있는 패에 관해선 이세돌 9단이 유리하기에 승리 무게중심은 이 9단에 쏠린다는 견해가 대다수다.

초읽기 누가 유리할까=이번 대결에선 6개월전 판후이-알파고 대국 보다 시간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알파고와 판후이 2단과의 경기는 1시간의 제한시간과 30초 초읽기가 3회 주어졌다. 이세돌 9단과의 대결은 2시간 제한시간에 60초 초읽기 3회가 주어진다. 2배로 늘어난 셈이다.

이는 누구에게 유리할까.

결론적으로 알파고 쪽이 이득이다. 전문가들은 알파고가 시뮬레이션을 주로 중반전에 많이 배정할 것이며 알파고는 이 9단이 착수를 생각할 때에도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며 30초에 10만~20만번의 시뮬레이션을 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상대방이 착점할 동안 끊임없이 경우의 수를 생각하는 알파고에 비해 인간은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자신의 착점 때 집중할 수 밖에 없기에 총 소요시간에서 알파고의 몫이 더 커진다는 의미다.

물론 반대 시각도 있다. 이세돌 9단과 같은 초절정고수는 정해진 시간에 초읽기 시간까지의 착점에 익숙하기에 그 활용도가 기계에 비해 능숙하다는 것이다. 초읽기에 몰리더라도 최적의 수를 찾아내는데는 인간의 감각, 직관이 더 빛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사람인 이세돌이 화장실에 갈 경우 알파고는 뭐할까 ▷알파고 대신 착점을 하는 사람이 자칫 실수를 하면 어떻게 될까 ▷알파고도 초읽기에 몰릴까 등의 여러가지 궁금증이 바둑팬들 사이에선 얘깃거리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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