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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라이브 체험기] 아날로그 쇼와 첨단 홀로그램의 만남, ‘반갑구만!’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한 시간 남짓한 공연 시간에 콩트, 댄스, 드로잉 등이 한 무대에서 펼쳐진다. 시야에 꽉 차는 홀로그램 영상은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7일 서울 동대문 롯데피트인 9층에 마련된 케이라이브(K-live)에서 홀로그램 드로잉쇼 ‘렛츠고’(Let’s Go!) 론칭 행사가 열렸다. ‘렛츠고’는 한 마디로 온갖 엔터테인먼트 요소의 집약체였다. 무엇보다도 아날로그 느낌의 퍼포먼스와 최첨단의 홀로그램 영상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점이 인상적이었다. 


공연은 세계 여행 콘셉트로 꾸며졌다. 중국, 독일, 그린란드를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퍼포머들이 비행기 조종석 세트에 탑승하자 비행속도를 간접 체험하게 하는 아찔한 홀로그램 영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4차원(4D) 상영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바람 효과까지 더해져 체험의 재미를 더했다.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면서 가장 눈여겨 본 것은 3면을 꽉 채운 홀로그램 영상과 퍼포머들의 드로잉쇼였다.

관객석 앞에 퍼포먼스팀의 무대가 있다보니 스크린과의 거리가 꽤 멀어 ‘이게 과연 긴장감이 있을까’ 싶었다. 솔직히 ‘그래비티’와 같은 SF영화를 입체 영상으로 볼 때와 같은 전율은 없었지만, 몇몇 장면들에서 강력한 ‘한 방’이 있었다. 예컨대 운석이 눈 앞으로 날아드는 장면에선 관객석이 아닌, 퍼포먼스 팀이 조종하는 비행선 뒷자리에 탄 듯한 느낌이었다. 물리적인 거리는 있지만 시야각까지 커버한 스크린의 압도감 덕분이었다.

동작인식(Motion Sencing), 실시간 홀로그램 영상합성(Telepresence) 기술을 통해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한 점도 흥미롭다. 선택된 관람객은 영상 속 에어리언과의 대결 기회가 주어진다. 관객이 팔을 뻗으면 해당 동작을 인식, 화면에선 에어리언을 향해 레이저 광선이 나간다. 또 관람객이 공연장에 입장하면서 포토존에 사진을 남기면, 자신의 얼굴이 합성된 캐릭터를 공연에서 마주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다.

퍼포머들의 드로잉쇼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처음엔 ‘홀로그램 영상쇼’로만 알고 왔다가 3명의 남녀가 무대 위에 등장했을 땐 당황했다. 이들은 드로잉쇼의 퍼포머들로, 1인다(多)역을 해내는 만능 재주꾼들이다. 먹물 찍은 붓을 슥슥 놀리기만 하면, 대나무 밭, 판다, 용 등이 캔버스에 펼쳐진다. 틈틈이 코믹 연기와 댄스를 선보이는 것도 모자라, 관객 호응까지 노련하게 유도해낸다. 


‘렛츠고’의 다소 아쉬운 점은 웃음 유발을 위한 에피소드가 성인 관객 입장에선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넌버벌 쇼 형식이다 보니, 말장난과 몸개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한계로 보인다. 60분 공연에 5만 원이라는 티켓값도 처음 쇼를 접하는 관객들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다. 다만, 올레멤버십 및 BC카드 소지자는 현장 결제 시 50% 할인 받을 수 있다. 그 정도 가격이라면 색다른 장르의 공연을 체험하는 데 충분히 지불할 만한 수준이다. 


김진규 ㈜드로잉쇼 예술감독은 “드로잉쇼는 초창기엔 생소했지만 이제 한국 대표하는 공연으로서 연간 10만 명 이상 관람객이 찾아와주고 있다”며 “아날로그를 철저하게 고집하고 만들어온 저희가 신기술을 가진 KT 만나면서 새로운 콘텐츠 방향으로 거듭나게 됐다. ‘레츠고’는 시도적인 측면에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년엔 더 좋은 작품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확신도 덧붙였다.

연출을 맡은 홍상진 감독은 “어떻게 보면 실험적인 작품일 수 있다”며 “120년 전,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 스크린에서 돌진해오는 기차에 다들 깜짝 놀랐다고 한다.(‘기차의 도착’, 뤼미에르 형제) 우리 작품도 첫 발을 내딛는 작품, 장르의 탄생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KT는 2014년 1월 싸이, 빅뱅, 2NE1, 지드래곤 등 K팝 가수들의 홀로그램 공연을 중심으로 K라이브를 운영해 왔다. 지난 1월 누적 관람객 수가 20만 명이 넘었는데, 이 가운데 외국인의 비중이 45%에 달한다. 이미연 KT 미래융합사업추진실 상무는 “이후에도 다양한 기획사, 제작사와의 콜라보를 통해 다양한 장르를 제작할 계획이다. 홀로그램,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을 접목해 기존 공연예술의 가치를 확장하고자 한다. 이런 시도를 해외에 수출해 우리의 융복합 기술 콘텐츠를 전 세계에 확산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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