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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 왜 여론조사와 선거결과가 다를까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1965년 서독 총선에서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독일의 모든 언론과 여론조사가 사민당의 승리를 점쳤는데 정작 개표결과는 기민련의 압도적 승리였다. 당시 유일하게 선거결과를 예측한 곳이 엘리자베스 노이만이 설립한 알렌스바흐 여론조사 연구소였다. 섬세하게 설계된 설문조사 덕이었지만 노이만은 어떻게 선거에서 이길 것 같은 정당에 대한 예상이 그렇게 완전히 바뀔 수 있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노이만은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목격하고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침묵의 나선’ 현상을 포착했다. 즉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사회적으로 우세하고 다수 의견에 속하면 자신있게 목소리를 내고, 소수 의견에 속하면 침묵한다는 것이다. 

침묵의 나선/엘리자베스 노넬레 노이만 지음, 김경숙 옮김/사이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저자에 따르면 개인이 느끼는 ‘고립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즉 사람들은 고립되지 않기 위해 다수 의견에 공감하는 척하거나 혹은 침묵해 버린다는 얘기다.

노이만은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을 대상으로 입장이 갈리는 사회적 이슈에 타인이 혹은 다수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강하게 드러낼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폈다. 그 결과, 사람들 사이에 실제로 침묵의 나선 현상이 광범위하게 발생한다는 걸 알아냈다.

선거에서 숨은 표로 인한 ‘막판 뒤집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도 이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숨은 표심은 자신의 의견이 다수의 여론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여론 조사에서 입을 다물어 버리거나 승리가 예상되는 후보자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다. 승자의 편에 서려는 밴드왜건 효과는 동조에 대한 압박에서 나온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여론은 단순한 통계적 수치를 넘어 인간의 사회적 본성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채널인 셈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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