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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 윤대녕의 달라진 소설, 사회를 품다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은어낚시통신’ ‘대설주의보’ ‘사슴벌레여자’…

윤대녕 소설의 재미는 연애이야기를 회화적으로 그려내는 데 있다. 거의 예외없이 눈이나 비가 오는 배경으로 연인들은 만나거나 헤어지는데 결핍과 어긋남으로 아프고 아련하다.

줄기차게 연애이야기를 써온 작가가 11년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피에로들의 집‘은 종래 그의 글쓰기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피에로들의 집/윤대녕 지음/문학동네

이야기는 ‘마마’라 불리는 한 노파가 소유하고 있는 아몬드 하우스라는 연립주택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저마다 기구한 사정을 가진 이들이 우연한 기회에 마마와 연을 맺고 입주하게 된다.주인공인 나는 연출가, 극작가로 활동하다가 여배우와의 불가해한 사랑 끝에 자기파괴적 충동으로 누드연극을 올리고 신세를 망친 경우다.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노파의 조카와 이혼한 돌싱녀 사진작가, 그리고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청소년과 대학 휴학생 등이 이 집의 구성원이다. 가족이 깨진, 타인과의 유대가 끊긴 난민 같은 이들은 깊은 아픔속에 갇혀있는가 하면 벗어나려는 안간힘으로 스스로를 바깥 세상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작가는 이들이 아몬드 하우스라는 공간을 통해 유대감을 새롭게 형성하고 유사 가족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희망적으로 그려간다.

소설에는 세월호사건, 성폭행과 자살, 자폐, 타인에 대한 적대감 등 사회의 어두운 면들이 거칠지 않게 녹아있다.

이번 소설은 작가 특유의 감성대를 흔드는 아릿함은 약해진 대신 작가의 소설적 영토를 넗힌 느낌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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