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리멤버’를 통해 이미지를 많이 털어내서 좋아요. 심지어 ‘검사외전’도 잘 됐잖아요. 하나만 잘 되도 좋은데 둘 다 잘 되는 더 좋기는 하네요”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박성웅은 환하게 웃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브라운관의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로, 스크린의 ‘검사외전’으로 존재감을 발산한 그는 감히 전성기라 부를 수 있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13년 영화 ‘신세계’ 이후 다소 악역으로 돋보였던 그에게는 희소식이었다.

“‘신세계’가 저에겐 신세계이긴 했어요.(웃음) 하지만 양날의 검이라고, 인기를 얻고 ‘악역전문배우’라는 캐릭터를 국한시켰죠. 그래서 ‘리멤버’를 선택하게 됐어요. 악역이 아니라서요. 사실 이런 역을 안 시켜줘서 안 하는 거죠. 대본을 받고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그리고 이 배역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박성웅은 박동호가 됐다. “제가 좀 더 과하면 박동호가 돼요”라는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닌 듯, 그는 박동호의 능청스러움을 완벽하게 소화해내 드라마 속 매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박동호란 인물이 각인됐음에도 “잘 됐으니 지금부터가 더 중요해요”라고 말했다.

“이번 캐릭터를 너무 좋게 봐주셔서 이미지를 벗어나는 획이 된 거 같아요. ‘검사외전’도 허당처럼 나오는데 그것도 반응이 그렇게 좋을지 몰랐거든요. 저는 매 작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연기철학이 있는 거 같아요. 배우는 그래야한다고 생각해요. 한번은 류승완 감독님이 저에게 ‘이런 연기를 할 수 있을 줄 몰랐어요’라고 하셔서 제가 ‘시켜주면 다 해요. 감독님도 안 시켜주셨잖아요’라고 받아쳤더든요(웃음). 이번 작품들로 그걸 보여줄 수 있어서 뿌듯해요.”



박성웅은 유독 이번 작품에서 ‘남남케미’가 독보였다. 남궁민(남규만 역)과의 드러나지 않은 신경전은 물론이고 유승호(서진우 역)와의 끈끈한 관계는 연기를 넘어 브라운관을 장악했다. 그는 “승호의 캐스팅 소식 듣고 반가웠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유승호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표현했다.

“제가 촌사람이라 그런가, 정이 많아요(웃음). 처음에 ‘태왕사신기’ 때 승호가 아역을 했었죠.저는 제 아역을 하고(웃음). 수염 떼고 아역하래서 그냥 했었습니다. 이후에는 ‘카인과 아벨’에서 우연히 만났었죠. (소)지섭하고 승호하고 친하거든요. 지섭이가 ‘리멤버’ 때도 밥차를 보내주고 그랬어요. 만일 승호가 저랑 초면이었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불편했겠어요, ‘신세계’의 이중구인데. 정말 대단한 건 승호는 촬영장에서 얼굴 한 번 찡그리는 일 없더라고요.”

유승호를 향한 그의 극찬에서 느낄 수 있듯 연기에서도 그 눈빛은 진실됐다. 일각에서는 ‘짝사랑같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박동호가 서진우를 보는 눈빛은 애절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박성웅은 “그 사람이 날 원망하고 있으니까”라는 말로 대답을 이어나갔다.

“어쩔 수 없었던 거죠. 그렇다고 동호가 변명하고 떠날 수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저 안타깝게 보는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죽을 때까지 네 편이야, 언젠가는 알겠지’ 생각하면서 말이죠. 그 끈을 놓을 수 없었던 거죠. 동호는 그래서 외로울 겨를이 없었을 거예요. 항상 죄책감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그걸 빨리 풀어주고 싶었죠. 4년이 흘렀지만 해결되진 않으니 계속 싸울 수밖에 없었고 결국 외로워할 겨를도 없었죠.”

서진우를 향한 박동호의 마음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그리고 박동호를 연기한 박성웅의 ‘유승호 사랑’도 끝나지 않을 듯 보였다. 그는 종방파티에서 유승호에게 애정이 담긴 조언을 했다고 털어놨다.



“촬영 끝나고 헤어진다는 게 정말 아쉬웠어요. 그래서 종방 파티 때 승호를 불러다가 말했습니다. ‘박성웅은 박동호처럼 너를 볼 거야. 언제까지나 응원할 거고 좋은 작품이 있으면 추천도 할 거고. 유승호라는 사람의 인성에 대해 소리 외쳐 모든 사람이 알게 해줄 거야’라고요.”

그래서였을까. 결말에서 서진우와 대면한 박동호의 슬픔은 브라운관을 넘어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가 느낀 안타까움은 그대로 전이돼 잊지 못할 드라마의 엔딩으로 남겨졌다.

“입체적인 캐릭터여서 절제를 많이 해야 했어요. 하지만 그 납골당 장면에서는 감정을 끝까지 갔죠. 그날은 정말 납골당에 도착하자마자 눈물이 났어요. 의상도 분장도 안했는데도. 촬영 전부터 눈물 참느라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진우의 첫 대사를 듣자마자 펑펑 울었어요.”

‘꽃중년’ 배우의 중심에 선 박성웅, 마지막으로 그에게 어떤 점이 팬들에 어필하는지 웃자 그는 소탈하게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편안함? 40대니까 얼마나 더 잘되면 좋겠다, 혹은 이익을 추구하는 거보다 놀이판에서 더 놀수 있는 그런 태도라서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거 같아요. 가식이 아닌 솔직한 모습이기에 더 좋아하시는 게 아닐까요. ‘척’ 하지 않는 거죠. 아저씬데 뭐 보여주면 되지, 그런 마음이 진솔함으로 가는 것 같아요. 제가 꽃미남 스타일이 아니니까요(웃음).”
이슈팀 이슈팀기자 /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