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대동제의 영산줄, 돌하르방 보다 센 ‘바람할머니’ 재연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창녕의 여러 고을은 2월말이 되면 동네별로 소머리 조형물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쇠머리 대기’라는 마을 대항전에서의 승리는 자존심을 건 한판이기 때문에 놓칠 수 없다.

승자는 승리의 기운을, 패자는 심기일전의 자세를 곧추세우는 게임이다. 경기가 시작되면 거주지별로 동서로 나뉘어 수많은 장정들이 대장의 지휘에 따라 상대방의 쇠머리(나무로 엮은 소머리 모양의 조형물)를 쓰러뜨리거나 쇠머리를 높이 들어 적의 쇠머리 위를 덮쳐 땅에 닿게 하여 승패를 겨루는 놀이이다.

힘과 지혜, 팀워크가 앞서야 이기는 게임으로, 지략 대결이 관람객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와우~”, “어~~.” 밀리거나 공격할때 관객석에서는 탄성과 함성이 교차한다. 29일 시작되는 창녕군의 55회 3.1민속문화재 개막경기이다.

프로야구 처럼 연고지의 자존심이 걸린 영산 쇠머리대기 한판 대결

이처럼 민속놀이는 현장에서 보면 프로야구 못지 않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주지하다시피, 안동 하회탈춤도 멍석 깔아 놓은 자리에서 보면 베르디의 오페라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흥겹고 재미난다.

바꿔 말하면, 민속놀이에 대한 젊은 층의 막연한 기피는 편견일 뿐이다. 지금도 수많은 대학 캠퍼스에 꽹가리가 울려퍼지는 것은 대한민국 전통의 ‘흥’겨운 놀이문화 때문이다.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원장 강경환)이 후원하고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서도식)이 지원하는 중요무형문화재 예능공개행사가 3월 따뜻한 봄과 함께 서울, 경남 창녕, 제주도 등에서 펼쳐진다.

1980년대 캠퍼스 대동제에 등장해 대학생들의 흥을 돋우던 영산 줄다리기

이달의 공개행사는 중요무형문화재 ▷제25호 영산쇠머리대기(2.27~3.1/경남 창녕군 영산면 무형문화재놀이마당) ▷제26호 영산줄다리기(3.1~3/경남 창녕군 영산면 무형문화재놀이마당) ▷제71호 제주칠머리당영등굿(3.9 및 3.22/제주 사라봉 칠머리당 등) ▷제85호 석전대제(3.16/서울 성균관 대성전) ▷제46호 피리정악 및 대취타(3.17/서울 국립국악원) ▷제9호 은산별신제(3.25~30/충남 부여군 은산면) 총 6종목의 중요무형문화재가 개최된다.

돌 하르방, 즉 남성 촌장이 제주민의 마음속에 가장 크게 자리잡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제주 사람들은 예로 부터 고기잡이를 좌우하는 바람과 먹거리를 풍요롭게 하는 농사일을 영등할망(영등신)이 관장한다고 믿어왔다. 풍신(風神, 바람신)이자 풍농신(豐農神), 즉 경세제민의 정치를 구현하는 상징이다.

영등신은 음력 2월 초하루에 신화에 나오는 강남천자국 또는 외눈배기섬으로부터 제주도로 들어오고, 제주도의 해안을 한바퀴 돌면서 전복ㆍ소라ㆍ우뭇가사리 등의 씨를 뿌려 줌으로써 해녀들에게 해산물의 풍요를 선사한 다음 음력 2월 15일에는 소섬(우도)을 거치고 돌아간다고 전해진다.

제주 건입동에서 펼쳐지는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은 제주도 특유의 해녀신앙과 민속신앙이 담겨져 있는 굿으로, 우리나라 유일의 해녀의 굿이라는 점에서 특이성과 학술적 가치가 있다.

지름 1m, 길이 40m인 창녕 영산줄다리기의 굵은 줄은 과거 1980년대 대학교 대동제에서 차용하기도 했다. 여자가 많은 편이 이겨야 한해 농사가 잘 된다는 양성평등 사상도 배어있다.

오는 3월 16일에는 서울 성균관 내 공자를 모시는 사당인 문묘에서 공자를 비롯한 옛 성인들의 학덕을 추모하는 제사인 ‘춘기 석전대제’가 개최되며, 17일에는 우리 선조들의 기개를 한층 더 느끼게 해주는 고귀한 음악으로 그 가치가 큰 ‘피리정악 및 대취타’ 공개행사가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펼쳐진다. 문의 02-3011-2153 한국문화재재단.

abc@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