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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관리비 절감’보다 경비원들과의 상생 택한 주민들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가 또 뉴스를 장식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를 절감하겠다며 기존의 경비원 대신 무인경비시스템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두차례 주민투표에서 무인시스템 도입이 부결됐으나, 지난해 3번째 동의 절차가 진행돼 주민 과반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는 것이 대표회의 설명이었다. 전체 660가구중 150세대는 지난 15일 ‘통합 보안시스템 설치결의 무효 소송’을 제기하며 저지에 나섰다. 그러나 신규경비업체는 24일 전체 경비원 44명중 35명에게 해고통보를 전달했다. 졸지에 일자리를 잃고 거리에 나앉게된 경비원들은 삭발식을 갖고 당분간 출근을 강행키로 했다. 한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지는 ‘작은 논란’이라고만 치부하기 어려운 일이다. 씁쓸한 심정이다.

경비원 해고사태의 핵심은 경비절감을 포함한 효율성과, 상생을 위해 어느 정도의 비효율성을 감수하자는 가치의 충돌이다. 입주자대표회의 대표는 경비인력의 보안에 허점이 있으며, 무인시스템 도입시 연 6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비원이 아파트의 모든 곳을 항상 감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명분도 있다. 하지만 CCTV 역시 사람이 지켜보고 조치를 취해야하는 시설물이다. 카메라에 잡힐경우 범인을 잡아낼 순 있지만 사고를 막거나 예방하긴 어렵다. 경비원의 순찰이 만들어내는 ‘범죄 및 사고 예방효과’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주민투표와 입찰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고 한다.

무엇보다 아파트 주민 상당수가 ‘관리비 절감도 좋지만, 오랜 기간 근무해온 경비원들을 이웃이자 공동체’로 인식한다는 것을 입주자 대표회의가 외면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CCTV는 정확하고, 월급도 안받고, 쉬지도 않는다. 하지만 분리수거, 눈치우기, 택배보관, 순찰 등의 다양한 업무를 하며 주민들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경비원을 대신할 등가의 대안은 결코 아니다. 어느 것을 택해도 장단점은 분명히 있다. 냉정히 말해 입주자대책회의와 이에 반대하는 주민모임이 합의해 효율성이냐, 상생이냐를 택하면 끝이다. 그러나 기계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다거나, 기계가 사람보다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단순 논리로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원가절감, 수익성 등을 지고의 가치로 삼는 기업경영과는 또 다른 문제다. 관리비 조금 더 내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어깨를 겯고 살아가겠다는 주민들의 결정을 응원하고 싶다. ‘상생’이라는 말이 ‘死語’가 되어가는 요즈음이라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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