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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광장-문창진] 먹방전성시대의 입맛
요즘 먹방이 전성시대를 맞았다. 공중파, 종편 할 것 없이 방송사마다 저마다 한 두 개씩의 먹방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예능프로 중에서도 먹방은 상위권의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다. 연예인보다 더 유명세를 타고 있는 쉐프들이 화려한 칼질을 뽐내고 연예인들도 먹방 출연을 희망한다고 한다.

왜 이토록 먹방이 인기인가? 예로부터 한국인들은 먹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금강산도 식후경, 먹다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른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등등 먹는 것과 관계된 속담이 참 많다. 아마도 한국인의 피 속엔 먹는 것에 대한 갈망이 DNA로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먹방의 콘텐츠를 살펴보면 하나는 맛을 추구하는 먹방으로, 맵거나 달거나 짜거나 기름진 음식이 메뉴로 자주 등장한다.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몸에 좋다는 재료로 만든 음식을 소개하는 먹방인데 인기도에 있어서 맛을 추구하는 먹방의 경쟁상대가 못 된다.

방송사는 당연히 시청률을 염두에 두어야겠지만 맛을 추구하는 먹방이 시청자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건강에 해로운 식습관을 갖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매운 맛, 단 맛, 짠 맛, 기름진 맛 할 것 없이 자극적인 맛은 중독성이 강하다. 그래서 안 좋은 줄 알면서도 한 번 맛을 들이면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의 두 배나 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짠 음식을 즐겨먹는 국가로 꼽히고 있다. 단 맛은 또 어떤가. 설탕섭취량이 늘어나면 당뇨 등 각종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심혈관계질환에는 소금보다 설탕이 더 해롭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방섭취가 과다하면 고지혈증과 같은 혈관병에 걸릴 소지가 크다.

그럼에도 여전히 맵고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을 탐닉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음식에 대한 가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음식에 대한 가치는 사회발전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처음에는 양으로, 다음에는 맛으로, 마지막엔 웰빙으로 옮겨간다. 절대빈곤의 시대에서는 허기를 채워주는 배부른 음식이 최고였으나 지금은 너도나도 맛있는 음식을 즐겨 찾는다. 한국은 중간단계쯤 와 있는 것 같다.

스트레스도 자극적인 입맛을 조장하는데 한 몫하고 있다. 학업, 취업준비, 직장생활에 지친 이들은 혀와 정신을 즐겁게 해 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달고 맵고 고소한 맛은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켜 잠시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

문제는 이런 식습관을 버리지 못하면 결국 성인병이 고개를 들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다가올 100세 시대를 생각하면 건강하게 늙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평균수명만큼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 10년 이상을 성인병과 같은 질병으로 고통 받으며 산다고 생각해보자. 노년기의 삶은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노년기 질병으로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 경제에도 도움이 안 된다. 건강보험공단의 추계에 따르면 노인의료비 지출은 계속 늘어나 2060년이 되면 다른 연령층의 4배나 되고, 올해 나라예산과 맞먹는 금액이 해마다 노인의료비로 소진될 것이라고 한다.

지중해 국가들과 일본은 건강수명을 자랑하고 있다. 반면 설탕과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미국은 성인인구 10명 중 4명 가까이가 비만상태에 있고 한국보다 평균수명이 짧다. 어느 나라가 더 건강한 나라인지 답은 명확하다. 오늘의 입맛을 위해 미래의 건강을 포기할 것인가. 짧게 살고 말 일이면 모르겠지만 건강장수를 희망하다면 입맛부터 바꾸어야 할 것이다.



문창진 차의과학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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