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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값등록금의 힘’ 나눔ㆍ기부로 공유사회 앞당긴 대학생 사연
“반값등록금이 공동체를 보는 눈을 틔워줬죠”…다양한 봉사활동으로 취업 성공한 서울시립대 졸업생 최민석 씨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등록금 문제가 해결되면 아르바이트하느랴, 당장 눈앞의 취직 걱정하느랴, 하고 싶은 공부나 봉사활동을 못하는 문제에서 자유로워지더라고요. 마음이 안정되니 내 주변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지난 22일 졸업을 맞은 서울시립대 10학번 최민석(26) 씨는 졸업 전에 이미 한 보험사에 취직했다. 수많은 대학 졸업생이 취업을 걱정하며 어학공부, 스펙 쌓기에 골몰하지만 최씨의 대학생활은 이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최씨가 가장 공들인 활동은 세월호 사고를 당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만나 영어 멘토링을 해주는 일. 학교에 단원고 정상화 나눔지기 공지가 뜨자마자 지원했지만 막상 학교에서 안산까지 지하철로 가는 데만 2시간 20분이 걸리는 게 문제였다.

“처음에는 너무 멀어 포기할까 했어요. 그런데 단원고 기억교실을 보고나니 마음이 먹먹해져 절대 그만두면 안 되겠더라구요.”

결국 최 씨는 2014년 8월부터 6개월간 방학기간은 물론 학기 중에도 2~3시간씩 아이들을 만나 멘토 역할을 했다.

최씨가 해 온 활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4명의 다른 시립대 학생들, 학교 주변 주민들 100여명과 함께 동네에 화분을 심고 전등갓을 씌워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반디뿌리 사업단’ 활동을 했다.

2015년 9월에는 이런 활동을 담은 음악앨범 ‘하나에미’를 냈다. 꽃처럼 밝게 핀 웃음이란 뜻이다. 이미 1학년 때는 인천시 부평구를 배경으로 한 독립영화의 음악감독을 했고 2학년 때는 서울예술대학 졸업 작품 ‘Eating My Life’의 주연배우로 활동하는 등 예술적 재능도 한껏 발휘한 터였다.

작년 1월에는 마이클 잭슨의 ‘Man in the Mirror’ 반주에 시민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공유하면 최씨와 본인이 각각 3000원을  푸르메재단에 기부하는 크라우딩펀딩도 진행했다. 3일 만에 10만원이 모였다.

최 씨가 집안 사정이 넉넉해서 취직 걱정 없이 다양한 활동을 했던 것은 아니다. 자세히 밝히기는 어렵지만 부모님의 이혼과 재혼 등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웠다. 대학을 고르는 기준도 등록금이 최우선이었다.

서울시립대의 반값 등록금은 최 씨가 공동체를 위한 활동을 하는 가장 큰 밑거름이다. 서울시립대의 반값 등록금은 등록금(입학금, 수업료, 기성회비) 고지서상의 액수를 50%로 줄여 학생들의 실질적인 학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시행한 정책으로 2012년 1학기부터 시행됐다.

그는 ”다른 학교와 비슷한 등록금을 내고 다녀야 했다면 내가 빌린 학자금 대출 갚기 바쁘니깐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을 것“이라며 “시립대생은 그런 것에서 여유로워서 평균적으로 베풀려고 하는 기반과 당위성이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시립대는 각종 장학금 혜택은 물론, 수시 시험 감독 등 아르바이트 기회도 많이 제공돼 최씨가 혼자 힘으로 학업을 마치는데 결정적으로 도움이 됐다.

“어렸을 적엔 내가 잘 견디고 내가 잘나서 잘 큰 줄 알았다”는 최 씨는 “철이 들고 보니 그때마다 청소년상담센터 등에서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 꿈을 키울 수 있었다”며 “시립대의 반값 등록금도 그 중 하나”라고 밝혔다.

최씨의 다양한 활동은 결국 취직으로 이어지는 길이 됐다. 공기업 시험을 반년 정도 준비하던 최씨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잡 캠프에서 1등을 차지했고 최씨를 눈여겨 본 현재 회사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고 취업에 성공했다.

최씨의 꿈은 청소년장학재단을 설립하는 것이다. 최씨는 “내가 많이 받았으니깐 돌려줘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면서 ”지금 직장도 개인사업자 신분인 재무설계사여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재무적으로 상담을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들어왔다“며 방긋 웃어 보였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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