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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당신의 프라이버시는 안녕하십니까?”
“명령에 따른다고 해커나 범죄자들이 아이폰에 접근할 경로를 열어주거나 애플이 자사 고객을 해킹하도록 만드는 것도 아니다…회사의 사업 모델과 브랜드 마케팅 전략상의 우려 때문이다”(미국 법무부) “프라이버시와 민권에 관해 매우 중요한 논의다.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애플 변호사)

절충선 없는 설전이다. 어느 한 쪽도 이번 게임에선 꼭 이기겠다며 가시 돋힌 설전을 주고받고 있다. 훈수꾼들도 각기 연합군을 형성해 자기 진영의 논리개발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절충선이 없다. 누가 이기고 누가 지냐의 치킨게임이다.

‘샌버너디노 총격 사건’의 주범 사예드 파룩이 쓰던 아이폰 5c 한 대의 보안기능을 해제하냐 마냐의 문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요구대로 파룩의 아이폰 보안을 해제해주면 애플 스스로 ‘뒷 문’(back door)을 만들어주는 꼴이 된다. 아니 제 스스로가 제 제품의 보안 프로그램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일종의 ‘만능 키’를 만드는 꼴이다. 파룩의 아이폰 보안을 해제한 뒤에 파괴하거나 꽁꽁 숨겨 놓으면 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중국, 파키스탄, 러시아 등에서도 애플에 뒷 문을 만들어 놓으라는 압력이 이어질 것도 뻔한 노릇이다. 그렇게 되면 아예 이 시장에서 사업을 접어야 될지도 모른다. 2010년 사이버 공격에 구글이 무릎을 꿇고 중국 사업을 접은 경험도 이미 봤다.

중국, 홍콩, 대만 등 중화권에서의 애플 비중은 현재 10%에 불과하다. 하지만 2018년에는 미국을 넘어서 가장 큰 시장이 될 전망이다. 인권운동가들은 벌써부터 애플에 중국 정부의 사찰에 사용될 수 있는 기술적 뒷 문을 만들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가뜩이나 수익성 하락에 고심하는 애플로선 일생일대의 도전이다.

테러와의 전쟁에 나선 미국 정부에게도 양보란 있을 수 없다. 이번 게임에서 지면 수사기관과 정보당국은 무기 하나를 고스란히 반납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압수한 기기에 들어 있는 ‘저장 자료’(data at rest)마저 활용할 수 없다면, 문자나 이메일 등을 통한 ‘움직이는 자료’(data in motion)에 접근할 수 있는 법원의 허가를 얻기는 불가능하다. 미 정부로선 “애플을 테러범의 비밀을 숨겨주는 쪽이라고 몰아세울 수 있는 완벽한 기회”(뉴욕타임스)로 삼은 것이다.

‘카카오톡 검열 논란’에 많은 사람들이 앞다퉈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을 신청한 때가 2014년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공익을 위한 정보 통제의 역사에는 ‘마침표’가 없다. IT 기술의 무한 확장으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구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과녁이 한 개가 됐다가, 두 개가 되기도 하고 세 개가 되기도 하는 게 현대사회다.

잘못하면 화살은 과녁을 맞추기는 커녕 어느 누군가를 죽이는 살상무기가 된다. IT의 죽음이 될 수도 있고, 공권력의 죽음이 될 수도 있다. 빅 브라더의 음모론은 현대사회에, 공권력에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당신의 프라이버시는 안녕하십니까?”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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