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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김종인의 변심? -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행보가 범상치 않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 대표는 자신의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을 두고 자신의 나이를 들먹이며 상당히 강한 톤의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그런데 김 대표는 지난 22일 자신의 비례대표 출마설과 관련, “제가 여기서 단적으로 뭘 하겠다 안 하겠다 말을 드릴 수 없다”며 “국민도 나중에 진행되는 과정을 보고 확인하면 알 것”이라고 했다.

이걸 두고 김 대표의 비례대표 출마가 거의 확실하다고 단언하는 평론가들도 있다. 그렇다면 김종인 대표는 왜 자신의 입장을 바꿨을까 하는 부분이 궁금하다. 그 부분에 대해서 추론하자면 이렇다.

일단 김 대표의 입장이 바뀌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언급을 한 시점, 당 안팎에서 김 대표의 언행을 문제 삼는 발언이 나오기 시작했던 시점이 공교롭게도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대표가 북한 궤멸론을 주장할 때만 하더라도 당내 친노들은 잠잠했다. 그런데 문재인 전 대표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문 전 대표는 “북핵과 미사일, 드디어 개성공단 폐쇄까지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의 완전한 실패”라며 “그런데 실패자들이 오히려 기세등등 과거정부 탓을 하면서 책임을 가린다”고 비판하고 “일부 야당 인사들까지 햇볕정책 재검토 등 부화뇌동하는 것은 참으로 딱한 노릇”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야당인사’가 누구냐 하는 부분이 대두된다. 김 대표를 말하는지 혹은 이상돈 국민의당 선대위원장을 말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 대표 측은 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문제 삼은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문 전 대표의 이런 발언이 김 대표를 겨냥했다는 얘기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게 현실이다.

연이어 지난 20일 장하나 더민주 의원이 김 대표가 영입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해 강한 톤의 비판을 한 것을 두고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19일 문 대표가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 일갈을 날리고, 뒤이어 장 의원이 김현종 전 본부장의 영입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그리고 22일. 입장이 변한 듯한 김 대표의 언급이 나왔다.

물론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경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일 친노들의 조직적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라면 김 대표가 이를 감지하지 못할 리는 없을 것이다. 특히 일부 당내 요직에 친노들이 분포하고 있다는 점을 김 대표가 인지했다면 더욱 이런 움직임에 나름대비를 할 것이다.

이런 김 대표의 움직임에는 아직 당에 남아있는 비노의 이익도 한몫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현재 뚜렷한 대안 없이 당에 머물고 있는 비노 입장에선 김 대표가 최소 대선까지는 당내에 버텨줘 문 전 대표를 비롯 친노들을 견제해 주길 바랄 것이다. 그렇다면 김 대표가 비례대표 배지를 달기 바랄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런 비노의 생각과, 친노의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김종인 대표의 입장이 맞물려 김 대표의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을 높인다고 할 수 있다. 만일 김 대표가 비례대표에 출마한다면, 이는 김 대표가 총선 이후에도 당내에 머물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 이는 ‘단기적 얼굴마담’으로만 김 대표를 생각했던 친노들을 당황하게 만들 것이다.

이를 보면, 정치권은 벌써부터 총선 이후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총선이 의원 개개인의 운명을 미시적으로 결정한다면, 그 이후 대선 과정은 거시적 차원에서 의원 개개인의 운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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