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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식과 교양의 도서관,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세계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장미의 이름', '푸코의 추'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기호학자이자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의 타계는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소설이 가벼워지고 개인화 돼가는 현실에서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은 폭넓은 지식과 교양의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그는 끊임없는 호기심과 지적 모험으로 사물과 세계를 탐색해 독특한 소설적 공간을 구축했다.

게티이미지

1980년 출간된 그의 첫 소설 '장미의 이름'은 그를 단번에 스타작가의 반열로 올려놓았다. 14세기 중세 이탈리아 수도원에서 일어난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해가는 이 추리소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미학과 논리학, 그의 전공인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 프란시스 베이컨의 경험철학 등 만권의 책이 집약된 교양소설로 불린다.

이 소설은 이탈리아에서 1년만에 50만부를 돌파하면서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1982년 출간된 독일어판은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영어판은 200만부, 1986년 출간된 한국어판은 1989년 장 자크 아노 감독의 동명영화가 개봉되면서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장미의 이름'의 상업적 성공에 이어 1988년 출간된 '푸코의 추'는 기호학자로서의 그의 진면모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과학의 지적 모험이라는 점에서 전작과 비교된다. ’푸코의 추’란 19세기 과학자 장 베르나르 레옹 푸코가 지구의 자전을 증명하기 위해 고안해낸 장치로 현재 파리 과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백과사전적 탐정소설'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소설의 집필동기에 대해 에코는 “우리 시대 문명이 갖고 있는 본질을 캐려는 진지한 관심”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즉 인간은 왜 초자연적이며 마술적인 것에 관심을 갖는가에 대한 그의 탐색이자 인간이 쌓아올린 지식에 대한 그의 헌사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는 유럽 역사에 등장한 모든 상징과 사실, 개념이 등장한다. 물리학 용어만 한페이지 넘게 줄줄이 이어질 정도다. 현대 만화 주인공도 소개된다. 교황청으로부터 ‘쓰레기’라는 혹평을 받은 이 소설은 중세 이래 발전해온 비교에 대한 완벽한 안내서로도 통한다.

미학자로서 그의 방대한 작업을 보여주는 ‘미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현대까지 미술과 건축을 통해 나타난 미의식을 탐색한 책. 에코는 미란 시대마다 달리 해석될 수 있다고 봤다. 따라서 예술작품을 통해서만 그 시대 미의식에 접근하는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호학자로 그는 난해한 기호학의 세계도 알기 쉽게 소개했다. 기호학의 세계를 핵심적으로 설명한 ‘소설속의 저자’는 기호학의 입문서 격. ‘돈키호테’‘마의 산’등 고전의 의미망 읽기를 통해 문학작품이 어떤 경로로 독자들에게 해석되어지는지를 밝히고 있다.
텍스트의 의미의 켜를 벗기는 해석의 매혹과 비밀에 대해 밝힌 저서 ‘해석의 한계’는 기호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움베르토 에코는 문학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고 있었다. 문학은 죽는 방법까지 가르쳐 준다고 말할 정도로 문학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다.
“글쓰기의 즐거움은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데 있다”“그 글은 오로지 ‘독자’를 위해 쓰는 것”이라고 에코는 저서‘문학강의’에썼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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