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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수주 1등 현대엔지니어링…비결은 ‘탈(脫)중동’ 시장 다변화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해외수주에서 국내 건설사 중 1위에 올랐다. 2000년대엔 최하 20위권에 머물렀던 회사가 2013년(4위ㆍ수주액 52억6977만달러), 2014년(2위ㆍ96억4964만달러) 환골탈태 수준의 실적을 내더니 급기야 수위를 점한 것이다.

비결이 뭘까. 저가 수주의 출혈경쟁이 심했던 중동을 피한 이른바 ‘탈(脫) 중동 시장다변화’ 전략이 꼽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런 전략이 지속적으로 효과를 보려면 국가 정상 차원의 경제외교가 절실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신흥 자원부국 집중 전략, ‘通했다’=19일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이 회사의 작년 해외 수주액은 57억6878만달러로, 삼성물산(56억4705만달러)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설계 위주로 진행했던 2000년대 해외수주 실적이 10~20위권에 머물렀던 데서 확 달라진 것이다. 설계에 더해 구매ㆍ시공(EPC)까지 아우르는 사업구조를 갖춘 2009년부턴 순위가 10위권 안으로 올라갔다.

이 회사는 공략 지역을 넓혀갔다. 국내 업체끼리 경쟁이 치열한 중동을 벗어나기로 했다. 새 타깃은 중앙아시아의 신흥 자원부국. 첫 테이프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끊었다. 2009년 11억6000만달러의 가스탈황설비 플랜트를 수주했다. 1998년 현대건설이 이 나라의 폴리프로필렌 플랜트 사업을 따낸 이후 10년만에 국내 건설업체가 현지에 재진출한 의미도 있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실력은 인근 국가에 입소문이 났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지속적으로 사업을 수주한 원동력이다. 중앙아시아는 이 회사 캐쉬카우(현금창출원)의 확실한 거점이 됐다. 작년 해외수주 총액 중 이 지역의 수주액이 77%(44억3934만달러)였다.

다른 건설사들도 저가 수주전의 무덤이 됐던 중동의 대체 지역으로 남미,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은 베네수엘라, SK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미국 등에서 신규 사업 수주에 성공한 게 대표 사례다. 


▶시장다변화 전략의 키(Key)는 정부간 경제외교=현대엔지니어링을 비롯한 건설사들은 신규 자원 부국에서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따내려면 국가수반의 경제외교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가 눈을 돌린 신규시장도 중동과 마찬가지로 저유가의 한파에서 벗어나기 힘든 구조적인 한계가 있는 데다 재정여건이 열악한 국가가 많아 정부ㆍ금융기관 간 협업 지원이 원활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재정사업은 거의 발주되지 않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발주가 대다수여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정상외교의 효과를 체험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우즈베키스탄 칸딤가스전 개발 사업(20억 달러 규모)이 정부 승인 지연으로 무산될 위기였으나,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통해 해결했다. 또 작년 4월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도 이 회사가 추진하던 천연가스액화플랜트, 정유공장 중성 사업 등 50억 달러에 이르는 사업 계약도 체결됐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중앙아시아에서의 성공엔 우수한 공사수행 능력도 작용했지만, LG상사와 협업으로 먼저 개발방향과 판로를 기획해 제안한 점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며 “하지만 낙후된 프로세스로 인한 현지 정부의 승인 지연 등은 대통령의 경제외교로 술술 풀리게 됐다”고 말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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