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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은 지금 ‘점포 정리中’…지난해 희망퇴직금만 1.5조
작년 은행 희망퇴직금, 단기순익의 절반수준
인터넷뱅킹, 핀테크 등 구조조정 가속화
점포 구조조정 지속 여파 올해도 인력 감축 지속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5년 뒤 은행업의 모습을 전혀 가늠할 수 없습니다’

최근 한 은행원이 털어 놓은 은행업 위기에 대한 솔직한 속내다.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초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은행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순이자마진(NIM) 하락에 절체절명의 심정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구해야 할 처지다.


한국의 전통산업인 건설ㆍ조선ㆍ화학업의 부진에 따른 대규모의 부실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은행 출범과 핀테크 활성화는 점포 기반의 은행 영업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이런 은행의 위기는 지난해 경영 실적에서도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급전 직하하며 보험업에도 밀리는 수모를 겪었다. 예대마진과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는 가운데, 순이자마진은 10년 만에 거의 반토막이 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적 부진 속에서도 도리어 은행들의 판관비는 급증했다.

전사적인 비용 절감 노력 속에서 인력구조조정에 따른 희망퇴직금의 급증이 실적 악화를 불러온 것이다.

돈을 벌기도 팍팍한 데, 사람을 줄이느라 대규모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은행업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18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들이 지출한 판매비와 관리비는 22조5000억원으로 2014년의 21조원 대비 1조5000억원이 늘었다.

부진한 경영 실적 탓에 강도 높은 비용절감 노력을 기울여 온 은행들의 판관비가 오히려 늘어나게 된 데는 인력구조조정에 따른 퇴직금 지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은행들은 희망퇴직과 명예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에게 총 1조5000억원의 퇴직금을 지급했다. 4분기에만 총 1조원이 퇴직금으로 지출됐다.

이는 2014년 7000억원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난 금액으로, 지난해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인 3조5000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실제 지난해 명예퇴직은 마치 유행처럼 번지며 시중은행 전반을 강타했다.

본지가 지난해 신한ㆍ국민ㆍ하나ㆍ우리ㆍSC제일은행 등 5개 주요 시중은행과 농협, IBK기업은행 등 주요 특수은행의 희망ㆍ특별퇴직자수를 조사한 결과, 총 4361명(정년퇴직, 이직ㆍ개인사유 등에 따른 퇴직 제외)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인력의 대대적 구조조정은 시중은행들이 주도했다. 감소폭이 가장 큰 은행은 SC제일은행과 KB국민은행이었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963명을 특별퇴직시켰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6월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 1000명을 포함한 총 55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그중 1122명을 내보낸 데 이어, 지난해 말 추가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외환은행과 지난해 합병한 KEB하나은행 또한 조직 합병에 따른 인력 조정이 필요성이 큰 탓에 인력 감소가 비교적 컸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희망ㆍ특별퇴직을 통해 924명을 내보냈다.

은행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추세는 올해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저금리 기조 속에 예대마진이 감소하면서 각 은행들이 앞다퉈 점포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예정이어서 인력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핀테크를 앞세운 비대면 거래의 활성화로 창구직원을 유지할 필요성이 더욱 낮아지는 점도 인력 축소를 유발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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