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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천막장’ 與, ‘右왕左왕’ 野…총선 앞둔 ‘콩가루 정치’
[헤럴드경제=이형석ㆍ이슬기ㆍ장필수 기자]여당인 새누리당은 비박(非박근혜)과 친박(親박근혜)계 사이의 공천전쟁이 ‘막장’으로 치달았다. 당 지도부 사이에서 험한 말이 오갔다. 회의석상에서 책상을 치고, 뒤로는 욕설까지 서슴지 않았다. ‘파경 직전의 부부’다. 야당에서는 이념과 노선이 ‘혼전세’다. 더불어민주당은 ‘보수’와 ‘진보’를 손바닥 뒤집듯 오간다. 

하루가 멀다하고 ‘우(右)왕좌(左)왕’이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를 잇는 야권 ‘적통’으로서의 정체성이 뿌리로부터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당은 사공이 많다. ‘중구난방’이다. ‘호남정치의 계승자’들은 ‘햇볕정책’을 말하는데, 여권에서 온 외부 영입인사가 입당 일성으로 “안된다”고 했다. 좋게 말하면 ‘역동성’이고 나쁘게 말하면 콩가루도 이런 콩가루가 없다. 여야할 것 없이 애초부터 ‘계통’이 없기 때문이다. 정책과 노선이 아니라 ‘주군’을 따르는 낡은 계파정치가 집권여당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동안의 여권 인사가 야당의 지도부를 꿰차면서 어제의 적군이 오늘의 아군이 됐기 때문이다. 어울리기 어려운 이들이 ‘공천’이라는 ‘밥그릇’을 두고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4ㆍ13 총선을 앞두고 드러난 국내 정치의 민낯이다. 더 큰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공천막장’ 새누리=김무성 대표는 17일 최고위원ㆍ중진 연석회의에서 “선거에 지는 한이 있어도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대로 묵과할 수 없다”며 책상을 몇 번이나 내리쳤다. 이한구 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는 공천에 대해 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과거에 당대표도 공천 안 준 적이 있다”며 “자꾸 저렇게 하면 당헌ㆍ당규에 따라서 당대표가 물러나든지 내가 물러나든지 그래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불씨는 이 위원장의 사실상 전략공천안이다. 이 위원장의 안은 전국 17개 시ㆍ도별로 1~3곳을 우선추천지역으로 지정해 사실상 ‘전략공천’을 하고, 경선은 100% 국민 여론조사를 원칙으로, 일반인 대 당원 7대3을 예외로 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주장한 상향식 공천제를 뿌리째 흔드는 안이다. 비박계는 일제히 반발했다. 심지어 이날 기자들이 보는 가운데 친박계의 한 4선 의원의 뒷통수에 비박계의 재선 의원이 “나쁜 X”라고 욕설을 내뱉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현재로선 친박과 비박간의 공천전쟁은 ‘확전일로’다. 비박계는 당헌ㆍ당규를 고치거나 의총을 열어서라도 이한구 위원장을 거취를 문제삼는 방안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공천마감 결과 전국적으로 다수 지역에서 친박과 비박계 후보간의 경선이 예상돼 계파간 공천전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右왕左왕’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과 더불어 경제 아카데미’ 연사로 나서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부의 경제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대중 정부에 대해선 “경제성장을 빨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혀서 방법은 재벌을 동원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결국 시작된 것이 양극화 현상”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는 “일반 서민들은 ‘저 사람이 우리를 위한 조치를 취하겠지’ 하면서 당선시켰는데 대통령이 되자마자 마음을 바꿔서 재벌 위주의 경제성장을 했다”고 평했다. 더민주가 뿌리를 두고 있는 역대 두 정부에 양극화ㆍ재벌고착화의 원죄를 물은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종인 대표가 안보에선 우, 경제에선 좌 행보를 보이며 더민주의 이념적 정체성을 근간에서 흔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 대표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후 북궤멸론으로 논란을 가져왔고,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조치에 대해서는 “찬반보다는 신중론”을 제기해 강력 반대를 주장한 당 공식 입장과는 거리를 보였다.


일단 더민주는 공천권을 포함해 당의 총선전략을 김종인 대표에 일임하는 모양새를 갖추면서 안정을 꾀하고 있지만현안 대응과 정책 노선에서는 편차가 심한 좌우 갈짓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안보 이슈에서는 김종인 대표의 보수 경향 발언으로 정부ㆍ여당의 대북강경책과 ‘물타기’를 하고 경제정책에서는 ‘좌선회’하는 모양새다. 17일 이종걸 원내대표의 연설과 김종인 대표의 강연은 안보에서 경제로, 우클릭에서 좌선회로의 신호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중구난방’ 국민의당=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17일 공동선대위원장 자격으로 국민의당에 공식 합류하면서 토한 일성은 “햇볕정책은 실패했다. 대북정책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국민의당은 주류인 호남 지역 의원들과 천정배 상임공동대표, 박주선 의원 등의 목소리를 통해 ‘햇볕정책’을 기조로 정부의 대북강경책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게다가 국민의당은 노무현 정부 통일부 장관 출신인 정동영 전 의원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당장 대북정책에 혼선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러한 딜레마는 18일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국회 본회의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국민의당은 안-천 두 공동대표와 두 대표를 포함한 4인의 위원장이 이끄는 선거대책위원회 체제가 이끌고 있다. 일단 사공이 많다. 이에 따라 각 세력간 갈등이 공천과 노선을 두고 폭발할 가능성이 잠복해 있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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