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프로듀스101 왜 열광②] 연습생의 현실...“숨만 쉬어도 월 3000만원, 데뷔는 ‘하늘의 별’"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아이돌 그룹이 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가요계엔 해마다 50여개의 팀이 쏟아져 나오지만,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연습생 모두가 ‘데뷔의 기회’를 갖는 것은 아니다. 연간 데뷔를 준비하는 팀은 무려 300여개에 달한다.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인 Mnet ‘프로듀스 101’이 전파를 타자 업계 관계자들은 “가요기획사가 저렇게 많았냐”며 놀라워한다. 총 46개 가요기획사 소속의 연습생 101명이 모였으나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소속사 역시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SM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대형 기획사에는 약 20~30명, 중소형 기획사에는 적게는 2~3명부터 5명 정도의 연습생이 존재한다. 이 아이들 중 데뷔를 해서 스타가 되는 경우는 1년에 1~2팀에 불과하다. 그 팀들 역시 대형기획사에서 데뷔한 아이돌 그룹이 대부분이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아이돌 그룹의 제작은 ‘고위험 산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 한 팀을 안정적으로 제작해 앨범 하나를 내는 데에 드는 비용은 약 20억원에 달하고, 최소 15억원이 든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연습생들이 데뷔를 위해 단계를 밟는 모든 과정은 소속사의 투자로 이뤄진다. 다만 100% 투자는 아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많은 기획사들이 ‘후정산’을 하거나, 공동투자 방식을 취한다. 연습생에게 100% 투자를 하는 연예기획사는 SM, JYP엔터테인먼트 등이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연습생들의 숙소, 식비, 레슨비 등 한 해 소비되는 비용만으로 억 단위를 넘어선다. 회사의 규모가 클 수록 비용 부담은 더 하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연습생의 숫자가 많기 때문이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회사 연습생들은 정말 아무 것도 안 하고 숨만 쉬는 데도 월 3000만원이 들어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습생에게 투자하는 기간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이다. 이 기간 가요기획사는 연습생들과 ‘계약’을 맺는다. 연습생 계약서는 기본적으로 회사를 위한 ‘안전장치’다.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과 투자로 데뷔를 위한 트레이닝을 받는데, 개인 변심이나 다른 회사로 옮기는 사례, 혹은 무단이탈 사례도 빈번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한다”는 것이 한 가요기획사의 설명이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재계약’ 혹은 ‘방출’이다.

각 회사마다 연습생은 넘쳐나는데, 아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지나치게 짧아 보인다. 하지만 한 중소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을 제작하기 전까진 투자를 바탕으로 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크다”라며 “작은 회사에서의 연습생 계약 기간이 짧은 것은 2~3년간 매출이 없어도 회사가 버텨줘야 하는데, 그럴 만한 재정적 여유를 담보한 기획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비용 부담을 감수하며 최소 2년 안에 데뷔를 해야 보통의 가요기획사에서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

이같은 사정으로 각 기획사에서도 넘쳐나는 연습생들을 빠르고 혹독하게 훈련시킨다. 경쟁도 빠질 수 없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나이가 어리다고는 하나 투자를 받고 프로의 세계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이기에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며 “아이돌 연습생을 평범한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으로 바라볼 순 없다. 투자를 받은 만큼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를 하고, 경쟁 속에 던져놓아도 데뷔는 여전히 쉽지 않다. 가요기획사마다 ‘데뷔시킬 능력’ 즉 연습생을 아티스트로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A&R, 마케팅, 매니지먼트, 제작비 조달 능력이 필요하고, 1집으로 대박을 내긴 너무나 힘든 상황이기에 그 이후에도 버틸 수 있는 재원이 필요하다”라며 “그러나 원소스 자체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제작에 나서니 생겼다 사라지는 회사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연습생의 입장에선 ‘데뷔조’가 될 수도 없는데, 희망고문으로 연습생 생활을 이어가는 아이들이 넘쳐난다. 중소기획사의 역량으로는 데뷔를 시키기도, 데뷔 이후 성공하는 것도 힘들다.

결국 대형 음악채널에서 등장한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는 가요기획사들의 필요와 연습생들의 절박함, 이 판을 상업적으로 활용한 채널의 영리함이 맞아 떨어진등장이었다. ‘프로듀스101’에 출연하는 한 연습생은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다. 회사로 돌아가도 언제 데뷔할지 모르니까…”라며 눈물을 흘렸다. 



‘프로듀스101’은 101명의 연습생 중 11명을 뽑아 무조건 데뷔를 보장한다. 공식 데뷔날짜는 프로그램 마지막 방송 다음날인 4월 3일이다. 총 4곡으로 활동하게 된다. 기회의 유혹이 달콤할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다.

s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