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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사지 좋아하세요? 불법입니다①] 태국정통마사지, 스포츠마사지 등 무더기 벌금행
-법원, 자격 갖춘 안마사 없는 ‘안마 시술업’ 모두 의료법 위반
-태국, 중국 등 관광비자 입국 여성 종업원 고용…업주 잇단 벌금형
-전국 25만 시각장애인 가운데 안마사 자격증 1만여명 불과



[헤럴드경제=박일한기자]  A(54)씨는 2014년 12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2층 건물에 198㎡ 규모 ‘태국전통마사지’를 열어 영업했다. 5인실부터 1인실까지 크기가 다른 8개의 방과 1개의 샤워실을 만들고 태국 여성 6명을 고용해 시간당 3만5000원에서 7만원을 받았다. A씨는 하지만 안마사 자격증이 없이 불법 영업을 했다는 이유로 ‘의료법위반’ 단속에 걸렸다. 서울중앙지법(판사 강병훈)은 지난해 12월24일 A씨에게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같은 혐의로 벌금형, 징역형의 집행유예 등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어 불리하지만, 범행을 반성하고 즉시 폐업한 점,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노모 등 부양할 가족이 많은 점 등을 들어 집행유예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시내 골목 마다 들어서고 있는 각종 마사지 업소가 대부분 불법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이들 업소 가운데 재판을 통해 벌금형을 선고받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요즘 도심 한 귀퉁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태국정통 마사지’, ‘스포츠마사지’, ‘××아로마’ 등과 발마사지를 전문으로 하는 ‘××풋샵’, ‘××발관리’ 등의 상호를 내`건 업소가 줄줄이 ‘의료법위반’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 웰빙 바람으로 외국처럼 안마나 마사지를 받는 사람은 늘어났는데, 알고 보니 이게 모두 불법이라는 이야기다.

법적으로 마사지사는 의료법이 규정하는 ‘안마’행위를 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안마에 대해 손으로 신체부위를 두드리고, 주무르고, 문지르고, 잡아당기는 등의 방법으로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근육을 풀어, 통증 등 증상을 완화하고, 건강증진 등을 도모하는 ‘의료행위’로 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안마는 시각장애인만 돈을 받고 영업을 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 규정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시도지사에게 자격인정을 받은 경우만 영업이 가능하다.

김대현 대법원 공보심의관은 “자격증을 갖춘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제외하고 일반인이 돈을 받고 안마를 하고 있다면 모두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되는 것”이라며 “안마사 자격 없이 영리 목적으로 안마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최근 법원에서 심판을 받은 이런 마사지 업소 가운데는 태국이나 중국 등에서 관광비자로 입국한 여성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인건비가 저렴한 것은 물론, 국내도 해외관광을 통해 이들 지역에서 현지 안마서비스를 받아본 내국인이 많아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국 등 해외에선 합법적으로 안마를 했던 사람이라도 한국에 와서 영업을 하면 모두 불법이다.

서울중앙지법(판사 허정룡)은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보타이’란 업소를 차리고 태국인을 고용해 영업한 혐의로 B(49)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수일)는 그해 12월엔 서울 서초구에 황금마사지란 업소를 열어 중국인 등을 고용한 C(58)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런 업소가 단속에 결려 재판을 받으면 보통 영업주는 100만~500만원, 종업원은 50만~100만원 정도의 벌금형을 선고 받는다. 예컨대 지난해 11월 서울동부지법(판사 안재천)은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몰에서 ‘×풋샵’이라는 상호로 영업한 D모(43)씨에게 의료법 위반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종업원이던 중국인 E씨에게는 벌금 50만원을 내도록 판결했다.

문제는 웰빙 열풍으로 마사지샵을 통해 안마를 받으려는 인구는 늘고 있는데 합법적인 업소는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대한안마사협회에 따르면 전국 25만 시각장애인 가운데 안마사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은 1만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들이 ‘안마원’등의 사명으로 합법적인 영업을 하는 곳은 전국에 1000군데 정도밖에 없다.

김도형 안마사협회 사무총장은 “안마사자격증을 갖춘 시각장애인이 합법적인 안마업소를 차리면, 주변에 기본 시설도 갖추지 않고, 싼 인건비로 자격에 못미치는 업소들이 마구 생겨나 사실상 영업을 못하게 하고 있다”며 “그러니 시각장애인들이 더 많이 안마자격증을 따고 업소를 열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 관계자는 “불법 안마업소에 대해 단속이 시작되고 재판을 받게 되면 대부분 벌금형 등의 형을 선고받게 되는 상황”이라며 “안마, 마사지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 인지 요즘 이런 판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주는 현행 의료법 조항에 대해 2008년과 2013년 두 번에 걸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안마업이 시각장애인들에게 거의 유일한 직업으로 이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안마업을 시각장애인에게만 허용한 것이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에서는 기본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자격을 따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안마업을 시각장애인에게만 한정해 양성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외국인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나 불법 퇴폐업소를 근절하기 위한 방법으로나 안마업의 문을 넓혀 제대로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며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세금 등의 혜택을 주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안마업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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