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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철강산업 재편 경쟁력 강화 기회로 - 신현곤 포스코경영연구원 산업연구센터장
‘원샷법’으로 불리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발의된 지 212일 만에 국회 문턱을 넘은 것이다. 원샷법의 발효로 철강, 조선 등 공급과잉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원샷법은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

산업경쟁력강화법에서는 3년간 영업이익률이 급감하고 상품가격 등락폭이 원재료비용의 등락폭을 웃도는 경우, 해당 업종을 공급과잉 업종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본 사례에 비춰 보면 국내 주력 산업의 30%가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 몇 년간 철강산업의 화두도 공급과잉과 구조조정이었다. 업계의 상황은 심각하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14년 중소·중견철강업체의 영업이익률은 1.3%, 이자보상배율은 0.6에 그쳤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미 국내 내수시장에서는 수입 철강재가 40%를 점유하고 있으며 이중 중국산 제품이 25% 가까이 된다. 국내로 유입되는 중국산 철강재가 늘면서 철강재 유통 가격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최근 1년새 36%나 하락했다. 이러한 시장상황이 고착화되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이다.

공급과잉의 진원지인 중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중국내 상장 철강업체 27개사 중 20개 기업이 지난해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중국 철강 상장사의 70%가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환경문제, 설비과잉에 대한 국제적인 압력 등을 반영하여 중국 정부도 대대적인 철강업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원샷법이 국회를 통과하던 지난 4일, 중국 국무원에서는 ‘철강산업 과잉능력 해소 및 곤란 탈출 발전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다.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감산, 생산중단, 구조조정 등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펀드조성, 부실채권 처리를 위한 Bad Bank제도 도입 등 다양한 정책과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1억~1.5억 톤의 조강능력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명확하게 입장을 밝혔다.

구조조정이 하나의 큰 흐름이 되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 추진 중인 산업구조 재편도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다만, 산업구조 재편은 차제에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근원적으로 높이기 위한 변화의 단초가 되어야 한다. 국내 철강업계의 본격적인 재편에 다음 세 가지 전제는 필히 고려되어야 한다.

우선은 철강산업의 근본적인 체질과 체력을 강화하는 구조조정이어야 한다.

구조조정이 단순히 몸집 줄이기로 끝나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산업의 체질 개선을 통해 장기 불황에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 새로운 정보기술을 접목한 경영방식을 도입하고, 차별화된 기술을 활용하여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조기에 실현해 내야 한다. 구조조정이 이를 위한 채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당사자들이 구조조정에 대한 공감대와 확신을 가져야 한다. 당사자간 이해관계 상충이 ‘기업활력제고와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구조조정의 기본 취지를 무색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철강산업을 둘러싼 생태계의 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 분업과 전문화의 큰 테두리하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기업과 유통기업 그리고 철강내 판재류, 봉형강류, 강관과 특수강 등 각 부문산업이 공존하면서 글로벌 경쟁압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보다 견실하게 갖추어 나가야 한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의 철강경쟁은 기업간 경쟁이 아니라 생태계간 경쟁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 구조조정은 비단 우리에게만 주어진 과제가 아니다. 현재의 위기에 어떻게 잘 대처하느냐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금석이다. 지금은 우리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모을 때이다. 절실함이 있으면 방법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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