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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품 위작 뿌리뽑을까 ①] 전작도록 vs 미술품 공인중개사…무엇이 필요한가
-문체부, 이중섭ㆍ박수근 전작도록 제작 논란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지원하는 형태 돼야” 제기
-일부선 “미술품 거래 공인 중개사 도입” 주장도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이우환 위작사건’으로 국내 미술계에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ㆍ이하 문체부)가 이중섭, 박수근의 전작도록(카탈로그레조네)을 제작한다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전작도록이란 특정 작가의 모든 작품에 대한 연대, 크기, 상태, 이력, 소장처 변동, 비평, 전시 기록 등을 총망라한 자료로, 한 작가에 대한 전체 기록임과 동시에 작품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로 활용된다.

위작 시비가 일 때마다 전작도록의 필요성이 대두되긴 했지만, 과연 이것이 국민이 낸 세금으로 관이 주도할 정책적 프로젝트인가에 대한 논란이다.

그런가 하면 미술계 한쪽에서는 부동산 공인 중개사처럼 미술품과 문화재도 전문 거래 중개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전작도록과 미술품 거래 중개사가 미술품 위작 생산과 유통을 억제할 효과적인 방법일까. 미술계 인사들은 장기적인 로드맵을 갖고 좀 더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작도록도 미술품 거래 중개사 제도도 단 하나만으론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는 이유다. 

최근 감정서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난 이우환 작가 작품. 진위 여부는 경찰 수사 중에 있지만 아직까지 수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다. 미술계에서는 감정서가 위조됐기 때문에 작품도 당연히 가짜일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전작도록 필요하지만 추진 과정이 문제…관 아닌 민간에 맡겨야”=“전작도록의 필요성을 환기시켰다는 점은 고맙게 생각한다. 그런데 국가가 직접 나서서 전작도록을 만든다는 건 문제가 있다.  민간에서 주도하도록 장려하고 국가는 지원하고 관리ㆍ감시하는 역할만 해야 한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사비나미술관 관장)은 정부가 저작권과 출판권을 갖고 전작도록을 직접 추진하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이유가 있다.

첫째, 전작도록 추진 과정에서의 문제다.

정부 주도 전작도록 제작이나 작가 선정이 사전 공청회 등 여론 수렴 절차없이 진행됐다는 것. “훌륭한 작가인 것은 맞지만 과연 정부가 나서서 전작도록을 만들어줘야 하는 작가인가 하는 것은 보는 사람마다 주관적인 평가가 다를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정부는 원로 작가인 박서보, 이승택, 최만린의 디지털 자료집도 제작할 예정이다. 이 관장은 작가 선정 과정에 있어서 좀 더 범미술계의 의견을 수렴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둘째, 전작도록의 오류 가능성이다.

현재 정부 전작도록 추진위원회와 각 작가별 연구팀 구성원은 미술평론가나 미술사학자, 큐레이터들로 꾸려져 있다. 이 관장은 “전작도록 제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진품’ 여부를 선별해 낼 만큼 수십년간 특정 작가를 오래 연구한 전문가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전작도록이 만들어지면 여기에 수록된 작품들은 진품이라는 ‘공인’을 얻게 되는데, 최고의 스페셜리스트가 뛰어들어도 오류가 있는 진위 감정 분야를 미술사를 연구하는 학자나 특정 미술관 큐레이터들이 주도하면 향후 도록의 신뢰성을 보장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밖에도 그동안 이중섭, 박수근 작품을 주로 취급해 온 국내 메이저 화랑 2~3곳의 자료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는 점도 연구팀의 ‘아킬레스 건’으로 꼽았다.

진위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외부에 공개되지는 않고 있다.

▶“전작도록도 결국 사람이 보는 것…전문 중개사 제도 도입해야”=“미술품ㆍ문화재 거래 공인 중개사를 만들어야 한다. 이들을 통해 거래한 미술품은 부동산 매물 정보처럼 전체적으로 공유해서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다. 미술품 위작을 완전히 막을 순 없지만 적어도 유통 과정이 투명한 미술품들을 선별해 낼 수는 있다. 횡단보도로 건너자는 얘기다. 그럼 교통사고 나도 보상받을 수 있는 근거가 생기지 않나.”

미술평론가 정준모(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씨 역시 전작도록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국가가 주도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만약 국가가 만든 전작도록을 믿고 작품을 샀는데 위작으로 판명났을 경우에는 그 책임을 국가가 져야한다는 게 이유다. 개인간 ‘사적 거래’에서 생긴 손해에 대한 배상을 국가가 국민의 세금으로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 생길수도 있다는 것.

정 씨는 전작도록만 만들면 다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는 정부 정책을 경계했다. 그는 “미술 분야는 정량평가 보다는 정성평가가 더 중요하다”면서 “전작도록 또한 사람이 보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이를 볼 수 있는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 씨는 미술 분야에서 석사 이상의 학위를 소지한 자, 실무경험을 갖춘 자, 세무 등 관련 법 조항에 대한 전문 지식을 평가하는 국가자격시험을 통과한 자 등 일정 기준에 부합하는 전문가들을 공인 중개사로 육성하고, 이들을 통해 미술품을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문체부 뿐만이 아닌 범정부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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