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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의 아이까지 키우는 ‘할마’ 건강에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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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주 육아에 갱년기 증상까지…심신 약해져 건강관리 신경써야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직장에 다니는 딸의 아이를 4년째 돌보는 정모(61ㆍ여)씨는 가족들로부터 요즘 예민해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정 씨의 하루 생활 패턴은 모두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집 안에서 생활하다보니 외출도 쉽지 않고, 떼쓰는 손주를 달래 먹이고 재우고 씻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아이고’라는 탄식이 나온다.

어쩌다 한 번 동창 모임에 나가면 ‘요즘 누가 손주를 봐주냐, 애 키우느라 얼굴이 많이 상했다’는 얘기를 듣기 일쑤다. 그러다보니 퇴근한 딸에게 ‘나는 모임 한 번 마음 편히 못 나간다’는 소리를 자주 하게 되는데, 딸은 미안해하면서도 서운해 하는 눈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남편도 자신을 챙기지 않는다며 섭섭해 하는 통에 부부싸움도 잦아졌다. 내 건강 챙기기에도 바쁜 나이에 손자 키우느라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다 보니 ‘내 자식 키울 때도 없었던 육아스트레스가 이런 건가’ 싶기도 하다.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로 매사 짜증스럽고 무기력해 50대에 지나친 갱년기가 다시 온 것은 아닌가 싶어 한없이 우울하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손주 육아를 담당하는 조부모가 늘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 중 절반이 ‘조부모가 손주를 돌봐주고 있다’고 답했고 황혼육아, 할마(할머니+엄마) 등의 신조어도 사회현상을 반영해주고 있다.

20~30년 만에 다시 찾아온 육아는 고되다. 50~60대 여성에게 아이를 안고, 씻기는 등 하루종일 챙기는 것은 체력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손주 육아 시 호소하는 피로, 관절통, 우울증, 불안 등은 폐경 이후 나타나는 갱년기증후군과 매우 유사하고,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폐경은 나이가 들며 나타나는 매우 자연스러운 생리적 과정이지만, 많은 중년여성이 인생의 봄날이 끝난 것 같다는 ‘상실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한 출발점으로 생각한다면 인생의 후반전도 충분히 활기차게 보낼 수 있다.

폐경을 맞은 중년여성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갱년기증후군’이다. 폐경기 여성의 약 75%가 안면홍조 등 혈관운동성 증상을 겪는데, 1~2년 정도가 일반적이나 간혹 10년 이상 증상이 지속되기도 한다.

특히 요즘과 같이 기온이 낮은 겨울에는 얼굴이 붉어지고 머리에 땀이 나는 증상과 함께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면서 다리, 엉덩이까지 시린 수족냉증이 동반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상열하한(上熱下寒)’ 또는 ‘음허화동(陰虛火動)’이라 표현한다. 우리 몸에는 불과 물의 두 가지 기운이 균형을 맞추는데, 나이가 들면서 ‘물’에 해당하는 기운이 더 많이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열이 나는 듯한 상태가 바로 갱년기 증상이다. 간혹 폐경 후에도 갱년기 증상 없이 건강한 여성을 볼 수 있는데, 평소 건강관리를 잘해서 인체의 균형이 깨지지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폐경 이후에는 여성의 난소 기능 저하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정신적 요인 등 모든 생활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한의학에서도 단순히 호르몬 부족에 해당하는 신허(腎虛) 증상이 아니라, 화병과 같이 기(氣)가 울체(鬱滯, 막히거나 가득 참)되거나 심화(心火)가 조장되는 경우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며 치료 목표를 정한다.

한방여성의학센터에서는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고 몸 전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비호르몬 요법인 한약과 침, 뜸 치료를 진행한다. 한약 치료는 기본적으로 전신적 관점에서 치료가 진행된다. 불과 물 중 부족한 것을 살핀 후, 이를 보충해주고자 자음(滋陰) 기능을 하는 한약을 사용한다.

만약 어딘가가 막혀 물이 제대로 순환을 못 하고 있다면 막힌 것을 뚫어주는 ‘소간해울(疏肝解鬱)’ 방법의 치료를 한다. 기운이 부족하면 기를 보충해주는 한약을 사용해 폐경 이후 면역력 강화와 노화 예방을 돕는다. 침 치료는 폐경뿐 아니라 유방암과 같은 다른 질환 때문에 발생하는 안면홍조에도 효과가 있다.

황덕상 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여성의학센터 교수는 “침, 한약치료와 더불어 뜸이나 약침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갱년기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며 “증상을 숨기거나 부끄러워하기보다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를 병행한다면 충분히 호전될 수 있으며, 특히 육아를 하고 있는 할머니들은 가족들의 관심과 격려가 심리적인 안정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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