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크랩 등 간편 이색 먹거리 먹방 봇물
명절 후 방송전략
다이어트·신상패션·건강제품 집중 공세
“여기 살 꽉 찬 것 좀 보세요. 찜기에 쪄 주기만 하면 식구들 한 끼 든든히 먹는 건 걱정 없어요”
명절 전 홈쇼핑 방송은 행복한 ‘먹방’의 연속이다. 살이 꽉 찬 킹크랩부터 고소한 냄새가 TV를 뚫고 나올 것 같은 LA갈비까지. 여기에 엄마들 일손 덜어줄 조리도구나 화려한 그릇 세트 등도 가세한다. 명절 스트레스로 고민하는 주부들이 많다지만 한편으로는 이 기회에 주방 살림 장만하는 맛도 쏠쏠한 셈이다.
GS샵은 명절을 앞두고 킹크랩, LA갈비 등 간편식품과 다양한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주방용품을 평소보다 20% 가량 확대 편성했다. 명절 준비에는 대형팬 등이 필수고, 프라이팬은 소모품인지라 몇 년 쓰다보면 계속 쓰기 어려운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수요를 노려 조리도구들은 명절 전 홈쇼핑 방송의 주된 레퍼토리다.
여기에 긴 연휴를 감안한 간편식품들도 가세했다. 연휴 내 차례 음식만 먹다 보면 질릴 수 있어, 가족들과 함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킹크랩 등의 이색 먹거리를 내세운 것이다.
홈쇼핑 방송에서 비춰주는 든든한 먹거리들은 생각만해도 풍성한 명절을 실제로도 풍성하게 해준다. 그러나 이 행복한 먹방만을 믿다 보면 이내 후회하게 될 지도 모른다. 연휴가 끝날 즈음부터 홈쇼핑사들은 얼굴을 싹 바꾼다. 마치 “먹으면 복이 온다”는 것처럼 보였던 한복 입은 단란한 가족들은 사라지고, 늘씬한 모델들이 맵시를 뽐내며 신상 패션을 자랑한다. 군살이나 주름이라곤 볼 수 없는 모델들의 고상한 표정에는 “그 동안 먹은 전이며 갈비는 어쩔거냐”는 질책이 묻어 나오는 듯 하다.
연휴 중에만 해도 이럴줄 몰랐다. 연휴 중반에는 동남아시아의 에메랄드빛 바다를 비춰주는 여행 상품이며 남자의 로망인 대형TV 등이 줄곧 쏟아져 나왔다. 연휴 동안에는 가족들이 함께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시간이 증가하기 때문에, 상품 구매 여부를 다른 식구들과 함께 논의해야 하는 ‘고관여 상품’들이 주로 편성되기 때문이다. 안마의자 렌탈 방송은 보기만 해도 명절 내 쌓인 피로가 풀리는 듯 했다.
오는 9일부터 홈쇼핑사의 방송을 보자면 느슨한 마음이 다시 조여질 듯 하다.
CJ오쇼핑은 9일 ‘와일드 망고 퍼펙트뷰티 다이어트’를, 10일에는 ‘풋사과 다이어트 시크릿’을 편성, 다이어트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킬 계획이다. GS샵도 다이어트 식품을 주 3회 선보인다. 롯데홈쇼핑은 연휴 동안 스트레스로 굳어진 얼굴 근육을 풀 수 있는 셀프 얼굴 마사지기인 ‘앤블리 마사지기’ 등의 상품을 9일부터 오는 13일까지 방송한다.
이미 먹은 것을 어쩔까 싶지만 단골 새해 결심이 다이어트니 떡 본 김에, 아니 방송 본 김에 시작하면 된다.
명절 후 홈쇼핑사의 방송은 단순히 그 동안 실컷 먹었으니 살 빼라는 조언에 그치지 않는다. 주부 스트레스를 덜어내고 스스로에게 하는 선물로 작은 보상을 하라는 권유이기도 하다. 패션이나 주얼리, 화장품 등의 방송이 연휴 막바지에 집중적으로 몰린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CJ오쇼핑은 9일부터 11일까지 집에서 간편하게 피부 관리를 할 수 있는 피부관리기와 석고팩, 화사한 진주 세트 등의 액세서리 방송 등을 편성했다.
현대홈쇼핑은 9일부터 모발 윤기 개선과 볼륨지속 등의 효과를 주는 ‘태양 볼류밍센스’, 피부에 생기를 준다는 ‘셀렉스C 순수비타민 케어 세트’, ‘끌레드벨 리프팅팩’ 등을 선보인다. 오는 11일에는 주부 로망의 집결체인 모피를 판매한다.
윤정민 현대홈쇼핑 마케팅팀 편성 책임은 “설 명절 이후에는 고객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이ㆍ미용품이나 겨울 의류에 대한 수요가 높다”며 “주부 고객들의 힐링을 위해 관련 상품을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