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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나가는’ SUV가 두려운 이유 4가지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은 사실상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이 이끌고 있다. 연비가 높은 차량을 원하는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레저활동을 위해 공간 활용성이 높은 SUV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업체의 지난해 SUV 판매량은 54만대로 전년대비 30% 가까이 증가했다. 세단은 현대ㆍ기아차가 5%, 한국지엠이 2% 가량 각각 줄었다.

이렇게 증가하는 SUV에 비해 인프라 구축이 늦어지고 차량 특성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가 뒤쳐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GLE 클래스

한덩치 SUV “김여사 조심하세요”=일반적으로 동급 세단에 비해 차체가 크고 무거운 SUV의 특성 때문에 여성 운전자들이 겪는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운전 경력 25년에 가까운 베테랑 이모(56ㆍ여) 씨는 그동안 운전하던 세단 대신 새로 구입한 SUV의 특성을 잘 몰라 연이어 접촉사고를 내고 말았다. 최근 자신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세우던 이 씨는 차량 뒷문을 주차장 기둥에 긁고 말았다. 세단보다 사각지대가 넓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운전하다 이런 일을 당한 것이다. 접촉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월에도 이 씨는 큰 사각지대로 아파트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기 위해 놓여진 화단을 보지 못하고 들이받은 경험이 있다.

뿐만 아니다. 여성들이 주로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출근 시간이라 바쁘게 준비해 나왔는데, 주차장에 세워둔 제 차 앞에 서 있던 대형 SUV의 기어가 중립(N)에 놓여 있었는데도 움직이지 않아서 고생했다. 덕분에 말끔하게 차려 입은 정장이 더럽혀져 곤란했다”는 등의 글도 찾아볼 수 있다.

현대차 투싼

4륜구동이면 어디든 다간다?=세단에 비해 차체가 높은데다 동력 전달력과 접지력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4륜구동 SUV에 대한 과신으로 인해 벌어지는 웃지 못할 각종 에피소드도 있다.

지난 2014년 제부도 진입로 옆 갯벌에는 소형 SUV 한대가 빠져버렸다. 사건은 언쟁이 불러왔다. 차주가 자신이 구입한 소형 4륜구동 SUV의 성능에 대해 과하게 자랑을 늘어놓았고, 이에 질투가 난 한 명이 “그정도면 갯벌도 가겠네”라고 도발했다.

흥분한 차주는 주변 사람의 만류에도 핸들을 돌려 갯벌로 돌진했고, 결국 얼마 못가 해당 SUV는 갯벌에서 오가지 신세가 됐다. 불과 한 시간 뒤 밀물이 밀려왔고, 운전석까지 바닷물이 들어찬 SUV는 결국 폐차장으로 향했다.

이같은 극단적 상황이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4륜구동 SUV에 대한 과신으로 인해 사고를 경험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시골 도로를 달리다 커브길에서 4륜구동 SUV가 전복돼 있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운전자가 차량의 성능을 과신한 결과다.

지프 레니게이드

S키가 커서 서럽다=SUV 차주들이 세단보다 높은 전고로 인해 주로 곤란을 겪는 곳은 바로 주차타워다. 최근 신축한 건물의 주차타워 몇 곳을 제외하곤 대부분 세단 전용이라 주차가 곤란한 경우가 많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모(29) 씨는 자신의 SUV를 타고 한 식당에 갔다가 세단 전용 주차타워라는 말을 듣고 주변 공영주차장에 자비로 차량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남들 다 받는 주차비 보조도 못 받았다”며 “SUV 몰고 다니는 게 죄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SUV의 주차타워 이용 가능 여부는 사업의 흥망에도 영향을 미친다다. 서울 강남에서 실내골프연습장을 오픈한 한 50대 남성은 주차타워에 SUV가 들어가지 않는 바람에 고객을 다 놓쳐 얼마가지 못해 폐업하고 말았다. 요즘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 공간이 넉넉한 SUV를 타는 것이 대세라는 점을 간과한 결과다.

쌍용차 코란도스포츠

SUV는 경유?…휘발유도 있다=디젤 세단에 휘발유를 주유하는 혼유 사고와 함께 가솔린 SUV에 경유를 주유하는 사고 역시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연비를 강조하는 분위기 탓에 대부분의 SUV가 디젤로 출고되기 때문.

소음과 진동이 싫어 가솔린 SUV를 운행한다는 박모(60) 씨는 “주유소 초보 알바들이 녹색 경유 주유레버를 들고 차에 다가올 때마다 휘발유라고 바로잡아 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혼유 사고로 인해 피해 차량이 폐차되고 해당 알바생이 해고된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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