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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F의 아픈 기억…외풍 몰아치는데 ‘외환 실탄’ 충분할까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새해벽두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에 메가톤급 악재들은 쏟아지는데...우리 외환보유액은 충분할까?'  

중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 재현 우려와 저유가 쇼크 등으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셀 코리아’ 행진이 이어지면서 적정 외환보유액을 둘러싼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20여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트라우마가 강하게 남은 탓에 우리는 세계 7위 수준의 외환을 쌓아놓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제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면서 외환건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이 가운데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3개월 연속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나 이 같은 우려에 기름을 붓고 있다.

3일 한국은행은 올 1월 말 외환보유액이 3672억9000만달러로 집계돼 작년 12월 말에 비해 6억7000만달러 줄었다고 밝혔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10월 3696억62만달러까지 오른 뒤 3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의 외환보유액 감소는 중국발 악재와 저유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등 정치ㆍ경제적 요인 때문에 보유 외화자산의 달러화 가치가 하락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재점화된 '적정 외환' 논란= 연초부터 우리 외환건전성이 경제위기 대응에 충분하지 않다며 문제 삼는 의견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경착륙, 신흥국 위기가 고조되며 국내 시장에서도 외인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11일 보고서를 내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위기 시 필요한 외환은 4433억달러라고 주장했다. 실제 외환보유액보다 760억달러 많아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중도 26%로, 대만(80.5%), 중국(33.9%), 일본(27.1%) 등 주변국보다 낮다고 지적됐다. 

김창배 한경연 연구위원은 “최근 한국경제는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 실물부문 위기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대외여건도 불리해 위기시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외환보유액이 위기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꼬집었다.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지난달 20일 외환보유액 규모가 위기 상황 대응에 충분하지 않고 외환보유액을 구성하는 외화자산의 유동성도 부족하다고 보도했다.

▶외환보유액은 多多益善?…“기초체력 우선돼야”= 한은은 외환보유액 규모와 보유자산의 유동성ㆍ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IMF도 지난해 낸 한국보고서에서 “한국 외환보유액은 외부충격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하는 데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한 일률적인 기준은 없다. IMF, BIS 등 국제기구별로 다양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파블로 기도티 전 아르헨티나 재무차관은 1999년에 1년 미만 단기외채보다 외환보유액이 많아야 외부충격을 최소화하고 대외신인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작년 9월 말 현재 32.5%, 총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29.2%로 대외지급능력이 양호한 수준이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지난해 사상 최대인 1059억6000만달러를 기록한 상황이다.

때문에 당국이 외환보유액을 무조건 늘린다고 해서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은행

그보다는 대외건전성, 재정건전성 등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확충하는 것이 근본적 처방이 될 것이란 진단이다. 

외국인 자금 유출입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도록 민간 외화자본을 늘리고 외환ㆍ금융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국제금융실장은 “겨울에 독감이 유행할 때 상비약만 많이 비축한다고 해서 답이 될 수 없다. 기초체력과 면역력을 키워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기초체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5000억불 증발…러시아 18개월 뒤 바닥?= 외환보유액 순위권에 올라 있는 다른 나라들의 사정은 어떨까.

중국의 경우 외환보유액이 작년 1월 말 3조8430억달러에서 12월 말 3조3304억달러로 감소했다. 한 해 동안 5126억달러가 증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인민은행은 작년 8월 민간의 외환보유 증가, 기업의 해외투자 증가, 보유외환의 평가액 감소에 기인한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지표를 보면 인민은행의 설명은 하반기부터 통하지 않는다”면서 “위안화 약세를 예상해 위안화를 매도하고 달러화를 매입하는 중국인 투기세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러시아의 경우, 작년 석유 증산을 통해 외환보유액을 비교적 잘 방어한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는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외환보유액이 2013년 연말 5096억달러(세계 4위)에서 2014년 연말 3855억달러로 급감한 바 있다. 작년에는 1월 3762억달러에서 12월 3684억달러로 감소폭을 좁히며 외환보유액 규모 세계 6위에 랭크됐다.

그러나 지난달 뉴욕타임스(NYT)는 현 수준의 저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러시아의 외환보유고가 향후 18개월 안에 바닥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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