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구원투수’없이 대내외로 악재 지속
석유 등 13대 주요 수출 품목 모두 하락세
EU뺀 전 지역 수출실적 악화…中 21.5%↓
올해 1월 ‘수출 쇼크’는 이미 예견된 악재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이끌 마땅한 ‘구원 투수’가 없는 상황에서 대내외 각종 악재가 지속된 결과다. 올해 1월 수출액은 367억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무려 18.5%나 줄어들면서 금융위기직후인 2008년 8월 -20.9% 이후 77개월만에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특히 13대 주력 품목의 수출 실적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전년 같은 기간보다 크게 감소했고 EU(유럽연합)를 제외하고 모든 지역으로의 수출이 일제히 줄었다.
이로인해 구조적 침체를 넘어 저성장 고착화 국면이 현실화하고 있다. 저유가 상황이 심화하는 가운데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나라 제조업이 좀처럼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내외의 시장 상황 자체가 애초 예상보다 더욱 악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출에도 개혁차원의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품목저유가와 세계경제 성장률 하락이 이어지면 올 한해도 계속해서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가 우리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조치들을 적극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출에도 과감한 구조조정 필요= 전문가들은 수출 부진이 글로벌 경기 둔화, 저유가 등 대외 요인에 따른 영향이크기 때문에 단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이 같은 수출부진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시장 다변화를 꾀하는 등 중장기적 해결책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수출이 감소하는 것은 우리와 경쟁 관계에 있는 엔화·위안화의 절하, 글로벌 경기 특히 중국 경기 둔화 때문”이라며 “올해에도 작년보다 수출 증가율이 더 좋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 교수는 “중국 경제의 제품 경쟁력이 급속히 우리를 따라와 우리가 기술에서 앞서가지 않으면 안 된다”며 “정부가 대기업에 대한 연구ㆍ개발(R&D) 투자 세액 공제를 축소했는데 이전 수준으로 복원시켜 제품 경쟁력 향상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데 기업 경쟁력을 되돌아보고 이를 어떻게 향상시킬지 가장 초점을 맞춰 고민해야 한다”며 “정부의 시장개척 노력과 지원, 마케팅이 계속돼야겠지만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이 없으면 정부의 지원 등이 필요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규제완화, 노동개혁, 원샷법 등이 해결돼야 기업 경쟁력도 좋아져서 세계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도 우리 제품이 더 팔릴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13대 주요 수출 품목 모두 하락세= 석유 관련 제품 뿐만 아니라 13대 주요 수출 품목은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선박은 단 한 건의 해양플랜트 인도 실적도 기록하지 못한 채 1월 29억7000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거두는데 그쳤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32.3%나 빠졌다.
반도체는 메모리 D램 가격이 떨어지는데다 제조업체의 재고물량이 늘어나고 수출은 줄었다. 13대 품목 가운데 가장 많은 45억4000만달러의 실적을 올렸지만 전년보다는 13.7% 감소했다. 중저가폰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무선통신기기는 21억3000만달러로 7.3% 줄었고 공급과잉이 심각한 평판디스플레이는 18억3000만달러로 전년보다 30.8% 내려앉았다.
자동차는 주력 수출 시장인 신흥국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30억4000만달러로 21.5% 감소했다. 자동차 부품은 18억6000만달러로 전년대비 감소폭은 13.6%다.
공급과잉에 시달리는 철강(22억1000만달러, 19.9%↓), 현지 생산이 확대되는 가전(7억3000만달러, 29.2%↓),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는 컴퓨터(5억2000만달러, 27.6%↓), 일반기계(33억7000만달러, 15.2%↓), 섬유류(9억8000만달러, 14.7%↓) 등도 부진을면치 못했다.
▶ EU 제외한 모든 지역 수출 실적 악화=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이 전년보다 21.5%나 감소했다. 94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2월 99억2800만달러 이후 11개월만에 월 수출액이 100억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경기가 호전되던 미국도 달러 강세, 의류 판매 부진 등 소비 심리 둔화, 철강 시장 침체 등이 겹치면서 1월 50억5000만달러의 수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전년 대비9.2% 줄었다.
일본(18억4000만달러, 18.2%↓), 아세안(51억8000만달러,19.7%↓), 중동(17억4000만달러, 31.1%↓), 중남미(20억8000만달러, 35.8%↓) 등으로의 수출도 부진했다. 특히 베트남은 철강 수출 여건 등이 악화하면서 19억9000만달러로 전년보다 8.0%감소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다만 대EU 수출은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 등에 힘입은 내수경기 회복세 덕분에 38억3000만달러로 주요 수출 지역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보다 7.3% 올랐다.
배문숙 기자/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