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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방’과 ‘폐쇄’가 만든 구글과 애플의 희비(喜悲)극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구글과 애플의 희비가 엇갈렸다. ‘개방형’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는 구글이 매출 급증과 함께 세계 시총 1위까지 올라선 날, ‘폐쇄형’ 비지니스 모델의 애플은 안방 미국에서조차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이 8.6%포인트나 떨어지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한국시간 2일 새벽, 뉴욕 나스닥에서 구글의 지주사인 알파벳은 장 종료 직후 거래에서 6%나 폭등했다. 정규 거래가 아닌 시간 외 거래에서 일시적이나마 애플을 제치고 세계 시총 1위 자리를 맛봤다. 구글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이 213억3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7.8%나 올랐다는 발표 직후 투자자들이 앞장서 ‘시가총액 세계 1위’ 자리에 올려준 것이다.


구글의 힘은 ‘개방형 비즈니스 모델’에서 나왔다. 루스 포래트 알파벳 최고재무책임자는 “유튜브와 모바일 검색, 실용적 광고 등의 사업이 강력했다는 것을 지난해 4분기 매출에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 OS인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제조사에 제공하는 대신, 동영상과 검색 서비스를 기본 탑제하고, 여기서 나오는 광고 수익을 얻는 사업 모델의 승리다.

투자정보업체 스트리트 어카운트는 구글의 관계사 사이트를 통한 유효 클릭 수(Paid Clicks)가 전년보다 31% 증가, 예상치 22%를 웃돌았다고 전했다. 구글이 만든 안드로이드 OS에 기반한 다양한 제조사들의 스마트폰이 세계 시장에서 9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점이, 구글의 광고수익 증가로 직결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반면, 직접 만든 OS를 역시 자사가 직접 만든 스마트폰에서만 사용하길 고집하고 있는 애플의 앞날은 어둡다. 이날 미국 전문지 비지니스인사이더는 시장조사포털 스태티스타(statista)의 자료를 인용, 애플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이 미국과 일본, 독일 등 글로벌 ‘선진 시장’에서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4년 4분기 60%에 달했던 아이폰의 일본 시장 점유율은 지난 4분기 53.9%까지 내려갔다. 1년 여만에 6.1%포인트가 하락한 것이다. 역시 아이폰의 점유율이 45%가 넘었던 호주에서도 같은 기간 5.5%포인트 떨어졌다.

아이폰의 홈그라운드이자 최대 매출처인 미국에서는 무려 8.6%포인트가 하락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핵심 시장에서도 아이폰의 점유율은 이 기간 각각 3.1%포인트와 2.4%포인트, 0.7%포인트가 내려갔다. 그나마 ‘신흥 시장’인 중국에서 5.6% 포인트 올라간 것만이 위안거리다. 비지니스인사이더는 “팀 쿡도 인정했듯이 아이폰의 다음 분기 전망도 밝지 못하다”며 “중국을 제외한 모든 아이폰의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어가고 있으며, 특히 홈 그라운드인 미국에서 가장 큰 하락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아이폰의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나기 시작한 것으로 설명했다. 애플이 만든 스마트폰 OS인 ‘iOS’를 좋아하지만, 2~3종에 불과한 하드웨어 선택지만 강요하는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에 적응하는 소비자의 숫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포브스 재팬은 최근 기사에서 “이미 포화 상태에 있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아이폰이 지금까지의 속도로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100만대라도 판매대수가 감소했다는 부정적인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면 애플 주가는 급락하고 ‘애플의 시대가 끝났다’는 견해가 봇물처럼 쏟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애플의 폐쇄형 비지니스 모델 한계는 과거에도 애플의 위기를 불러온 바 있다. PC 시장이다. 뛰어난 그래픽 기능을 담은 애플의 PC 운영체제를 애플이 만든 맥킨토시에서만 쓸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에서 이익 독식을 추구했던 애플은, 1995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다양한 PC 제조사들과 손잡고 만든 ‘윈도 PC’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소수 마니아 제품’으로 몰락했다.

미국 포브스의 리치 칼가아드 발행인은 지난해 말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보내는 경고 : 탐욕스러워지지 마라’라는 칼럼에서 “애플의 수익 구조가 주력 제품인 맥킨토시에 편중되면서 주가 폭락 같은 시장 변수에 취약해졌고 결국 큰 타격을 입었다. 애플을 망친 것은 성장이 아니라 탐욕으로, 수익에 대한 욕심이 문제였다”는 과거 스티브 잡스와 인터뷰 한 대목을 소개했다. 구글과 애플의 이날 엇갈린 주가와, 이를 만든 엇갈린 실적은 과거 맥킨토시와 MS 윈도의 데자뷔라는 것이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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