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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쇼팽 천재’ 조성진이 보여줄 ‘쇼팽의 성찬’
-2일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고국에서 첫 무대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도이치그라모폰과의) 두번째 앨범은 쇼팽 이외의 작곡가가 될 것 같습니다.”

승자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자신에게 쏠린 세간의 관심을 즐기는 듯 보였다. 그러나 곧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지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을 거머 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수상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2월 2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를 위해서다. 

[사진제공=크레디아]

콘서트에 앞서 1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조성진은 아르투르 슈클레네르 쇼팽협회장, 우테 페스케 도이치그라모폰 A&R파트 부사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조성진은 콩쿠르 수상 이후 이야기와 최근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인 도이치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과의 전속 계약을 체결하게 된 계기 등을 밝혔다.

조성진은 지난 1월 도이치그라모폰과 전속 레코딩 계약을 체결했다. 2015년 11월 쇼팽 콩쿠르 우승 실황을 담은 음반이 DG 레이블을 통해 발매된 이후 국내에서만 8만장이 넘는 판매를 기록, 클래식 음반으로는 이례적으로 국내 각종 음반차트와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석권하며 클래식계에 새로운 역사를 쓰기도 했다.

DG에 따르면 첫 전속계약 음반은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지휘하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Staatskapelle Dresden)와 함께 오는 4월에 독일 베를린에서 녹음된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E단조’ 등이 실릴 예정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조성진은 “너무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콩쿠르를 좋아하진 않지만, 유럽, 미국 등에서 활동하는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되고자 했던 제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였다”며,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저로 인해 급증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클래식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성진이 계속해서 긴장된 모습을 보이자 옆에 있던 슈클레네르 쇼팽협회장은 “조성진은 굉장히 겸손한 아티스트다. 조성진이 연주하는 전주곡(Prelude)를 꼭 들어보길 바란다. 각 피스(Piece)들을 하나의 커다란 형태의 사이클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렇게 연주하면서 어떻게 떨린다고 말하는지 알 수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다음은 조성진과의 일문 일답.



-수상 이후 인생이 많이 바뀌었을 것 같다.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

▶사실 너무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콩쿠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유럽, 미국에서 활동하는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되는 게 꿈이었고, 콩쿠르는 그러한 젊은 피아니스트에게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참가하게 됐다. 콩쿠르가 끝나고 나서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관심을 받게 돼 신기하기도 했고 놀랍기도 했다. 앞으로 잘해야겠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저로 인해 급증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클래식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많은 러브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솔레아 매니지먼트와 계약한 이유는 뭔가.

▶콩쿠르 이후 11월부터 많은 매니저들을 만났다. 제가 처음부터 생각했던 건 회사보다는 매니저,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저랑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일본 ‘재팬아트’와 함께 일하면서 회사의 네임 밸류보다 매니저가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꼈다.

-쇼팽 이외에 앨범은? 협연하고 싶은 오케스트라가 있다면?

▶(도이치그라모폰과) 5년 계약으로 사인했고, 5장의 시디를 녹음하게 될 것 같다. 두번째 음반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쇼팽 이외의 작곡가가 될 것 같다. 함께 하고 싶은 지휘자, 오케스트라는 아직 생각해 본 적 없다.

-무엇이 어린 시절 피아노와 사랑에 빠지게 된 계기가 됐나. 콩쿠르 연주 땐 어떤 생각을 했나.

▶어릴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다. 피아노와 함께 바이올린도 배웠는데 서서 연습하는 게 힘들었다. 그런데 피아노는 앉아서 해도 되니까 좋았다. 콩쿠르는 끊임없는 긴장의 연속이다. 그런데 결과가 해피엔딩이어서 저를 응원해주시고 지지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콩쿠르를 어떻게 준비했나. 콩쿠르 준비를 위해 스마트폰을 수개월간 자제했다고 들었다.

▶방법이 따로 있진 않다. 쇼팽에 대해 깊이 이해하기 위해 연구했고, 세계 유수 피아니스트들의 다양한 해석을 들으려 노력했다. 현재 파리에 살고 있는데, 작년 초 스마트폰을 도둑 맞았다. 그게 두번째였다. 저렴한 2G폰을 사서 8개월동안 사용했는데, 콩쿠르 끝난 다음에 새로운 전화기를 구입했다. (웃음)

-인생에서 지금은 어떤 시점이라고 생각하나

▶콩쿠르 우승이 인생의 목표가 된다면 슬픈 일이다. 콩쿠르는 수단일 뿐이지 목표는 아니다. 저는 이제 만 스물한살이다. 어디가 정점일지 아직 예측할 수 없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5년전 40곡을 마스터하겠다고 했었는데.

▶지금까지 20곡 정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경험이 있다. 어렸을 때는 뭔가 많은 곡을 배우는 게 되게 멋있어 보였고 좋아 보였는데, 지금은 한 곡을 하더라도 깊게 오랫동안 시간을 가지면서 배우는 것이 재밌다. 5년전, 어떤 곡을 쳤는데, 한번도 안 치다가 5년 후에 치면 다른 느낌이 들고 다른 시각을 갖게 된다. 음악에는 그런 재미가 음악에 있는 것 같다. 언젠가는 40곡을 하겠지만 5년 안에는 힘들 것 같다.

-쇼팽을 어렵게 생각했다고 하던데.

▶쇼팽은 연주하기 어려운 작곡가이고, 사람마다 쇼팽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쇼팽을 낭만적으로, 어떤 사람은 아카데믹하게 생각한다. 저는 이상적인 쇼팽을 생각하는 게 어려웠다. 저만의 쇼팽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콩쿠르를 위해 쇼팽 레파토리 준비하다보니 저만의 쇼팽을 조금씩 생각하게 됐고 저만의 귀를 찾게 된 것 같다. 특히 콩쿠르 끝나고 계속 연주하다보니 확실히 곡을 더 깊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계속 똑같은 곡을 무대에 올리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걸 주의하기 위해 악보를 다시 보고, 프레시(Fresh)한 느낌을 갖으려 노력한다.

-우승을 예상했나. 평소 어떻게 지내는지

▶다른 사람들의 연주는 안 들어봐서 제가 우승할 수 있을지는 예상 못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을 뿐이고 결과가 좋게 나왔다. 그리고 사실 저는 또래 친구들이 많이 없다. 저랑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다 나이가 많다. 요즘 20대가 어떻게 노는지 잘 모르겠다.


한편 2일 공연은 쇼팽 콩쿠르 대상 수상자인 조성진과 함께 샤를 리샤르 아믈랭(2위), 케이트 리우(3위), 에릭 루(4위), 이케 토니 양(5위), 드미트리 시쉬킨(6위)까지 2015년 제 17회 쇼팽 콩쿠르 입상자들이 함께 갈라 콘서트 형식으로 펼쳐진다. 쇼팽 콩쿠르 입상자들은 수상 이후 유럽과 아시아를 돌며 콘서트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 조성진은 쇼팽 콩쿠르 본선 무대를 그대로 재연할 예정이다. 특히 쇼팽 협주곡 1번과 쇼팽 녹턴 13번, 쇼팽 환상곡, 쇼팽의 영웅 폴로네이즈 등 콩쿠르에서 호평받았던 곡들로 2일 2회 공연동안 ‘쇼팽의 성찬’을 선보일 예정이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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