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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통공룡 롯데-AK ‘브릿지혈투’ 시즌2, 그들은 왜 연결통로에 집착할까
[헤럴드경제=박정규(수원) 기자] ‘유통공룡’ 롯데몰 수원역점이 AK플라자 수원역점으로 연결을 시도한 ‘다리 육교’가 철거되면서 지난 24일 롯데몰에 입점한 소상공인이 눈물의 폐업을 시작했다. 반면 AK플라자 수원역점은 지난해 월평균 6% 고공매출 신장을 기록하며 수원 지역 1등 백화점 자리를 ‘수성(守城)’하는데 성공했다.

옛날 전쟁 영화에 나올법한 ‘수원역’이란 성(城)를 공략하기 위해 연결통로를 만들어 진입을 시도했던 롯데몰은 결국 연결지점 10m를 마지막으로 남긴 채 지난해 10월 ‘쓸쓸히’ 철거해야만 했다.

‘육교를 연결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빠른 시일 내 AK 측과 협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롯데 측이 내건 플래카드다. 그러나 이 연결통로는 지난해 철거됐다. 사진은 롯데몰과 수원역을 연결하는 브릿지의 철거 전 모습. 수원=박정규 기자/fob140@heraldcorp.com

롯데몰은 지난 2014년 12월 오픈했고, AK프라자 수원몰은 2003년 2월 개점했다. AK프라자 수원몰의 ‘아성’에 유통공룡 롯데몰이 ‘도전장’을 내민 격이다.

롯데몰 2층에서 시작해 수원역사로 뻗어가던 육교는 2014년 10월 수원역사를 코앞에 두고 멈춰섰다. 수원역사 2층 대합실과 부속시설에 대해 점유권을 가진 애경그룹 계열 ‘수원애경역사㈜’가 연결을 허락하지 않았다.

애경은 AK네트웍스를 통해 수원역사 민자개발사업에 투자, 현재 84%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수원역사와 연결된 AK플라자 수원역점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상 수원역을 애경 소유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롯데는 몰 개장 뒤 2015년 초까지 애경에 보행육교 연결 협조 공문과 육교 완공을 요구하는 2000명의 서명을 보냈다. 수원역과 연결된 통로가 없어 롯데몰로 가려면 소비자들이 수백m를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연결통로는 절대적이라고 주장했다.

고립된 롯데몰. 롯데 측은 수원역까지 연결하는 통로를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나 실패했다. 이 곳에 버스환승센터가 지어진다. 이렇게 되면 수원역과 이어지는 길이 뚫린다. 롯데는 유통공룡 위상의 재건을 노리고 있다. 수원=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밤길 안전사고도 거론했다. AK플라자 측은 완고했다. 그래도 롯데몰은 시민 서명 등을 내세워 AK와 수원시를 압박하기 위한 총공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AK플라자 측은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는 격”이라며 묵묵부답이다. 육교를 허락하면 AK의 매출감소는 뻔하다. 결국 ‘브릿지 전쟁 ’시즌1은 AK플라자의 승리로 끝났다. “연결 통로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희망을 걸었던 롯데몰 입점 상인들은 좌절했다.

결국 롯데몰 수원점 2층 ‘피트인 매장’은 지난 24일 폐점했다. 매출 부진에 7개 입점업체 상당수가 재계약을 포기했다. 이 자리는 대기업 SPA브랜드인 ‘에잇세컨즈’가 들어설 예정으로 지난 25일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롯데몰 관계자는 “매출 부진에 상당수 입점업체가 재계약을 포기했다”고 했다.

롯데몰 수원점에 입점된 한 업체는 “건너편 AK플라자에도 입점돼 있는데 지난해 매출을 비교하면 3배 이상 차이났다”며 “브랜드 인지도가 있어도 힘든데, 소규모 업체는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업체 관계자는 “수원역에서 접근성이 떨어져, 연결통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고 버텼지만 결국 철거돼 희망이 무너졌다”고 했다.

롯데 측이 내건 계획이 적힌 플래카드.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수원=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롯데몰 측은 올해말 수원역 버스 환승센터 건립 때까지 11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환승센터가 건립되면 지하 1층부터 지하 2층까지 롯데몰 연결통로가 생길 전망이다. 롯데몰 측은 제2의 혈투를 펼칠 각오다. ‘브릿지 전쟁’ 시즌2가 올해말 생중계되는 셈이다.

롯데몰과 AK플라자 측은 수원역 버스 환승센터 연결통로가 어떻게 연결될지, 어디일지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 27일 수원역 환승센터 건립을 위한 합동 대책회의를 열었다. 시는 대중교통 노선정비를 비롯해 주변지역에 미치는 예상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해 분야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연결통로 노선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롯데몰 측은 수원역 환승센터 연결통로와 설계에 특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올해말 연결통로가 만들어지면 1차 브릿지 전쟁의 ‘참패’를 딛고 유통공룡의 위상을 되찾는다는 구상이다.

지난 26일 열린 수원역 버스환승센터 1차 대책회의에서는 김동근 수원시 제1부시장과 실국장, 부서장 20여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이들 백화점은 연결통로를 포함한 수원시의 대책회의의 내용을 알기 위해 ‘소리없는 첩보전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세권 주변상권 활성화 방안, 환승센터 주변지역 교통대책, 테마거리 내 환경 개선 및 젊은이 쉼터 조성 등 분야별 대책보고와 토론이 열렸다.

수원역 환승센터는 수원역사 서측에 총 연면적 2만3377㎡,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버스환승 터미널과 승용차, 택시 환승을 위한 교통광장, 분당선, 수인선, 전철 1호선 연결을 위한 대합실 등이 설치된다.

수원역 동측 광장에 집중된 버스, 택시 등을 분산시켜 만성적인 교통체증을 해소하고 빠르고 편리한 환승체계를 갖추게 될 전망이다.

수원역 버스환승센터 건립되면 잔뜩 ‘벼르고 있던’ 롯데몰의 ‘2차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브릿지 전쟁에 또다시 관심이 모아진다.

fob14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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