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인공지능, 이세돌마저 넘는다면? 그건 지구인의 굴욕
-다보스포럼 4차 산업혁명 총아 ‘인공지능’ 화두 속
-날쌘돌이 인간대표 이세돌과 3월 ‘세기의 바둑’ 대결
-그동안 인공지능은 체스, 퀴즈 등에서는 인간을 눌러
-마지막 남은 바둑영역 싸움에 전세계인들 시선 집중


[헤럴드경제=김영상ㆍ문재연 기자] ‘허(Her), 트레센던스, 어벤져스, 아이 로봇, 채피, 터미네이터….’

이들의 공통점은?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영화 제목이다. 하지만 단순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들은 주소재는 인공지능(AI)이다.


인간과 맞먹는, 아니 그 이상의 두뇌를 소유한 인공지능이 사람과 소통하는 휴머니즘 영화에서부터 인간 위에서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섬뜩한 내용까지 다양하다. 보는 시선은 충돌한다. 인공지능이 인류를 획기적으로 진화시킬 것이라는 믿음도 있지만, 인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는 경계론도 존재한다. 두가지 시각에서의 흥미로움이 영화 단골소재가되는 이유다.

인공지능이 최근 새삼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다보스포럼과 관련이 크다. 내로라하는 세계 석학이 모인 최근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이었고, 이를 견인해 나갈 총아로 인공지능과 로봇이 거론됐다. 앞으로 세상을 바꿀 주역 중 하나가 인공지능으로 귀결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의미심장한 ‘세기의 이벤트’가 열린다. 인터넷기업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 세계 최강 바둑기사 한국의 이세돌(33) 9단이 오는 3월 서울에서 반상(盤上)의 대결을 펼친다. 알파고가 도전장을 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성과를 뽐내고 싶은 구글이 알파고를 내세워 ‘지구인 대표’인 이세돌에 바둑 싸움을 제안한 것이다.

현재로선 이세돌의 승리가 점쳐진다. 초록의 동색이라고, 인간 편에 서고 싶은 심리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세돌은 세계 최강이다. 구리와의 세기의 대결 10번기에서 승리하면서 불굴의 투사로서 세계에 이름을 떨쳤고, 현역 프로기사 중 누구보다도 강한 집념과 인내, 물샐 틈 없는 수싸움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세돌로서도 방심할 수 만은 없어 보인다. 알파고가 앞서 역사상 처음으로 프로바둑기사를 눌렀기 때문이다. 알파고는 최근 유럽 바둑 챔피언인 중국계 프로기사 판후이 2단과 벌인 대국에서 5승 무패로 승리를 거뒀다.

이세돌과 판후이의 이름값을 비교할 수 없지만, 이세돌로서도 불굴의 정신으로 재무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세기의 승부가 주목을 받는 것은 AI가 차근차근 인간의 두뇌영역과 끊임없는 대결을 펼쳐왔고, 바둑을 제외하고는 승전보를 날려왔기 때문이다.

서양 장기인 체스에서는 인간이 기계에 무릎 꿇은 지 오래다. 1997년 체스 세계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는 IBM 슈퍼컴퓨터 ‘딥블루’와 승리를 호언장담하며 싸웠지만, 맥없이 나가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이 회사의 수퍼컴퓨터 ‘왓슨’은 2011년 미국의 TV 퀴즈쇼 ‘제퍼디’에서 인간 챔피언들을 제압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세돌마저 진다면 인공지능이 체스, 퀴즈는 물론 인간이 만든 최고 복잡한 게임이라는 바둑까지 AI에 제압당하는, ‘지구인의 굴욕’을 감수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다행히 바둑은 인공지능이 마지막까지 넘을 수 없는 영역이라는 시각도 있다. 19X19 반상에 첫 수를 주고받는 경우의 수만 12만9960가지인 바둑. 벌어질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가 10의 170제곱인 바둑.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 거기에다 악착같은 승부근성이 어우러지는 종합예술인 바둑. 그래서 인간들은 “현재까지 개발된 최고 바둑프로그램은 아마 5~6단 정도일 것”이라며 “아무리 고도화된 계산능력을 갖춘 컴퓨터라도 인간 한계를 넘어 바둑 최고수를 쓰러뜨리기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아왔다.

이세돌과 인공지능 대결에서의 상금은 12억원이다. 상당한 돈이다. 하지만 상금 액수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자존심이다. 이세돌마저 패한다면? 인공지능에 무릎 꿇은 인간의 모습에서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위력을 단박에 감지할 수 있는 동시에 인공지능 위협론과 경계론도 들끓을지 모른다.

ys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