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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 “난민 좀 막아봐” vs 그리스 “왜 우리만 희생해?”… 갈등 심화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밀려드는 난민 때문에 EU와 그리스 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난민들이 유럽으로 유입되는 관문인 그리스에 대해 EU는 각종 협박과 회유책을 동원하며 “잘 좀 막아보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그리스는 난민 유입 책임의 화살이 자국을 향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난민의 유럽 유입 통로는 기존에는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건너오는 것이었지만, 최근에는 ‘터키에서 그리스로’ 오는 길이 부각되고 있다. 에게해의 그리스 섬들에 도착한 난민과 이주자들은 지난해 모두 85만8608명인 반면, 중부 지중해 경로의 도착지인 이탈리아와 몰타에는 각각 15만3842명, 106명에 그친다. 올해도 그리스 섬에는 벌써 4만여명의 난민이 도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은 600여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리스 난민 보호시설의 수용 규모는 고작 1만 명에 불과하고 해안경비대 규모도 난민 숫자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다.

[사진=게티이미지]

이 때문에 그리스에 난민 통제를 강화하라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25∼26일 양일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EU 내무장관 회의에서는 회원국 내무장관들의 성토가 줄을 이었다. 얀 얌본 벨기에 내무장관도 “우리는 솅겐 지역 내에서 그리스의 위치에 대해 아주 면밀한 재검토를 해야 한다. 그리스는 그들이 해야할 일, 즉 국경 통제를 해야 한다”고 했고, 요한나 미클-라이트너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은 그리스가 EU 외부 국경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솅겐조약에서 일시 퇴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7일 EU 집행위원회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이어졌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그리스가 국경 관리 의무를 심각하게 소홀히했다”며 “난민에 대해 효과적인 신분 확인 및 등록이 없다. 지문은 체계적으로 등록되지 않고 있고, 여행 서류의 진위여부도 제대로 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미 6개월 임시 국경통제 조치를 단행한 독일,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의 유럽 국가들이 임시 통제기간을 2년으로 연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그리스는 난민 유입으로 인한 비난이 자국에 집중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올가 게로바실리 그리스 정부 대변인은 “책임을 돌리는 것은 공동 노력이 필요한 역사적 차원의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아니다”며 “그리스는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야니스 모우잘라스 그리스 내무장관도 “국제법상, 그리스법상 해상 난민을 막을 수는 없다”고 항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리스가 나머지 유럽국가들에 의해 희생양이 되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으며, EU로부터 격리될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EU 일각에서는 그리스에 대해서도 터키와 같이 재정지원 등을 통해 난민 유입을 저지하고 이미 들어온 난민을 선별해 송환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독일이 그리스에 대해 채무탕감 등의 조치를 통해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도 나왔다. 터키는 지난해 11월 난민의 유럽행을 저지하는 대신 EU로부터 30억 유로(약 3조9000억원)를 받아 터키 내 난민캠프 증설 등에 사용하는 협약을 체결했고, 오랫동안 진전이 없었던 터키의 EU 가입 논의도 재개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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