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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훌륭한 부모들을 사회가 만들자 -정제영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최근 우리나라에서 아동학대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한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하고, 더 나아가 아들의 시신까지 훼손한 사건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더불어 뉴스를 접한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경제적ㆍ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교육의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엄청난 수준의 교육비를 지출하는 가정과 자녀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는 가정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교육의 양극화는 자녀 세대의 경제적ㆍ사회적 양극화를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가정의 교육적 기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모든 교육의 역할을 학교와 교사에게 전가하는 것은 올바른 해결 방향이라고 할 수 없다.

교사는 교과 내용을 정해진 일정에 맞춰 진행해 나가는 것에 더 많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모든 아이들에게 가정에서 해야 할 교육적 역할까지 수행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 결국 가정의 교육적 기능을 최대한으로 회복하는 방법을 찾아봐야 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 대가족이 사는 구조에서는 자연스럽게 부모의 역할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졌고, 자녀를 키우는 데에도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젊은 부부들은 자녀 교육에 대해 가족과 친지의 도움을 지속적으로 받기 어렵다.

자녀와 함께 하는 상황에서 부딪히게 되는 다양한 딜레마들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타고난 역량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회적인 학습과 경험을 통해 성장해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운 좋게 좋은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는 부모를 만나게 되면 부모의 역할을 잘 배울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부모가 되는 방법을 제대로 학습하기 어렵다. 아동학대, 방임 등의 대물림이 이루어지는 것은 부모의 역할과 자녀 교육의 방법을 배우지 못하거나 잘못된 학습이 이루어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남녀가 만나서 새롭게 부부가 되면 발달단계에 따라 전 생애에 걸쳐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혼인 단계이다. 혼인 신고를 하기 전에 부부생활과 부모의 역할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임신과 육아에 대한 교육이다. 대부분의 가정이 임신과 육아에 대해 인터넷 등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세 번째는 자녀의 학교교육 단계이다. 유아 교육 단계에서부터 진로교육과 대학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와 의사결정의 지원이 필요한 단계이다.

마지막으로 자녀의 분가와 결혼 이후의 생활에 대한 노년 부부 교육까지 필요하다. 이제 소중한 우리의 아이들을 키우는 일에 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첫 번째 과제는 부모들의 교육적 역량을 길러주고 지원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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