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리얼푸드헬스]한파에 지친 내몸…복통이 찾아왔다
realfoods
약해진 면역체계 파고드는 궤양성대장염 등 염증성 장질환…크론병은 10~20대 발병 많고 관리 잘못하면 평생 고통


#. 16년째 크론병으로 투병 중인 대학원생인 이모(32)씨는 어린 나이에 질병을 앓으면서 항상 어느 날 갑자기 병이 나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해 왔다. 5번의 수술과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 질병에 관한 정확한 정보와 이를 관리하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됐다. 그는 자신과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주치의에게 질문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며 적극적인 ‘자기 질병 알기’를 강조했다.


염증성장질환 뭐가 있나

염증성장질환은 서구에서는 매우 흔한 질병으로 유병률이 인구 1000명당 1명 꼴이다. 국내에서는 인구 1만명당 1명으로 적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병이다.

염증성장질환인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은 원인이 뚜렷하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염증이 발생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돼 있다. 궤양성대장염이 대장에서만 염증이 생기는 반면 크론병은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우리 몸 소화기관 어디에서든 염증이 생기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궤양성대장염은 비교적 고른 연령대에서 발병하지만 크론병은 비교적 어린 나이인 10대와 20대에 발병해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 환자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 연구를 보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스스로를 외부물질로 오인해서 염증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장 점막에 대해 이 같은 반응을 보이는데, 이런 반응은 신체의 방어기전을 자극해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또 바이러스나 세균 등에 의해 염증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철 강추위로 인해 면역체계가 약해지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발병할 수 있다. 또 최근에는 서구화된 식습관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염증성장질환이 희귀난치성질환이지만 금방 사망에 이르는 질병도 아니고 치료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완치는 아니지만 약물치료를 통해 관리를 잘 하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와 부주의 때문에 증상이 악화되면 대장의 일부를 잘라내 장루 주머니를 달야야 할 수도 있다. 심하면 생명이 위태로워 질 수도 있다. 때문에 전문의로부터 정확한 의학정보와 이를 통한 철저한 자기관리가 중요하다.

잘못된 의학정보 주의해야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이 가진 잘못된 의학정보 중 대표적인 건 임신에 관한 것이다. 염증성장질환은 출산 기회가 높은 젊은 여성들에게 주로 발병한다. 임신을 하기 전에 염증성장질환을 앓은 여성들은 정상인에 비해 적은 수의 자녀를 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약물 때문에 의도적으로 아이를 가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이대목동병원 위ㆍ대장센터 김성은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질환의 관리를 잘하면서 계획된 임신은 정상출산율이 일반인과 별 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팀은 인터넷상 염증성장질환 환우 모임에서 가임기 남녀 환자를 대상으로 ‘투약이 임신과 출산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329명 중 질병 진단 후 본인과 배우자의 임신을 경험한 75명(여 36명, 남 39명)의 113회(여 56회, 남 57회)의 임신을 대상으로 임신 결과와 질병의 경과, 약물의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 환자의 총 56회 임신 중 60.7%인 34회가 정상적으로 출산했다. 자연유산은 6회(10.7%)였으며, 조산과 사산은 모든 여성 환자에서 발생하지 않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정상 출산율 69%, 자연유산율 9.5%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인공유산을 시행한 10회(17.8%)는 모두 계획된 임신이 아니었고, 자신의 질병활성도가 경증이었지만 약물에 대한 악영향을 걱정해 실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 환자는 배우자의 임신 57회 중 45회(78.9%)가 정상 출산을 했으며, 자연유산은 5회(8.8%), 인공유산은 2회로 나타났다. 출산 후 여성은 선천성 기형아 출산의 경험이 없었지만 남성의 경우 3회가 있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염증성장질환 환자의 임신 결과는 건강한 사람과 비교해 비슷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약물의 임신에 대한 영향도 뚜렷하지 않다”며 “질병의 악화와 태아의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치의와 상담을 통해 계획적인 임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젊고 질병 정보 부족할수록 병 키운다

이대목동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는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의 약물 순응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확인하기 위해 2012년 6월부터 12월까지 내원한 염증성장질환 환자 138명(크론병 60명, 궤양성 대장염 78명)을 대상으로 약물 지식을 포함한 다양한 변수를 설문지로 조사하고 18개월 동안 질병 활성도를 추적 관찰했다.

약물 순응도는 환자가 의사나 간호사, 약사의 의학적 조언에 따라 약물을 복용하는 정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10일 동안 A약과 B약을 아침과 저녁에 먹도록 처방 받은 환자가 다음 외래 전까지 이를 지키면 약물 순응도가 높은 것이고 이와 반대로 이를 지키지 않고 약을 먹지 않거나 잘못 먹게 되면 약물 순응도가 낮다고 한다.

그 결과 환자의 나이가 비교적 젊거나 자신이 먹는 약물에 대한 지식이 떨어질수록 약물 순응도가 낮게 나왔다. 내원 후 다음 내원까지의 시간이 길어져도 약물 순응도가 낮았다. 또 약물 순응도가 낮은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18개월 동안 재발 위험이 2.9배 높았다.

정성애 센터장은 “염증성장질환 환자에게 약물의 이름, 용량, 효능, 부작용과 같은 약물 지식 정도를 향상시키면 약물 순응도를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환자의 관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환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